Posted by DONGYOON_HAN / 2015년 5월 여행 중
밀라노는 2008년에 한 달 반 가량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이미 한 번 방문했던 도시다. 당시의 여행을 회상하자면 내 생애 첫 홀로 떠난 배낭여행이었다. 시작부터 길도 잃고 유로화가 1,800원 가까이 하던 시절이라 비루하게 다녔으며 거기에 소매치기, 도난을 당하는 일로 지칠 대로 지쳐있을 때 도착한 도시였다.
당시 여행은 여행이기보다는 수련에 가까운 시절이었는데, 그때마침 유럽 여행을 하던 대학 친구를 만나서 밀라노 인근에 있는 꼬모 호수에 같이 놀러 갔다. 지쳐있을 때 만난 반가운 학교 친구는 큰 힘이 되었다. 그 큰 힘이란 대학교에서 별다른 일 없이 공강 시간과 여가 시간을 같이 보내던 그대로를 밀라노 꼬모 호수에서 하면서 안락함을 느꼈고, 지쳐있던 마음에 작게나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사실 꼬모 호수에서 유람선을 탄다거나 호숫가 근처를 트래킹을 하진 않았다. 심지어 맛집을 가거나 버스킹 따위를 한 것도 아니다. 그냥 호숫가에서 맥주를 (꽤 많이) 사 두고 별 다르게 나눌 대화도 없이 낮부터 해 질 녘까지 누워있다 앉아있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시콜콜한 농담들과 결론을 내릴 의지도 없는 의견들을 서로 주고받고, 그러다 귀찮으면 다시 누워서 낮잠을 잤다. 학교에서 하던 그대로였다. 친구라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2015년에 다시 방문한 밀라노, 꼬모 호수 역시 친구와 함께했다. 이번에는 아이슬란드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밀라노에 사는 Debora였다. 2주 동안 자는 시간, 화장실 가던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있으면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데, 함께 꼬모 호수에 놀러 갔다. 꼬모 호수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번에도 7년 전처럼 친구이기에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농담에 농담, 걱정에 조언, 조언에 반론, 반론에 농담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친구가 줄 수 있는 힘은 작아 보이지만 종종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도 좋지만,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친구는 때때로 큰 활력소가 된다. 점점 친구들과 함께하기보다는 혼자서 여가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 문득 친구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