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반도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거나 기술주에 대해서 공부한 사람이라면 'EUV'와 'ASML'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포토 리소그래피 장비 제조사이다. 네덜란드 국적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전 세계 기준으로도 시가총액 30위권에 들어가는 반도체 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업이다. 네덜란드 인구가 약 1788만인데 임직원 숫자가 42,420명이니 네덜란드의 국민 기업이라고도 볼만하다.
ASML의 EXE:5000 High-NA EUV 설비, 380만$(5,434억원)의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한 기계'라고 한다.
ASML이라는 회사가 이렇게까지 잘 나가게 된 비결은 위에 사진에서 보는 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의 EUV(Extreme Ultra Violet) Lithography 설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설계, 제작할 수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EUV 기술의 진보성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약간 두서없게 글을 작성할 예정이다. (생초보 버전)
1. 반도체라는 건 수많은 Transistor들의 집합이다. 수억에서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2. 트랜지스터의 역할은 단순히 0과 1을 switching 해주는 것이다. 우리의 디지털 세상은 모두 0과 1로 이루어져 있다.
4. Switching을 빠르게 해 준다는 것은 0과 1의 전환이 빨라진다는 것이고, 이걸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트랜지스터가 작아야 한다. 내가 전자(electron)의 입장이라면 10km 마라톤을 뛰는 게 당연히 하프 마라톤보다 빠르지 않겠는가? 즉,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면 반도체 칩의 성능이 좋아진다.
양동이에 비유한 트랜지스터 미세화. (사실 두 학기 정도는 공부해야 제대로 공부한다)
5. 작은 트랜지스터(소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가 되어야 한다.
6. 반도체 공정은 크게 Deposition(증착) - Photo Ligthography(노광) - Etch(식각)과 같은 공정들로 반복되어 이루어진다.
7. Photo Ligthography 공정으로 빛을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고, Etch 공정을 진행해서 그 위에 빛으로 패터닝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고, Deposition으로 또 다양한 막질을 쌓아 올린다.
8. 위와 같은 과정을 반복해서 트랜지스터와 회로를 구성시켜 반도체 칩을 만든다.
9. 그래서 반도체 칩은 작게 만들면 성능뿐만 아니라 동일한 면적의 Wafer에서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다. 동일한 300mm Wafer에서 칩을 100개 만드는 거랑 1,000개 만드는 거랑 누가 더 원가 경쟁력이 있겠는가?
10. EUV 공정은 7번의 Photo Lithography 공정의 광원(Light Source)의 파장이 극자외선이라는 의미이고 약 13.5nm의 파장으로 가장 가느다란 파장으로 회로를 그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가느다란 볼펜으로 글씨를 쓰니 글씨를 작게 쓸 수 있듯이 EUV를 활용하면 패턴을 작게 뜰 수 있다.
Photo Lithography의 광원 파장이 짧아지면서 반도체 기술은 덩달아 발전해왔다.
11. 파장이 너무 작다 보니 일반 대기 중에 광원이 흡수되어 버린다. 노을이 붉은 이유라고 보면 된다. 가시광선에서 파장이 가장 긴 적색 파장 외의 색 대역의 가시광선 파장은 대기의 먼지와 수증기에 의해 흡수되거나 퍼져서 우리 눈에는 붉은 노을이 보이는 것이다. ASML은 이 EUV 광원이 흡수되지 않도록 진공에서 빛을 쏜다.
12. EUV 광원을 만드는 기술(Sn droplet을 CO2 LASER로 pulsing 시켜 plasma를 excitation 시켜서 13.5nm 전후의 파장을 갖는 photon을 유도하고)도 매우 어렵고, 안에 수많은 반사경으로 반사시키면서 웨이퍼에 패터닝을 해야 한다. 그 안에서 wafer를 붙잡는 wafer stage는 제트기보다 빠르고(7G) reticle(패터닝을 뜨기 위한 mask) stage는 F1 경주차(32G) 보다 빠르다. 즉, 기계적 구동계가 이렇게 빨리 왔다 갔다 하는데 13.5nm 파장의 광원이 오차 없이 웨이퍼에 조사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수십만 번의 반복적인 동작에도 기계적 구동계가 진동이나 수축 팽창에 견고하면서도 정밀해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은 진공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기 입자를 하나라도 광원의 path에 있다면 회로는 제대로 패터닝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EUV 광원 생성부터 극초자외선을 다루는 복잡한 광학계, 기계적 구동계 그러면서도 단 몇 n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EUV 기술은 궁극의 기술로 평가받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영상을 한번 보면 좋을 거 같다. 아릅답지 않은가? 이런 영상들은 늘 엔지니어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들어보면 EUV 기술이 반도체 기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마치 우리가 직면한 기술적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처럼 들린다. 기술이 가진 장점은 명확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더미다.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과 달리 우리 엔지니어들은 이 기술을 응용해서 제품화를 시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기술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다음 편에선 이 멋진 기술 뒤에 가려진 어두운 얘기를 하려고 한다. Stochastic Effect, WPH 미달, Pellicle을 왜 써야 하고 또 왜 안 쓰고 있는지, High-NA가 직면한 문제(Anamorphic Lens와 Stitching, PSM/BIN mask), Mask의 수명 (Mo/Si-Ru-LTEM), 설비 CAPEX와 감가, 미중 갈등 사이에 놓인 EUV기술, PR의 한계, Aligner 정밀도 문제, FAB 내에서의 땅 크기 등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