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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Mar 11. 2019

개인화된 행복을 위하여

[백 년을 살아보니 - 김형석]

‘인기 있는 행복(Popular Happiness)’이 유행이다.


아니, 이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역사에서 행복감(수준)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제였다. 무엇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행복의 가치를 가지는지 가려내기 위하여, 대상의 속성을 분석하고 정량적인 가치를 매기는데 대단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왔다. 개별적 취향을 일일이 따져보기는 어려우니, 일단 많은 사람들이 탐내는 것들을 나도 갖게 된다면 행복해지리라는, 일견 단순하지만 가능성 높은 논리이다.



실제로 이러한 접근법은 행복이 무엇이고, 어떻게 정량적으로 측정한 것인가 하는 부분을 쉽게 설명해준다. 다만, 이러한 다수설이 갖는 약점이 늘 그러하듯, 보다 정교하고 개별적인 사례들, 그러나 어쩌면 그 다수설에 모순되는 정도로 상반되면서도 중요한, 행복을 느끼는 주체의 관점에서 행복이 논의되는 것을 많은 경우에 놓치거나, 심지어 차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행복을 정의함에 있어 그 대상(object)이 무엇인지는 당연히 따져보아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다. 오히려 행복의 크기는 콘텐츠의 문제보다는 그 행복을 느끼는 주체와 관련이 있다.


아무리 대단한 예술가의 작품이라도 그 가치와 의미, 오리지널리티가 주는 아우라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물감이 칠해진 종이 한 장, 고물 덩어리에 불과할 수밖에 없으며, 돌아가신 부모님이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모 한 장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폐신문지 묶음보다 가치 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을 이야기할 때, 보다 주체 중심의 논의가 전개되길 바란다.


행복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능케 하는 것은 주체의 다양한 취향을 센싱하고 즐길 수 있는 ‘더듬이’ 일 것이기 때문이다. 요리사의 미각이 풍부하듯, 시인이나 애절한 이별을 경험한 사람의 감성의 더듬이가 한결 풍성하고 예민하듯, 행복을 느끼고 인지하는 행복의 더듬이가 있다면 주어진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누구보다도 큰 행복감을, 더 빈번하게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각자가 개인화된 행복감(Customized happiness)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오늘보다는 내일 더 많은 향기에 취할 수 있기를. 부딪히는 연대 속에서 나와 너 각각의 꽃으로 찬란하기를, 바라고 또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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