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를 믿지 못하고
너를 믿지 못함이다.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하나하나를 믿지 못함이다.
그 웃음과
눈빛과
맞장구치며 두 손뼉이 내던 그 소리 하나하나가
문득
이번에도 아닐지 모른다는
의심과 불안과 원망과 걱정의 그 어디쯤
나는 다시 온몸에 힘이 빠진다
손이 미끄러워 아무것도 잡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
원망만은 아니다
네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을 의심하는 나와
네가 아닌 누군가가 주었던 그 경험들이 속삭이는 끊임없는 불안과
더욱 최악인 건
이 모든 상황들이 어쩌면
이번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직감에 가까운 걱정이 뒤섞인
애매한 불협화음
이번에도 아니면,
정말
이번에도 아닌 거면
나는 어떡하지
2.
다행히도 나는 굉장히 훈련된 겁쟁이기 때문에
이번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을 잘 안다
그래도 나는
견디지 못하는 척
힘들어서 버티기 힘든 척
이런 경우는 네가 처음이라 너무 낯설고 어색한 척
나는 그렇게 웅크리고 있을 거다
나는 그렇게 작은 동물의 갓난 새끼가 되어
그렇게 속살을 꺼내어 놓고 잠들어 있을 거다
그러니 너는 나를 밟고 가라
아니면 나를 좋아해 주어
나는
상습
자해공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