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은 시간들에 대한 희미한 바람보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분명한 기억들이 더 커지는 요즘이다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흘러갈지를 궁금해하고 기대하기보다는
이제는 무엇이 아무렇게나 되더라도 나는 그저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주변을 더듬으며 웃음을 짓거나 인상을 찌푸리기를 반복할 뿐이다
흩어지는 연기들을 궁금해하기보다는
분명한 윤곽들을 흐트러트리는 편이다
뚜렷해지는 것이 본질에 다다르기보다는
차라리 연민에 가깝다는 느낌이 반복되고 나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바라지 않을 수 있는가
감히 무엇을 궁금해 할 수 있는가
나약함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간절히 원하던 겹겹의 마음들이
투박하게 바스락 거릴 뿐이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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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의자에 앉은 손가락 한마디 크기도 채 되지 않는
방아깨비 한 마리는 겨우 그의 눈 앞 30cm 정도만을 응시할 뿐이다
나무의자를 부여잡은 얇은 다리가 제법 다부지다
바람은 불고
열어젖힌 창밖에선 언뜻 초가을 냄새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