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he bas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yner Oct 17. 2020

어떤 부족이 나를 끌어당길 때

아래로

아래로 

나를 끌어당긴다


한 번 더

나를 설득하려 애써보지만

쉽게 잘 안 되는 모양인지

자꾸만 나에게 말을 건다


가지 않겠다고

내가 결코 가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고 버텨 보지만

그런 나를 흘깃 보지도 않고

다시 또 나를 끌어내린다



소매 끝이 시려 

접은 소매를 내리고 보면

이번에는 가슴팍이 아리다


오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이여

나를 부족하다고 

내가 부족하다고 하염없이 되뇌게 만드는 그 모든 것들이여


눈 앞이 흐려져 

앞을 볼 수 없게 되고 나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싸워 왔나를 생각한다


먹먹해지는 목의 깊이만큼 

눈이 감긴다


부자연스런 발걸음에 맞춰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신음을 내뱉는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게 된 나를 동정한다



오 내가 따르리라 

그 모든 마음가짐 그때의 눈빛 그때의 기합

다시 나를 다독이려는데

슬쩍 다문 이가 시리다



그러면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 

말을 건네는 그 목소리는

자꾸만

이렇게 나약해진 나를 아래로 끌어당긴다

나를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rather th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