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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Jan 15. 2021

나는 아마 게을러서 글로 돈을 벌지는 못할 거야

취미가 직업이 되는 신화에 대하여 우리는 더 이상 핑계를 댈 수가 없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나는 이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이제 이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졌다. 그것만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던 분명한 사실. 글로 큰돈을 벌었다는, 마음껏 내 꿈을 펼쳤더니 익명의 사람들이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그렇게 그 길로 행복한 슈퍼스타가 되었다는 전설 속의 신화에 대하여. 


내가 아직 자세를 제대로 안 잡아서 그렇지, 혹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바빠서, 요즘 가뜩이나 정신없는 때에 내 마음 에너지를 충분히 담아내기가 여의치 않아서, 이것도 아니라면 아직 원석 같은 내 글쓰기의 가치를 아직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어서. 의 순서로 방어 체계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만 먹으면 '내가 쓴 글은 사람들을 돈을 주고 살 정도는 아니다'라는 가슴 아픈 문장과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자니, 스물한 살쯤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한 학생에게 말을 걸었던 일이 기억에 난다. 좀 더 정확히는 그 말을 걸기 전까지, 도서관에서부터 한참을 따라온 후에도 다리를 오들오들 떨며 말을 걸까 말까를 고민하던 그 십여분의 시간이.

처음에는 정류장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방어막이 되었다. 그래 저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데, 내가 말 걸면 분명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될 거야. 나는 괜찮지만 상대방에게는 실례가 되겠지. 그다음에는 버스였다. 지금 말을 걸기 시작해도 지금 저기 오는 저 버스를 저 친구가 타야 한다면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되겠지. 나 때문에 버스를 못 탈 수도 있고 아니면 안 하느니만 못하게 대답도 못 듣고 상황이 종료될지도 몰라. 지금 저 버스가 아니면 저 다음에 오는 저 버스. 아니면, 아니면...... 

결국 나에게는 더 이상 방어막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반강제적으로, 내가 내뱉은 조건문에 걸려, 나무 막대기 같은 발을 옮겨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마지막 문장과 싸우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 보다 무언가 놀라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더욱 회의적이었다는 것과 오랜 시간 나를 지켜온 방어막에 대한 관성의 크기다. 단지 그것뿐이다. 막상 바뀐 건 별로 없을지 모른다. 십여 년 전 그때 나를 가둬둔 조건문은 생각보다 단순한 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저 버스가 출발하고 나면 무조건 오른쪽 발을 앞으로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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