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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Mar 19. 2021

어느 선택지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을 때

1.

문장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이렇게 

저렇게 써보아도

아무런 힘을 줄 수 없을 때가 있다



내가 뻗는 선택지들이 겨우 두 뼘 반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참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이게 어려울까



나는 왜 지금 우울감을 느끼는가



막상 지껄일 수 있는 공간 이래 봤자 

침방울이 튀는 이 몇 발자국일 텐데 

나는 왜 더 무모하지 않는가

무모할 수 없는가



나는 왜 지금 우울감을 느끼는가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거란 생각

이게 아니었다면 취할 수 있었던 선택지

차마 고려조차 못한 보기들에 대한 미련 연민 

기껏해야 그 정도 감상일 텐데

기껏해야 그 정도 상처일 텐데

나를 아무리 해하려 해도 번번이 실패일 걸 분명히 아는데도

나는 왜 바보처럼 질척이고 멋대가리 없이 굴고 있는가를 생각한다




2.

나는 또 어느 날에

선택하지 않았던 그 희미함을 향해 떠들고 있으리라

추상적 가능성에 기대어

나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나의 행운을 이야기하고

나의 다행을 이야기하며

나의 가능을 이야기했으리라

내가 가진 볼품없는 온기를 그 때문이라 여겼으리라

 


영웅놀이

동네 골목대장

기껏해야 서너 명 중 우두머리였을 

그 기억 때문에

결국에는 이렇게 흘러오지 않았을까를 생각하기도 했다



이 어설픈 낙서를 지우지 않겠다는 선택마저도

결국에는 나의 몫이란 걸 알고 있다

그러려고 한다

그렇게 여기려고 한다




그 용기 조차 없는 곳에서 

나는 설 수 없으므로

그대로 내버려 두려고 한다

그렇게 마음먹은 것이 

어느 날의 나를 위함이라고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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