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장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이렇게
저렇게 써보아도
아무런 힘을 줄 수 없을 때가 있다
내가 뻗는 선택지들이 겨우 두 뼘 반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참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이게 어려울까
나는 왜 지금 우울감을 느끼는가
막상 지껄일 수 있는 공간 이래 봤자
침방울이 튀는 이 몇 발자국일 텐데
나는 왜 더 무모하지 않는가
무모할 수 없는가
나는 왜 지금 우울감을 느끼는가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거란 생각
이게 아니었다면 취할 수 있었던 선택지
차마 고려조차 못한 보기들에 대한 미련 연민
기껏해야 그 정도 감상일 텐데
기껏해야 그 정도 상처일 텐데
나를 아무리 해하려 해도 번번이 실패일 걸 분명히 아는데도
나는 왜 바보처럼 질척이고 멋대가리 없이 굴고 있는가를 생각한다
2.
나는 또 어느 날에
선택하지 않았던 그 희미함을 향해 떠들고 있으리라
추상적 가능성에 기대어
나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나의 행운을 이야기하고
나의 다행을 이야기하며
나의 가능을 이야기했으리라
내가 가진 볼품없는 온기를 그 때문이라 여겼으리라
영웅놀이
동네 골목대장
기껏해야 서너 명 중 우두머리였을
그 기억 때문에
결국에는 이렇게 흘러오지 않았을까를 생각하기도 했다
이 어설픈 낙서를 지우지 않겠다는 선택마저도
결국에는 나의 몫이란 걸 알고 있다
그러려고 한다
그렇게 여기려고 한다
그 용기 조차 없는 곳에서
나는 설 수 없으므로
그대로 내버려 두려고 한다
그렇게 마음먹은 것이
어느 날의 나를 위함이라고 여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