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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Apr 29. 2021

외로울 때마다 글을 찾아서

1.

외로울 때마다 글을 찾는 게

단지 범법이 아니라서 혹은 어떤 뒷 탈이 없어서라면

나는 글에게 미안해야 한다


칸트였나 루소였나

제2법칙이었나 1법칙이었나

존재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그 존재가 사람에 대한 얘긴가

아닌가

글은 괜찮나

그럼 좀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대학 시절 만난 참신한 그 명령 이후로

나는 일종의 강박에 시달렸음을 고백한다



무언가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목적이 아닌 수단임을 감지할 때면

나는 본능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내면의 죄책감을 의식해야 했다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를 무시하려는 마음 한편으로

수단으로 대했다는 미안함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2.

시간이 지나고

나는 가끔

그 죄책감을 수단으로 삼는 경험을 하게 됐다



난 죄책감이 들기 때문에,

상대를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수단으로 삼았음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꼈기 때문에,

너를 거부해야 한다

그것은 다짐이나 결심에 가까웠다



수단을 수단으로 삼고 난 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았다

이유를 만들기 위한 이유를 대고 나면

나는 또 한 번 솔직하지 못했음에 괴로웠다



자아성찰로 시작해

반복된 자기변명으로 끝난  모양새,

저평가된 연기자의 연기,

누군가 주의를 기울여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거짓의 생존



이제는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고나면

나는  키보드에 손을 올릴 수밖에

그렇게 나는 외로울 때마다 글을 찾았


모든게 나에게서 떠났을 때 도망칠 곳이 하나쯤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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