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① 나정도면 좋은 아빠 아냐?

응, 아냐.

by DYONI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을 우리는 모성애와 부성애로 나눠서 이야기한다. 아이를 사랑하는데 엄마의 마음과 아빠의 마음이 따로 있던가. 사회적으로 부여된 이 차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반가운 과학 연구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



워킹맘으로 ‘오늘내일’하며 살다 보면 기본적으로 화가 많아진다. 여러 ‘울화 트리거’ 중 으뜸을 꼽자 면 바로 남편의 이 말이다.


나 정도면 좋은 아빠 아냐?


우리 사회가 아빠에게 요구하는 아주 협소하고도 미약한 ‘부성애’에 기대 저 말을 하는 해맑은 남편의 모습을 보자면 매번 울화통이 터진다. 반면 엄마는 어떤가. 아기를 임신한 순간부터 모성애를 강요받는 다. 아기에게 밀려 산모의 고통과 건강은 언제나 뒷 전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안전한 방법임에도 불구 하고 혹여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까 ‘ 무통 주사’ 조차 맞지 못하는 산모는 어디 한둘이랴. 모성애와 부성애의 이 어마어마한 간극의 근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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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과학은 말한다 "남녀의 뇌는 다르지 않다"고

꽤 오랜 시간 여성과 남성의 뇌는 다르게 조직돼 있다 는 가설이 마치 이론인 것처럼 알려져 왔다. 뇌 구조 가 다르기 때문에 성별에 따라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고, 아이의 양육 역시 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만 연했다. 하지만 올해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상* 수상자인 캐서린 듀락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연 구결과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캐서린 듀락 교수는 30여 년간 성 특이적인 행동과 뇌의 연관성을 연구해왔다. 많은 과학자가 듀락 교 수의 연구에 회의적이었지만 그녀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2007년 뇌에서의 페로몬 수용체 발현 에 따른 성 특이적 행동의 변화를 주제로 쓴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페로몬 수용체는 성별에 따른 사회적 행동에 관여한 다고 알려져 있다. 대체로 수컷 쥐에서는 페로몬 수용체의 발현이 높고, 암컷 쥐에서는 발현이 낮다. 듀 락 교수팀은 이와는 정반대로, 즉 수컷에서는 수용 체 발현을 억제하고 암컷에서는 발현을 촉진한 뒤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수용체가 줄어든 수컷 쥐는 암수 구분 없이 짝짓기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또 새끼 쥐에게 공격적이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새끼 쥐를 쓰다듬는 전형 적인 양육 행동을 보였다. 반면 수용체가 늘어난 암 컷 쥐는 수컷 쥐에 올라타 짝짓기를 시도하는 수컷 의 전형적인 구애 행동을 보였다. 우리가 성 특이적 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정반대로 뒤바뀐 것이다. 남녀의 뇌가 서로 다르게 조직돼있는 것이 아니라 활 성화 물질의 양에 따라 충분히 행동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우리의 뇌가 얼마나 유연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듀락 교수의 연구 이후 성별에 따라 뇌 조직이 다르다는 가설을 흔드는 연구들이 하나둘 발표되기 시작했다.


양육 행동 결정하는 ‘갈라닌’, 약물로 개발한다면?

2018년 듀락 교수는 <네이처>에 후속 연구를 발표한다. ‘양육 행동을 지배하는 기능적 회로 구조’라는 제목으로 올해 브레이크스루상을 받게 한 논문이다. 듀락 교수는 양육 행동을 결정하는 뇌의 신경회로를 최초로 밝혔고, 이 회로가 남녀 모두에게 존재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논문에 따르면 시상하부 바로 아래 위치한 내측시삭 전야(MPOA) 부위의 갈라닌 생성 뉴런(이하 갈라닌 뉴런)은 뇌의 20개 부위에 작용한다. 20개 부위는 양육의 동기부여적, 호르몬적, 사회적인 행동 변화를 불러오는 서로 다른 특이적인 회로를 구성했다. 이 모든 회로를 가장 ‘윗물’에서 제어하는 건 신경전 달물질인 갈라닌이다. 듀락 교수는 수상자 발표 이 후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갈라닌은 마치 양육을 껐다 켜는 스위치 같았다”라고 표현했다.


듀락 교수의 표현처럼 갈라닌은 쥐의 양육행동을 180도 바꿨다. 연구진은 쥐를 짝짓기한 암컷과 수컷(이하 엄마, 아빠), 짝짓기를 하지 않은 암컷과 수컷 등 4개 그룹으로 나눴다. 광유전학을 이용해 쥐의 뇌 에서 갈라닌의 양을 조절했다. 광유전학은 빛을 이 용해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최근 뇌 연 구에 많이 사용한다. 관찰 결과 빛을 이용해 짝짓기 를 하지 않은 수컷의 갈라닌 뉴런을 활성화시키자 새 끼를 쓰다듬는 양육 행동을 보였다. 반면 양육 행동 을 보이던 나머지 그룹의 갈라닌 뉴런을 불활성화 시 키자, 엄마 쥐는 양육 행동을 멈췄다.


이뿐만이 아니다. 갈라닌 뉴런은 감정 조절과 호르몬 조절에도 영향을 미쳤다. 뇌의 편도체는 감정을 관장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갈라닌 뉴런을 활성 화시키자 편도체가 반응하며 외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부모 쥐가 새끼 쥐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육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 바소프레신과 스트레스호르몬인 부신피질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CRH)의 조절에도 관여했다. 이 정도면 양육 행동의 스위치라고 불릴 만하다.


듀락 교수의 연구들은 양육 행동은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갈라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후천적으로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요인이다. 듀락 교수는 “이번 연구가 산후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산모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산업적으로 더 응용하기 좋은(팔기 좋은) 방법도 있다. 뇌에서 갈라닌을 많이 생성할 수 있는 약물이나 갈라닌 뉴런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다. 아마 ‘독박육아’로 고통받는 전 세계의 여성이 가재도구를 팔아가며 그 약을 ‘사재기’ 할테니 말이다.


*브레이크스루상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 상은 매년 노벨상보다 한 달여쯤 전인 9월에 발표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등 실리콘밸리의 큰손들이 함께 만든 상으로 어마어마한 상금을 자랑한다.

수상자는 무려 300만 달러(약 34억9000만 원)를 받으며, 신진과학상 수상자는 최대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를 받는다. 기초물리학, 생명과학, 수학 등 3개 분야에서 시상한다.


덧붙이기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위의 글은 지난해 제가 몸담고 있는 매체에 썼던 글입니다. 이 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덧붙여봅니다. 주문하고 책이 배송 중인데, 얼른 읽어보고 느낀 바를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생각에 벌써 설렙니다.

한켠으로는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도 드는데요. 저자인 '오마이뉴스'의 박정훈 기자는 자신의 브런치에서 "벌써 이 책에 대한 별점테러를 당했다"고 밝혔기 때문이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내가 느끼는 이 사회의 차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최소한 두렵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은 있어도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습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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