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그리워 하며
나는 그때 그 음식 이름을 몰랐다. 여섯 살 때 일이다. 어느 화창한 봄날, 엄마 손을 잡고 동네에 있는 미용실에 갔었다. 유리에 미용실이라 적혀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옆집 할머니가 검은색 천을 목에 두르고 아직 파마가 풀리지 않은 머리카락에 분홍색 플라스틱을 감고 있었다. 그 뒤에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옆집 할머니 머리에 파마를 하고 있었다. 사장님 아줌마는 일하는 손을 놓지 않고 머리만 돌려 엄마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엄마는 인사를 나누고, 잡고 있던 내손을 살짝 당기면서 인사를 하라고 하셨다. 나는 순간 엄마의 다리 뒤로 몸을 숨겼다. 엄마는 몸을 살짝 옆으로 빼시고 나를 앞으로 밀면서 다시 인사를 하라고 하셨다. 어쩔 수 없어 목으로 들어가는 소리로 인사를 하니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사장님 아줌마는 그 모습을 보고 하던 일을 멈추어 내 앞에 와서 자세를 낮추었다.
“어머! 동영아 오랜만이다. 너 많이 컸구나! 아줌마 기억나니?”
나는 다시 엄마 다리 뒤로 살며시 몸을 숨겼다.
“동영이 밥 먹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거 사줄까?”
라고 말하며 엄마에게 “언니 밥 먹었어?” 라고 묻는다.
엄마가 안 먹었다고 하니 사장님 아줌마는 할머니 뒤에 있는 3인용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커튼이 쳐져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나고 사장님 아줌마는 커튼 안에서 나와 할머니가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소파에 앉아 엄마의 머리카락에 장난을 치고 있는데 작은 종소리 들렸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열린 문으로 하얀색 상의를 입고 철가방을 들고 있는 아저씨가 들어 왔다. 보폭은 짧지만 당당한 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때 엄마는 테이블 위에 신문지를 깔고 있었다. 아저씨는 철가방을 테이블 옆 바닥에 내려놓고 가방의 문을 열어젖히고 음식을 신문지 위로 하나씩 올려놓았다. 그리고 철가방을 들고 사장님 아줌마에게 다가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온 문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저 음식을 바라보았다.
타원형 플라스틱 접시에 기름에 볶아 노오란 색으로 변한 밥과 그 위에 올려져 있는 계란프라이. 그릇 한쪽에는 채 썰린 양배추 위로 마요네즈와 케첩이 지그재그로 뿌려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투명 비닐이 감싸고 있었는데 열기 때문인지 안개가 낀 것 같이 보였고 간혹 물방울이 보이기도 했다. 그 옆에는 작은 그릇에 단무지와 양파, 계란국이 각각 담겨져 있었고 수저와 젓가락들은 종이에 감싸져 있었다. 엄마는 4인분의 음식과 수저의 쌍을 맞추며 자리에 배치하였고 나는 그런 엄마의 팔을 잡으며 엄마만을 몇 번이나 불러댔다. 그 때 옆집 할머니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동영 엄마. 애 배고프겠다 먼저 먹여”
엄마가 기다렸다 함께 먹는다고 말할 때 울음이 날 것 같았다. 이야기는 잘 풀리고 엄마가 빠르게 음식을 감싸고 있는 비닐을 벗기니 향긋한 기름 냄새가 코를 가득 채웠다. 내 몫의 음식들이 내 앞으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엄마는 알 수 없는 검은색 소스를 밥 한쪽에 뿌리시고 밥을 반으로 나눠 반은 소스와 함께 섞으셨고 나머지 반은 그대로 두셨다. 드디어 수저가 내 손에 들어왔고 나는 소스가 섞이지 않은 밥을 한 가득 수저에 담아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에 음식이 있는데도 군침이 흘렀다. 기름에 볶아진 밥알 속에 다진 당근이 입안에서 아삭거렸고 간혹 씹히는 돼지고기의 맛은 꼭꼭 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싫어하는 파를 골라내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입안에 넣었고 되도록 안 씹으려고 노력 했었다. 엄마는 적당할 때 단무지를 주시면서 허겁지겁 먹는 내가 걱정이 되셨는지 국과 함께 먹으라며 국을 내 앞으로 더 가까이 놓으셨다. 비워지는 그릇만큼 엄마는 즐거워 보였다. 비워진 그릇에 검은색의 흔적과 양배추, 썰어진 파 몇 조각이 남아 있었다. 엄마는 빈 그릇을 보시고 음식이 담아져 있는 다른 그릇의 비닐을 벗기셨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빠는 나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테니 먹고 싶은 것을 말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미용실에서 먹은 음식을 엄마가 한 행동까지 섞어가며 설명했고 아빠는 알았다며 나를 시장으로 데리고 가셨다. 그날 나는 시장 모퉁이에 있는 북적북적한 식당에 들어가 고기와 야채들을 고추장에 비벼먹는 비빔밥을 먹었다. 아빠에게 이 음식이 아니라고 몇 번을 설명했지만 아빠는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내가 언제부터 볶음밥을 알고 먹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젠 고향에서도 볶음밥에 파 기름과 돼지고기를 넣지 않은 곳이 많다. 그리고 나는 볶음밥을 먹으면 속이 안 좋아 고생을 하지만 고향에 내려가면 어김없이 파 기름에 돼지고기를 넣은 볶음밥을 찾아 먹는다.
세월이 지나면서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과 음식들도 변했다. 어린 시절은 시간이 지나 추억이 되고 그 시절 먹은 음식도 추억이 된다. 미용실에서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 먹던 시절로 돌아 갈 수 없듯이 그 시절 그 음식 맛도 다시 느낄 수 없다. 내가 추억의 맛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쩜 그 시절 함께한 사람들과 나만을 사랑해주신 엄마의 추억이 그리운 것은 아닐까.
추억의 맛은 언제나 그리움 속에 있고 나는 언제나 추억을 맛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