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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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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Dec 06. 2018

<부탁 하나만 들어줘>

눈 앞에 보이는 것과 믿음은 한 끗 차이란 걸 보여준 영화

※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로 영화를 관람한 후 쓰는 리뷰입니다.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출처: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사랑은 애초에 없었고

믿음은 진작에 죽었고

소망도 끝끝내 무너진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에밀리가 스테파니에게 말했던 것처럼. 어차피 사람의 진심은 그걸 말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영화는 미안해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게 진짜 우리의 민낯이니까.


처음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여자, 걸 크러쉬 매력의 에밀리와 귀여운 스테파니의 만남은 서로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휴먼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에밀리의 실종 사건이 등장하면서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독특한 영화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불편한 건 아니다. 오히려 유쾌하다. 자칫하면 막장이 될 수도 있는 이러한 컨셉을 마지막까지 온전히 끌고 가는 의지가 가상하다고나 할까. 여러 장르를 한 데 섞은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이자 능력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뿐만 아니다. 스타일리쉬한 연출 방식과 영화 속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통통 튀는 프랑스 노래들은 당당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영화의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3자 대면 씬은 인간의 정말 징글징글하고 추악한 모습을 보여준다. 애초에 진지하고 고상한 걸 기대했다면 우리 또한 정해진 선을 넘지 않으려 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내심 '도대체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다 이해가 된다. 눈살 찌푸려지는 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면 이미 게임은 끝이다.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이들의 코믹한 일화가 우리의 맘을 사로잡았다는 뜻이니 말이다.

출처: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테파니처럼 많은 사람은 매사에 조심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옳은 것만을 바라며 살아간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는 그런 것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비극적인 사고는 준비되어있든 준비되어 있지 않든 우리를 찾아온다. 교통사고로 인해 남편과 오빠를 잃어야만 했던 스테파니의 삶처럼, 매정하게도.


한편, 어떠한 불운에는 빌미가 존재하는 법이다.

이복오빠를 사랑했던 스테파니의 맘처럼.

에밀리가 차마 말하지 못했던 복잡한 가정사처럼.


그저 불운이었다고 하면 뼈저리게 슬프면 그만이다. 적어도 죄책감으로 내 맘이 무겁지는 않으니 말이다. 금방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고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되니 말이다. 그러나 어떤 불운에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의 빌미가 잡혀있기에 우리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

출처: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A Simple Favor.

간단한 부탁에서 시작한 일로 이렇게 많은 감정과 거짓말에 얽히고설키는 게 바로 우리 사이다. 숀의 시적인 표현처럼, 그녀는 아름다운 유령에 불과했다. 그녀의 세 쌍둥이의 이름을 딴 믿음, 소망, 사랑 또한 그렇다. 아름답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다가서려고 하면 본연의 모습을 채 드러내지 않는다. 겉으로는 좋은 것, 선한 것을 갈망하면서도 그런 것 따위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자 감춰진 진실이다.


친구 사이가 된 에밀리와 스테파니. 하지만 막상 경찰 조사를 받을 때는 에밀리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된다. 남편인 숀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을 쉽게 단정 지어 평할 수 없다.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뒤집는 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대비는 오늘날 더욱 두드러진다. 1인 방송을 하는 스테파니처럼 요즘에는 SNS를 비롯해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세상에 예전보다 훨씬 많은 말들을 내뱉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건 아니다. 많이 보여준다고 해서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그 착각이 감정을 낳고, 헌신을 낳지만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배반을 낳고, 갈등이 되고 피를 부르는 싸움이 일어난다.


세상에 던져진 많은 말만큼이나 많은 비밀을,

사람들은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출처: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에밀리는 페이스를 죽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영화는 페이스를 죽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눈 앞에 보이는 것(face)과 믿음(faith)은 한 끗 차이다. 서로 비슷한 발음만큼 똑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진실이 사람의 말을 통하면, 사람의 비밀스런 내면, 감정을 통하게 되면 가장 아름답지 않은 믿음을 만나게 된다. 서로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부서진 믿음. 그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진짜 믿음이다.


평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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