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화성에 떨어져 살아가다가 지구로 돌아갈 즈음에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몸 하나와 간절한 끈 하나. 불가능할 것 같은 순간에 싹을 보고 하나씩 상황을 극복해나갈 때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실수도 하고 실패도 맛보지만 다시 일어선다. 몸이 쇄약 해져 갔을 땐 내가 이 곳의 최초가 된 순간을 곱씹어보지만, 그게 생각했던 것만큼 기쁘지만은 않다. 어쩐지 외롭기도 하다.
우주영화는 삶이 고달플 때 힘이 된다. 절대로 우주 밖으로 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공포의 공간. 그러나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전경은 우리가 얼마나 우연처럼 이 삶을 지탱하고 있고 무너질 듯 포기하지 않으며 삶을 이어나가는 지를 절실히 보여준다. 그리하여, 우주로 우리의 시야를 확장할 때 현재의 삶에서 마주하는 온갖 계산적인 태도와 사소한 걱정거리들이 그 얼마나 무용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마션>에선, 어쩌면 정말 이상적으로 보일만큼 전 세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한 사람의 생존을 응원한다. 살아남겠단 의지 하나로 화성에서 감자를 심는 한 사람과, 한 사람의 귀환을 하나같이 바라는 많은 사람들. 그들의 생존과 응원에는 그 어떤 속셈도 없다. 우주영화는 나를 가장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길로 안내한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삶에 대한 어떤 미련도, 욕심도 다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이 뛰는 심장 박동 속에 마지막까지 굳건하게 남아 있는 그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