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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런 영화

<어프렌티스>

모든 시대를 아울러 성공으로 가는 저마다의 길을 떠올려보게 하는 영화

by FREESIA

본 리뷰는 1ROW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적을 이용하고, 두려움을 이용해야 해.
common (1).jpg 영화 <어프렌티스>

영화 <어프렌티스>는 2024년 또 한 번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트럼프를 앞세워 이 시대에서 성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통찰해 보는 가히 대담한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알 법한 실존 인물의 인생을 영화를 통해 건드린다는 것은 자칫 편향적인 관점에서 쉽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그 자체로 논란의 중심에 있을 법하다. 그러니 얼마나 뚝심 있게 감독 자신의 관점을 트럼프에 빗대어 끌고 갈 수 있을지가 이 영화가 맞서고 있는 최대 도전 과제였을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1970~8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영상 화질이나 현장감 넘치는 촬영 기법을 통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도 트럼프라는 사람 자체에 국한되기보다는 그의 삶을 통해 우리들의 인생 혹은 역사에 있어서의 승리(trump)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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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프렌티스>

이야기는 정치적, 경제적 거물이 되고 싶은 야망을 품고 있던 부동산 사업가 트럼프가 당시 유명했던 로이 콘 변호사에게 소송을 부탁하며 자신이 몰랐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내용이다. 여기서 영화 타이틀인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가 유명해졌던 리얼리티 쇼 이름이 '어프렌티스' 였다고 하는데 본래 뜻인 '수습생'이라고 본다면 이야기의 전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로이 콘 변호사와의 관계에서 그가 가진 승리의 비책들을 조금씩 배워 나갔던 트럼프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일 테다. 아마 트럼프의 인생의 큰 일부이기도 할 프로그램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대중이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에 가려진, 한 때는 인생에 있어서 '수습생'이기도 했을 트럼프를 보여주고자 의도한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영화는 트럼프와 로이 콘의 관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히 로이 콘이 누가 봐도 질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도 무조건 이길 수 있는 비결을 트럼프에게 가르쳐주는 시퀀스가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는 데 이런 장면들 하나하나가 지루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몰아치며 다가온다. 이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미국을 변호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로이 콘 같은 경우에는 로젠버그 부부 간첩 사건과 그때 이루어진 사형이라는 처벌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 목표가 미국 뉴욕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둘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미국을 위하는 일이라며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성공을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다. 거래를 하거나 협박을 하거나. 상대가 돈을 다루는 재력가이든, 법을 해석하는 법률가이든, 한 지역을 다스리는 정치가이든 그들 모두가 결국에는 '사람'이기에 인간으로서의 약점을 건드리기만 하면 그들을 제 입맛대로 구슬릴 수 있는 것이니까. 아이러니한 일이다. 로이 콘과 트럼프, 두 사람이 하는 모든 일들은 사명이라는 명분 아래에서 비윤리적이어도 눈 감아 줄 수 있는 것이지만 반대로 타인을 대할 때엔 그들의 직업적 사명보다 나약한 인간의 과오에 눈길이 더 간다는 것은.

common (3).jpg 영화 <어프렌티스>

'악마의 변호사'라고도 불리었던 로이 콘을 통해 승리의 비책을 체득한 트럼프는 어찌 보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인간으로 보일 만큼 그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흐름을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데에는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도 한몫할 것이다. 얼핏 외모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연기하는 실존 인물의 말투나 말의 속도, 제스처 같은 것들에도 신경을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트럼프 역의 세바스찬 스탠은 세상 물정 모르는 풋내기 시절의 트럼프뿐만 아니라 세월에 따라 나이가 들어 변하는 외모, 그리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업으로 자신감 넘쳤던 중년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연기했다. 어느 순간에는 실제 인물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 영화에서 트럼프와 함께 가장 중요한 인물인 로이 콘 역을 맡은 제레미 스트롱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완고한 입장을 내 보일 때 보이는 눈빛이 있는데, 마치 눈앞에 있는 게 아니라 저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한 표정들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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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프렌티스>

늘 궁금했던 것 같다. 전 세계가 전쟁의 불안에 휩싸여 있는 시점에 자신이 당선되면 곧바로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는 당찬 선언을 할 수 있는 사람, 트럼프의 이런 자신만만한 행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사실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앞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던 것처럼 젊은 시절의 트럼프부터 정치에 입문하기 전 일련의 과정들을 그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과 주변 인물들과의 접점을 중심으로 알아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 또한 로이 콘으로부터 협상의 비결과 인생관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트럼프였는데, 어느 순간 정반대로 뒤집히게 되는 이 두 사람의 관계성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두 사람의 팽팽한 구도로 끌어주어 성공 앞에서 한없이 처절해질 수 있는 인간의 양면성을 잘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많은 경우 누군가를 기억할 때에 그들의 독보적인 여러 업적이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기억하곤 하지만 어쩌면 사상이나 신념, 성공 그리고 더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 것들은 특정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사람을 따라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전승해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이 결론적으로 옳은 지, 비열한 지를 떠나서 말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보여지는 '로이 콘에서 트럼프로 이어지는 성공 방식'은 어떤 면에서는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정정당당하게 이길 수 있는, 애초에 승리의 '비결' 같은 것 따위는 필요하지 않은 명백한 성공의 길을 가는 사람의 존재를 떠올려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에서 보여준 성공의 길만큼, 아니 그 보다 훨씬 가혹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적어도 먼 훗날 돌이켜 봤을 때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성공이 그런 의미에 더 가까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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