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런 영화

<프란시스 하>

하, 인생이란 결코 완벽할 순 없기에 조금은 씁쓸한 영화

by FREESIA
제 직업이요? 설명하기 복잡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출처: 영화 <프란시스 하>

프란시스가 살아가는 모습이 나를 닮은 것 같아 영화를 보며 나 자신을 많이 돌이켜 보았다. 단짝 친구인 소피만을 거의 매일 만나며 나름 즐거운 나날을 보내긴 하지만 사람에게 온 마음을 줘버리니 돌아보면 남은 것은 프란시스 자신밖에 없음을 그녀도 어느덧 깨닫는다. 자기는 안 그런 척, 쿨한 척하려 해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엄청 신경 쓰고, 섭섭한 마음이 말과 표정으로 이내 드러난다. 조금은 부끄러워도 남에게 부탁하거나 의지해도 되는데도 그놈의 자존심은 가끔 아까운 돈 몇천 원 마저도 눈 감게 할 만큼 충동적이기도 하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흑백으로 표현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진다기보다는

색이 없기에,

빛이 없기에

그녀의 매일이 어제와 다를 바 없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준다. 그녀가 27년 인생을 살면서 꿈꾸던 현대무용수가 되지 못하고 옆에서 그저 맴돌기만 하는 프란시스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그녀의 마음을 굳이 색으로 표현한다면 회색이 아니었을까.


또한 이 영화에서 특이했던 구성은 그녀가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하나의 챕터처럼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그녀도 분명 자신의 꿈과 이상을 품고 고향인 캘리포니아를 떠나 뉴욕에서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녀가 하고 싶다고 해서 세상 모든 일을 마음껏 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구성을 바라보면 이런 현실에서 그녀에게 점점 압박처럼 가까이 오는 건 바로 '집' 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녀에게는 정착해서 살아갈 집이라는 공간이 필요했다.

제가 원하는 어떤 순간이 있어요. 이번 생에 그 사람이 내 사람이라서 언젠가 끝날 인생이라 재밌고 슬프기도 하지만 거기엔 비밀스러운 세계가 존재하고 있어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우리만 아는 세계.
출처: 영화 <프란시스 하>

처음엔 프란시스도 모든 걸 버리고 싶지 않고 붙잡고 싶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게 조금은 마음에 걸리지만 사랑하는 소피를 위하여 맘을 다잡았고,

무용수가 아닌 사무직은 내 길이 아니라며 단호히 거절하기도 했으며

안정적인 수입이 없음에도 무작정 프랑스로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걸 붙잡아 두려 해도 친구 소피는 애인과 매일같이 싸워대면서도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가끔 다가오던 남자애들도 다들 자기 짝을 찾아서 사랑이라는 걸 했다. 그리고 하나뿐인 친구에게 더 이상은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잘 지내는 척 거짓된 말들을 늘어놓으며 진짜 내 현실을 비로소 알았고, 또 갖은 말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자신을 보며 이제는 놓아줄 때가 왔다는 걸 그녀는 짐작하게 된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돌아온 줄로만 알았던 소피가 다시 이른 아침 프란시스의 곁을 떠났을 때 그녀가 변화로 향하는 가장 큰 심정적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프란시스는 그토록 바라던 일을 아니지만 먹고 살만큼의 돈을 벌고, 친구들과 선생님의 인정을 받으며 자기 집도 마련한다. 프란시스의 풀네임이 조금 접혀 비록 '프란시스 하'가 되어도, 그렇게 모든 걸 이루려 안간힘을 쓰지 않고 이루어낸 나 자신과의 타협이 비로소 행복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깨달았던 것 같다.

출처: 영화 <프란시스 하>

아이러니했다.

현실적인 행복을 위해 나의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꿈이어도 그 대가로 충분한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그 포기가 N포라 불릴 만큼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요즘 우리 청춘들의 모습 반영된 것 같아 이따금씩 마음이 짠했다.


온통 흑백인 그녀의 세상이 마지막에는 환하게 색이 입혀질 줄 알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흑백이었던 걸 보면, '나'의 일부를 포기하면서 얻는 현실적인 행복이 그 빈 공간을 대신하지는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가장 힘든 순간 가족의 곁으로 잠시 돌아갔던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평점: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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