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의 본질은 트루스에 있음을 알려준 영화
트루스 오어 데어?
트루스 오어 데어라는 게임이 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플레이어가 트루스를 택하면 다른 사람들이 묻는 질문에 오로지 진실만을 답해야 한다. 만약 데어를 택한다면 주어진 도전에 성공해야만 한다. 마지막 봄 방학을 즐기기 위하여 올리비아는 친구들과 함께 멕시코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폐가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게임 도중 그 남자는 의미심장한 말만 남기고 떠나게 되고,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그들은 이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고 그들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멈출 수 없는 이 게임 앞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텐가.
개인적으로는 블룸하우스 공포 영화 중에 <겟 아웃> 다음으로 괜찮은 영화였던 것 같다. 끊임없이 하루가 반복된다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했던 <해피 데스 데이>는 타임루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이 끝난 것 같아서 아쉬웠던 반면, 이 영화는 그들이 왜 이 게임을 멈출 수 없는지에 대한 연유를 밝혀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한, (개인차는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무섭지 않아서 공포, 호러 영화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빠른 전개에다 올리비아가 유튜브를 한다는 사실과 도덕적 딜레마의 부분에서 처음과 끝을 연결시켜 이야기가 깔끔한 편이면서도 강렬한 메세지까지 놓지지 않는다.
너희를 사랑하지만 멕시코 사람들 전부를 죽일 순 없잖아.
올리비아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선행을 잘 베풀고, 어떻게 보면 세상에 대해 불신하지 않는 정말 순수한 사람이었다. 이를테면, 유튜브 방송으로 봉사활동 관련 콘텐츠를 만든다던가, 폐지 줍는 노인에게 꼬깃꼬깃 돈을 건네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선한 행동이 세상을 도울 수 있으리라 믿는 그녀는 게임 초반 '친구들이 죽거나 멕시코 사람들 전부가 죽는 선택 중 어느 것을 택할래?'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친구들을 버리겠다고 말할 정도로 인류에 대한 사랑과 냉철한 윤리의식을 갖고 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도 비슷하게 언급되는 유명한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논제. 올리비아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명쾌한 대답과 확신을 갖고 있지만 영화 속 이 게임은 그 확신을 흔든다. 정말 목숨을 내놓아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여서라도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게 인간이다. 이러한 선택의 순간 앞에서 도덕심은 안중에도 없이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게 바로 인간이다.
영화 속에서는 돌아가면서 게임이 반복되기 때문에 뒤로 가면서 조금 지루해지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확실해지는 건 하나 있다.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트루스 오어 데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규칙이지만 사실 트루스를 택하든 데어를 택하든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진심'이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친구의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
사실은 다른 이를 좋아했던 마음.
남자 친구 없이 혼자서 버틸 수 있는 의지. 아버지를 향한 말 하지 못할 원망.
친구를 버리고 인류를 택하려던 자신의 윤리관.
게임은 이 모든 것을 시험한다.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던 진짜 진심을 회의하게 하는 것이다.
거짓말은 나쁘고 진실이 옳은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관념적이고, 이론적인 가치관을 떠나서 정작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얼마나 진심을 숨기고, 외면하면서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된다.
온통 거짓으로 들어찬 이 세상에서
진심을 깨닫는 것만큼이나 공포스러운 것은 없다.
평점: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