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런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파도처럼 밀려와 맘 속에 잔잔히 스며드는 영화

by FREESIA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셨어요.
movie_image (11).jpg 출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한국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함께이기에 행복했고, 때론 가슴 아팠던 가족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바람에 풍경이 스치우는 소리,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도란 도란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가족의 웃음소리. 사실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곤 하는 것이어서 그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들이 도리어 우리의 맘 속에 잔잔히 내려 앉아 감동이 된다. 그것이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가족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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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카마무라'라는 조용한 바닷가마을에 살고 있는 사치(아애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 세 자매는 오래 전에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아간다. 그 곳에서 의지할 곳 없는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가 왠지 모르게 신경쓰인 세 자매는 스즈에게 넷이서 함께 살자고 한다. 그렇게 스즈는 조금씩 바닷마을의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상에 둘러 앉아 함께 밥을 먹고, 아웅다웅 다투다가도 추운 날에는 코타츠에 발을 녹이며 붙어지냈다. 세 자매들도 어쩐지 속이 깊으면서도 밝은 스즈에게 정이 들기 시작한다.


아무 문제 없어 보이던 자매들에게도 각자가 마음에 짐이 조금씩 있다. 사치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었고, 요시노는 남자친구가 경제사정이 변변치 않아 걱정이고, 늘 엉뚱하고 밝기만 했던 치카는 사실 너무 어릴 적에 아버지와 헤어진 탓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적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는, 마냥 애처럼 보였던 스즈도 언니들 앞에서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에 대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고, 엄마가 보고싶은 마음도 고이 숨겨뒀어야 했었다. 하지만 그런 상처들도 자매들과 함께 있을 때엔 신기하게도 조금은 아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그들은 함께지내는 시간들 속에서 조금씩 가족에 대한 기억의 퍼즐을 모아서 함께 공유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매니큐어를 스즈에게 발라주고, 아버지가 즐겨드시던 잔멸치덮밥 이야기를 언니들에게 해준다. 가족 대대로 담가오던 매실주를 매년 담그고, 할머니가 담그셨던 오랜 세월이 담긴 매실주를 맛본다. 비록 함께 하고 있지 않았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기억을 나누는 방식으로 그들은 언제나, 늘 함께 있었다.


그 기억들 속에서 가족은 영원히 숨쉰다.


가족의 새로운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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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네 자매가 살고 있는 바닷마을에는 그들을 지켜주는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벚꽃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스즈에게 아름다운 벚꽃 터널을 보여주는 순수한 소년이 있었고, 어릴 적부터 가족처럼 맛있는 음식과 정다운 미소로 자매를 반겨주었던 식당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있었다. 소중한 사람이 곤경에 처하자 발 벗고 나서려는 동료가 있었고, 자신의 존재가 부끄러웠던 아이에게 보물이라고 말해 준 아주머니가 있었으며, 이젠 조금씩 너만의 것들을 찾아가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 때론 누구보다도 먼저 어른이 되어야 했을 네 자매들에게 소중한 인연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아마 이 세상엔 피로 맺어진 가족도 있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연으로 이어진 가족도 있는 게 아닐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


누구의 탓도 아니야.
movie_image (21).jpg 출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떠한 복잡한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세상의 모든 이치를 갖다 대도 들어맞지 않는 유일한 게 있다면 바로 가족일 것이다. 자매들을 떠나버린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어느새 그쳐버린 비같이 그저 미워할 수 없는 마음처럼 말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만으로 그 사람의 온기가 쉽게 잊혀지지 않듯 사람의 흔적은 잘 지워지지 않기 마련이다.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에.


그리하여 때론 너무 엄격한 잣대로 사람을 바라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분명 모두에게 나쁜 상황은 이따금씩 찾아온다. 그래도 가끔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에 먼저 눈길을 돌려야 할 때도 있지 않은가.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원망, 그리고 스즈에 대한 불편한 시선. 가족의 일이라면 더더욱 마음 아픈 순간도 잦을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마음에서 결코 멀리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도 있다.


movie_image (20).jpg 출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가족은 매실주와 같아서 세월이 담길수록 그 맛은 더욱 깊어진다.

우리는 그 세월 속에서 웃고, 울고, 다투고, 아파하면서도 끊임없이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간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이니까.


평점: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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