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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Sep 08. 2018

<서치>

확장된 사회연결망, 그 이면에 있는 소통의 부재를 시사하는 영화

전 제 딸을 알아요.
출처: 영화 <서치>

실종된 딸을 추적하는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PC 화면, 모바일, cctv 등으로 보여주는 독창적인 연출이 인상 깊은 영화였다. 어쩌면 현대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PC와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여 이제는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린 소셜 네트워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어, 페이스 타임 도중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것들을 바로 검색해보는 모습이나 기억회상을 동영상이나 사진 파일을 열어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주인공의 얼굴은 화면에 보이지 않더라도 마우스 커서가 멈춘 곳에 우리의 시선이 머무르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체험적 영화이자 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도식화하기에 아주 기발하고 적절한 방법이었다.


이렇게 기발한 연출 방식과 더불어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의 구성 방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까지 갖추고 있는 영화 <서치>는 겉으로는 스릴러 드라마라는 장르를 내보이면서도 확장된 소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오늘날의 인간관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여러모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모순점에 마주한 현대인


출처: 영화 <서치>

광역화된 사회 통신망을 통해 현대인은 확장된 의미의 인간관계를 갖는다. 실제론 발 디뎌본 적 없는 나라를 여행해볼 수 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전 세계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정작 진정한 친구는 없는 게 오늘날의 사람들이 마주한 역설이다. 즉, 우리의 유대가 얼마나 약해졌는지, 그리고 관계에 대한 깊이가 얼마나 얕아졌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오늘의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은 영화 속 여러 상황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 시간은 줄어들고, SNS 속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그들의 반응에 더 신경을 쓰는 10대들의 모습. 그리고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방대한 정보량 때문인지, 같은 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공감력을 상실하고, 감정에 무감각해지는 사람들. 실종된 마고에 대한 기사가 뜨자 유언비어의 추측성 가십들이 난발하고, 피해자나 아버지인 데이빗에 대한 모욕적인 댓글이 줄을 짓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실제로는 무관심하면서도 좋아요와 팔로워를 의식한 사람들이 위선적인 태도로 사건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SNS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친구를 맺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친구 한 명 없는 마고의 상황이 그저 낯설지만은 않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마고의 흔적을 밟으면서 마주하게 되는 이 비밀들은 아버지인 데이빗과 우리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당신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출처: 영화 <서치>

데이빗은 딸과의 관계가 예전만큼 원만하지 않다. 아마 사랑하는 아내, 마고의 엄마를 떠나보내고서부터였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빗은 서먹한 사이를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동생인 피터의 물음에도, 아는 학부모와의 통화에서도. 수사를 시작할 때에도 그가 내뱉었던 말은 '마고가 그럴 리가 없어.'였다. 한 아이의 엄마였던 로즈메리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이웃들 집에 방문해 엄마의 지위를 이용한 모금 활동을 하며 남몰래 돈을 모았던 아들.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추궁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아들의 잘못을 나무라지 않고 자기가 시킨 것이 맞다며 거짓말을 했다. 데이빗과 로즈메리 형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세상에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우리는 아무 문제없이 정상이라는 이미지만을 보여주고 싶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심리를 잘 묘사한 것 같다.


하지만 데이빗은 마고의 흔적을 조사하며, 텅 비었던 바탕화면에 빼곡히 펼쳐진 딸의 비밀들을 보게 된다. 괜스레 짠해지면서, 맘 한 구석이 공허해지는 장면이었다.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가 가장 모르는 사람일 수 있다. 그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거짓된 모습도 아니고, 잘못된 관계의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은 채 무작정 감싸주려는 모습도 아니다. 많은 친구들 속에서도 진정한 나의 사람 하나 없고, 가까운 사람에게 마저도 솔직한 마음을 내뱉지 못하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과 대화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평점: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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