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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Sep 02. 2018

<대관람차>

방 한켠, 먼지 쌓인 기타를 다시 들어 올리게 하는 영화

탈선이 아니라 열차에서 내린거예요.
출처: 영화 <대관람차>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기타 선율과 함께 일본 오사카의 고요한 풍경을 담아내는 이 영화는 한 편의 시였고, 솔직하게 써 내려간 가사였다. <대관람차>는 다채로운 하늘의 색을 담아낸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오며 여유로이 하늘을 바라봤던 게 언제였던가. 영화 속, 우주(강두) 또한 그랬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 불안한 삶을 살아온 우주. 죄송하단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는 늘 어깨가 축 늘어져있고, 눈빛은 힘이 없다. 이 남자의 삶에는 꿈이라곤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는 오사카에 출장을 왔다가 하루나(호리 하루나), 스노우(스노우)를 비롯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며 잊고 있던 자신의 꿈을 다시 펼쳐보게 된다. 


영화는 루시드 폴 음악의 서정적인 감성과 함께 잘 어우러진다. 특히 <물이 되는 꿈>을 노래하는 우주의 모습은 꿈을 찾아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영화에서 캡틴으로 등장하는 스노우 또한 원래 일본의 인디 뮤지션이라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곡들 대부분이 스노우의 편곡을 거쳐 이루어졌고, 그의 음악 또한 엿볼 수 있으니 가히 슬로우 뮤직 시네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버스킹 노래에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듯 여기 <대관람차>에 잠시 몸을 맡기고 고생했던 오늘 하루를 위해 잠시 쉬었다 가도 좋을 것이다.

출처: 영화 <대관람차>

우연한 만남. 그러나 인연은 곧 필연이 되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 우주는 30년 전에 봤던 아름다운 구름을 잊지 못하는 한 노인을 만났고, 더 늦기 전에 가족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직장을 떠나기로 결심한 회사원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실종되었다고 생각했던 직장동료 대정을 다시 만나게 되는 우연은 그의 현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한 때는 놓쳐버릴 것 같지 않았던 꿈이 그에겐 있었다. 바로 음악. 하지만 불안한 세상에서 그를 비롯한 많은 청춘들은 꿈을 잠시 접어두고, 남들이 걸어가는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소란스럽게 지나가는 기차소리는 매번 우주의 일상을 침범해 들어왔다. 그런 우주는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다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을 기찻길을 '탈선'한 것만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달리는 기차 옆을 따라 힘차게 밟는 우주의 자전거처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가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더 행복해 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꿈을 이루지 '못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스노우의 보트가 움직이지 않았던 게 부품의 고장이 아니라 단지 연료 때문이었던 것처럼. 그러니 늦지 않았다. 조금은 불안한 게 우리의 삶이다. 그런 삶에서 우리는 가끔 우주의 미아가 되기도 하고, 표류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왕이면 그 아름다운 우주를 즐기며 모험을 해보는 게 어떠한가.  

출처: 영화 <대관람차>

자신의 꿈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해 고민하는 우주의 이야기에만 그친다면 그저 낭만에 불과할 것이다. 영화는 이에 더 나아가 우리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안다. 우주가 찾아다니는 대정은 과거 선박사고로 인해 실종되었던 직장동료였다. 하루나의 어머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하루나의 아버지는 오랜 밴드 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의 아픔의 시간들은 우주와 하루나의 노래를 통해 어루만져진다. 힘든 기억이라 외면하지 않고,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는 음악의 마법 같은 힘은 우리를 다시 일어서도록 진심을 다해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영화 <대관람차>

대관람차는 낮은 곳에 머물러 있는 우리를 저 높은 하늘에 맞닿아 놓을 정도로 높이 들어 올린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적어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잊었던 광활한 하늘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다 준다. 대관람차는 계속 저 높은 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다시 가장 낮은 곳으로 되돌아오는 대관람차처럼 우리의 삶 또한 바로 이 땅 위에서 다시 펼쳐지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을 따라서, 동전에 운을 맡기면서 걷지 않아도 된다. 주어진 유한한 시간 속에서 그저 내 맘이 이끄는 대로 걸어가 보는 것도 좋다. 그러다 가끔,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하늘을 보자. 우리의 꿈은 고장 난 것도 아니고, 사라진 것도 아니다. 꿈은 늘 그 자리에 있다.  


평점: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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