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해 목숨도 바치겠다는 그 무모한 말이 조금은 맘에 와닿았던 영화
그녀가 노래를 하지 못한다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예요.
무대를 사로잡는 끼와 매력을 가진 밤의 여왕이자(Queen of the night), 모두가 그녀에게 모든 것을 가졌다고 말할 때, 그대가 아니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I have nothing)고 노래하는 이 여자, 레이첼 마론(휘트니 휴스턴). 그리고 그녀가 부르면 당장 그녀의 곁으로 달려가겠다고(Run to you) 말하는 이 남자, 프랭크 파머(케빈 코스트너). 당신을 언제나 사랑하겠다는(I will always love you) 이 마음만으로 모든 불안함을 이겨낼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운명적인 로맨스가 올 가을 극장을 다시 찾아왔다.
톱스타와 그녀를 지키는 보디가드의 사랑. 요즈음에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이 영화의 소재가 당시에는 거의 흔치 않은 스토리였기에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 <보디가드>의 흥행으로 경호원이라는 직업이 각광받기 시작하고, 영화에 등장했던 OST가 빌보드 차트에서 20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이 영화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스타의 주위에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레이첼과 가까이 있지만 조금씩 다른 의중을 갖고 있는 인물에 대한 의심은 영화 속에서 테러범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겉보기엔 같은 꿈을 꿔온 둘도 없는 자매이지만 레이첼에게만 향하는 세상의 관심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질투 어린 눈빛을 지닌 니키(미첼 라마르 리처즈)가 있었고, 레이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그녀의 삶을 망가뜨리려는 비뚤어진 사랑, 포트만(토마스 아라나)이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자 지명 카드를 말없이 집어 들며 핏자국을 지워내는 매니저 사이(게리 켐프)는 레이첼의 안전보다는 그녀의 성공에 눈이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친 것처럼 보여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그녀를 좋아하는 노란 머리 사나이도 있었다.
스타의 삶이란 이런 걸까.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그녀를 위협해오는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레이첼은 자신의 무대를 위해,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프로답게 활짝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무대를 장악한다. 사람들을 저지하려는 프랭크를 막아서며 'Queen of the night'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그녀가 그저 실력만으로 최정상에 오른 게 아니었음을 몸소 보여준다.
고독한 총성만이 가득한 주차장. 어김없이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등장하는 이 실력 있는 보디가드 프랭크는 과거 어머니의 장례식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순간, 자신이 경호하던 전 대통령이 암살된 사건으로 인해 남모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그는 또다시 레이첼을 잃게 될까 봐 매일이 두렵고 불안하다. 그래서 프랭크는 사랑 앞에서 도망쳤다. 레이첼의 주의를 경계해야만 하는 그가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철저하게 경비를 감시, 감독하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경계하는 것 뿐이었다.
이들의 사랑이 애절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쉬이 다가갈 수 없는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보디가드라고 하여 늘 그녀를 옆에서 지킬 수 있는 건 아니다. 레이첼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가수로서 무대에 서 있는 순간만큼은 멀리서 그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간극이 주는 불안함을 이들은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프랭크가 레이첼에게 준 신호기는 위험에 처하면 그가 달려올 거라는 믿음을 주었고, 레이첼은 자꾸만 불안해하는 프랭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자신이 그를 지켜주겠다며 위로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말만큼이나 무모한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랑이 누군가의 기대에 걸맞거나, 내가 그래야만 한다는 의무적인 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서로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래.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을 한 번쯤 믿어보고 싶어 진다. 온몸의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휘트니 휴스턴의 목소리와 함께 이 가슴 절절한 사랑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면 <보디가드>를 추천한다.
평점: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