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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Nov 11. 2018

<보헤미안 랩소디>

우리가 그들을 퀸이라 부르는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
출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분간은 퀸이 아닌 다른 음악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쿵, 쿵, 짝!' 발 구르는 소리와 손뼉 소리만 들려도 우리는 그 곡이 무엇인지 심장으로 느낄 수 있다. 퀸을 잘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퀸을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영화는 영국의 두 번째 여왕이라 불리는 전설의 록밴드 '퀸'과 밴드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사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영화화한 그들의 이야기는 다소 뻔한 이야기로 전락해버렸고, 그렇다고 해서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지도 못했다. 하긴, 누군가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데 반평생을 바쳐도 모자랄 판에 120분이라는 시간이 가당하기나 했겠는가. 사실 우리가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누군가를 온전히 스크린에 담아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비단 <보헤미안 랩소디> 뿐만 아니라 다른 전기영화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스토리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완벽하지 않다기보다는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더불어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을 비롯하여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과 무대 재현, 그리고 양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퀸의 명곡들을 한 영화에 적절히 담아내었던 시도 또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약 7만 2,000명 이상의 관중과 동시에 위성중계로도 150개국의 약 19억 명이 시청했던 역사적인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마지막 20분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퀸의 공연을 눈 앞에서 보는 것만 같은 전율과 감동을 안겨준다. 그 에너지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맘에 내려앉는다. 사랑과 인생에 대한 불안과 회의. 그러나 눈 앞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싸우는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퀸의 열원의 전부가 담겨있으니 말이다.


진심이 담긴 목소리


출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 그리고 공연장을 뚫어버릴 듯한 시원한 목소리와 솔직함으로 주무장하여 많은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한편, 영화 속에서 비쳐진 프레디는 정작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길 두려워했던 것 같다. 생일 파티에서 친구들에게 어렸을 적 사진들을 보여주길 민망해하던 것처럼. '파로크 불사라'라는 이름을 뒤로하고 '프레디 머큐리'라고 자신을 부르길 원했고, 또 그래야만 그는 비로소 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연신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을 강조하시는 아버지에게 보란 듯이 자신만의 길을 가버릴 정도로 당당했다. 그는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것을 거부하고 세상의 차가운 잣대에 저항하고 전혀 새로운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처절해지는 게 사람의 진심이다. 세상을 정복해버릴 것만 같은 카리스마로 무대 위를 활보하고 관중과 함께 노래하던 프레디도, 그게 어려웠다.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주위에는 사람이 없었고, 사랑이 없으니 외로웠다. 관심을 얻는 만큼 오해가 생겼다. 모든 것을 바로 잡고 싶었을 때는 이미 늦었고, 살고 싶다고 말할 때는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서 라이브 에이드에서 부르는 'Bohemian Rhapsody'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맘 속 깊숙이 들어와 파고든다. 현실이 힘들어 꿈꾸던 곳만을 바라보던 그가 '모든 걸 뒤로한 채 현실에 마주하려'(gotta leave you all behind and face the truth)한다는 가사가 그 순간만큼 격렬하게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메리의 진심이 담긴 말에 방황하던 자신을 되돌아본 프레디. 그리하여 갈등이 깊었던 퀸이 다시 모이고, 짐 허튼을 만나고, 가족을 다시 찾아오며 그는 진짜 본연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두려운 걸 두렵다고 말하고, 늦었단 걸 인정하고, 살고싶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경계는 허물어버릴 것만 같았던 이전의 프레디 머큐리도 멋있었지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는 순간의 프레디는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우리의 가슴을 울리게 한다. 그의 목소리는 회한으로 너덜 해진 영혼들에게 말한다. 더 이상 도망치지 말라고. 바로 지금이 현실을 바로 봐야 할 순간이라고. 


'보헤미안 랩소디'여야 하는 이유


출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Love Of My Life’, ‘Don’t Stop Me Now’ 등 퀸의 수많은 명곡들을 남겨두고 영화의 제목이 <보헤미안 랩소디> 여야만 했던 이유는 숱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퀸을 만든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단연 독보적인 곡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Bohemian Rhapsody'라는 곡 자체가 퀸을 최정상의 인기로 올려놓은 가장 위대한 록음악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곡이 세상에 등장했을 당시의 많은 비평가들의 아우성과 함께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혁신적인 면은 아마도 다른 밴드와는 다름을 추구하는 특별함, 세상에 그어진 편견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저항성으로서, 이 모든 것이 퀸을 대표하는 수식어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뿐만 아니다. 하드록을 넘어서 발라드와 아카펠라, 그리고 오페라라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평범함을 무력화시키는 이 곡은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의 한 편의 일생이기도 했다. 이민자, 양성애자, 스타의 삶, 창작의 고통 그리고 에이즈로 불안했던 그의 삶은 자기 앞에 주어진 한계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었고, 무수한 한계를 집어삼키는 행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는 퀸이라는 밴드를 이어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프레디 머큐리와 멤버들의 모습에 상당히 집중한다. 대사에서도 언급하듯 '밴드는 망하는 게 아니라 깨지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기억 속에 그 수많은 명곡들의 주인은 '프레디 머큐리'가 아닌 '퀸'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듯 밴드는 몇 번이나 흔들린다. 하지만 퀸은 한 명이 무너질 때 또 다른 멤버가 의기투합해 리드하기도 하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는 화음으로 뒤에서 받쳐주는 다른 멤버들이 있었다. 각자의 톡톡 튀는 색깔 때문에 이리저리 부닥치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조화로웠다. '퀸'이란 이름이 여전히 기억될 수 있었던 건 순전한 우연도, 한 명의 희생도 아닌, 프레디 머큐리, 존 디콘,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이 네 사람의 피보다 진한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출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노래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를 듣는 처음 그 순간부터 온 몸이 전율로 휩싸이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퀸의 목소리에 수만 명의 목소리가 화답을 해주는 순간일 테다. 가장 외로웠던 순간, 내가 부르면 그 부름에 응답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될 때가 있다. 프레디가 한 밤중에 메리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와 똑같이 램프를 껐다 켰다 해주길 바라고, 똑같이 잔에 술을 따르고, 사랑한다는 말에 사랑이란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밴드가 잠시 흔들렸을 때, 브라이언 메이가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We Will Rock You'라는 노래를 만든 것처럼.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노래 하나로 사람들은 하나가 될 수 있다. 그게 물리적인 거리이든, 마음의 거리든. 그게 음악이 가진 힘이고, 퀸의 노래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다.


'almost everything'이라 하는 영화 속 대사처럼, 완벽한 것보다는 그 완벽함에 거의 다다르는 것이 주는 감동이 있다. 완전한 성공보다는 혹독한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고 일어서는 실패자의 모습이 더 아름답고, 한계를 다 무너뜨린 자의 의기양양함보다는 한계를 정면 돌파하러 가는 이의 의연한 뒷모습이 더욱 찬란하다. 하늘도 뚫어버릴 것 같은 당당한 패기로 삶을 노래하는 퀸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로 하여금 우리는 한 번 더 이 불안한 삶을 살아볼 용기를 가져본다. 


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And we'll keep on fighting till the end. 

'Cause we are the champions of the world.


평점: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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