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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Sunny Day: 첫 번째 편지

다정한 하루

by Dear Yoor Day

안녕? 잘지냈어?

이 곳 포틀랜드는 늦여름이 지나가고 가을비가 오더니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

너는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도쿄에서 어떤 불편하고 낯선 것들이 너에게 어떤 신선한 변화를 주는 지 궁금하다.

너가 보내온 편지를 보며 내가 처음으로 포틀랜드에 왔을 때가 생각나더라.

나도 너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


처음에 포틀랜드에 정착할 때는 새로운 환경이 주는 설레임으로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새로움이 주는 설레이는 순간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변해갈 때 갑자기 공허함과 막연한 불안감이 나를 덮쳤어. 나는 그 공허함과 불안감의 이유를 ‘현재 타지에 사는 이방인이기에 느끼는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때의 내가 느끼는 공허함과 불안한 마음을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한 ‘외로운 감정’ 때문 이라고 일반화 시켰지.

그 즈음에 한국에 잠시 나갔다 올 기회가 생겨서 내가 나고 자라온 익숙한 환경과 친근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 불편한 감정은 해소되겠지라는 안도감이 들었어. 하지만 익숙한 환경으로부터 되찾았다고 생각한 안정적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고, 내가 느끼는 공허함과 불안감은 사라져있지 않더라. 그 때 깨달은 건 너가 말했던 것처럼 달라져야하는 것은 ‘나’라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내가 변화하고 싶다면 환경과 주변 사람을 바꾸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건 바뀔 수 있는 ‘내’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겠더라. 그 후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그 당시 느꼈던 공허함과 불안감의 이유와 직면하는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


'매사에 두관식이기 보다 미관식인 인간이었다. 그 때 그 때의 흥미와 처한 상황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연들을 따라서 시간의 보폭대로 걷다가 'ㅇㅇㅇ' 가 되었다. 라고 마지막 문장을 맞닥뜨리곤 하는 식이었다.’

- 김혼비 다정소감


첫문장을 읽자마자 묘한 동질감을 느꼈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만 할 것같은

현대사회에서 미괄식인 인간이 스스로가 나의 이샹향 두괄식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 하고 받아들이는데 까지 혼자의 세계에서 스스로와 고군분투하는 마음.

그럼에도 누구보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늘 지켜내려는 순간들.

그 시간들이 지나니 나를 있는 그대로 편하게 인정하는 용기가 생기는 날도 오기도 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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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나의 일상을 더욱 차곡차곡 채워나아가야 내가 만난 우연과 작은 불편함을 겸비한 일상이 흔들림이 있을 때 마다 더 단단히 나를 잡아주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확장 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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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의 작은 불편한 다정함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건 혼자서도 맛있는거 잘 챙겨먹기.

아침 식사로 무화과 오픈 토스트를 해보았지. 무화과 토스트의 레시피는 어렵지 않아 자주 해먹을 수 있을 듯해.

토스트한 사워도우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예쁘게 잘라놓은 무화과를 얹어 꿀은 얹어주면-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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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매일매일 내게 다정하지 않아도 나는 내가 매일매일 다정해지려는 사람일 수 있엇으면 좋겠다. '다정하다'라는 것은 어쩌면 '상태'로서 내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도'로서 내가 실천하는 것이다.

- 백수린다정한 매일매일


나는' 따뜻하다'라는 형용사를 좋아해.

우리 강아지가 주는 따뜻한 온기가 좋고 나의 가족이 건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안부가 좋고, 추운 겨울에 입는 포근한 스웨터와 같은 따스한 느낌.

나열하다보니 따뜻한 삶 또한 역시 항상 지향하며 그런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한 또 다른 자아를 발견했네. 물론 여전히 너무 중요하지만 목적과 목표 성취에만 초점을 맞춰 나답지 않은 모습만 원하고 쫒기만 하던 조급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네, 무화과 토스트를 만들며.

아이러니 하게 내 일상에 변화를 주려는 작은 불편함이 나를 다정하게 대해주는 '태도'가 될 수 있다는 것.

건강한 음식의 레시피를 찾아보고 만들어 먹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도 삶의 작은 순간순간을 의식적으로 다정하게 대해주는 태도가 된다는 것

재밌었던 생각의 전환을 갖게 되었어.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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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건, 힘이 부쳐 주저 앉아버리는 순간에 문득 펼쳐 볼 수 있는 다정한 기억들을 서로의 마음에 하나씩 쌓아 올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

- 김혼비 다정소감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주변 존재들에게서 얻는 다정함에서 느끼는 감사함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줘. 너와의 수다타임이 종종 그립다.

미괄식인 인간이 오늘 하루를 차곡히 채워나가기 위해 다음 편지까지 일상의 새로운 불편한 습관을 인내하며 잘 지내고 있을게.

건강 잘 챙기고 답장 기다릴게.


- Sunny -

https://youtu.be/XIyP045cv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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