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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Yoor Day: 첫 번째 편지

건너가는 사람

by Dear Yoor Sunny Days Feb 13. 2025

잘 지냈어?  

이 곳의 공기는 아주 눅눅하고 뜨거워. 

파아란 하늘과 엄청난 뭉게구름만 보면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 것만 같은데 말야.

정신없는 시간이 흘러가버렸어.

이사를 그렇게 자주 해도 적응같은 건 전혀 되지 않네.


나를 뺀 세상의 전부 책머리글, 나도 좋아서 적어두었던 구절이야!

“삶 자체가 주장” 이라면, 삶으로서 드러내 보일 수 없는 것은 그 어떤 말이나 글로도 대체할 수 없겠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흔한 진리이지만 알고 있다고 모두 하고 있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우리의 고민도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나 스스로가 되고싶은 모습과 방향을 아무리 말로 하고 글로 적어도 결국 하지 않아서 “아직” 되지 않은 거라는 걸.

‘다짐’이 아닌 ‘행동’으로서만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


“꿈이란 것도 이루거나 이루지 못하거나 두 갈래만 있지는 않으니, 그 사이에 내가 발 뻗을 자리를 만들어보는 나. 

언제나 성취와 단념의 그 사이에서 내가 숨 쉴 자리를 찾곤 하는 나” 

                                                                                                - 김소연《나를 뺀 세상의 전부


무엇에 푹 발을 담그는 게 언젠가 부터 무서웠던 거 같아.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게 될까?’ ‘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를 늘 먼저 고민하는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안 해야할 이유는 늘 해야할 이유보다 많은 것 같거든. 그래서 어떤 한 가지에 매진하는 걸 두려워했지.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는 건 즐거워. 정말 푹 빠져있는 사람들 말야.  그래서 한껏 화를 내고, 한껏 실망하다가, 마침내 온 힘으로 기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렇게 얻은 기쁨과 전율이 마음 속 깊숙히 뿌리내릴수록 과감히 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이 아닐까.

이곳 저곳을 건너다니며 사는 동안 내 안에 알맹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곤 했어

대학을 나왔고, 결혼을 했고, 겉으로 봐선 부족함이 없는 삶인데 대학졸업장, 배우자, 배고프지 않은 매일로 나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어서였지. 내가 공부한 것, 선택한 사람, 주어진 조건들. 이 모든 것들을 다 활용해서 나라는 사람을 더 확장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 주저하다가 나는 계속 떠나고, 다시 자리를 잡으며 살았던 것 같아. 새로운 곳으로 가기 전엔 ‘여기’가 아닌 ‘그곳’이 정말 다를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알게되지.  달라야 하는 것은 ‘나’인걸.


김소연 시인의 나를 뺀 세상의 전부 속 <인간의 사랑할 만한 점> 이라는 챕터에는 김소연 시인의 수업을 들으러 오는 머리가 희끗한 수강생의 이야기가 나와. 젊은 수강생들 사이에 앉아 수업을 듣고있는 자신이 재능은 있는지, 계속 글을 쓰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고 이제는 그 답을 알았으면 한다고 시인에게 묻지. 그 수강생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 지 모르던 시인은 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속에서 이 문장을 그에게 적었어.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건너가는 도중도 위험하고, 뒤돌아보는 것도 위험하고, 덜덜 떨며 멈춰서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한 점은, 인간이 다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의 사랑할 만한 점은 인간이 건너감이고 몰락이라는 데 있다. 나는 오로지 몰락하는 자로서만 살아가는 이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저편으로 건너가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 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인간이라서, ‘다리이지 목적이 아니라’서, 저편에 있는 다른 인간과 연결되고 서로를 건널 때에 비로소 배우고 확장하는 것 같아. 어느 한 곳에 정체되고 웅크려 있을 때보다 두 발로 성큼성큼 건너가고 몰락함으로서 우리는 가장 인간다워질 수 있는거라 생각해. 이전엔 오롯이 혼자, 익숙하고 편한 것들 속에서 안정을 찾았는데 낯설고 불편한 것들을 마주할 때 오는 정신적인 환기가 결코 허투루 쓰이지 않는 경험치가 되어 나에게 남는다는 걸 이젠 알아. 그래서 매일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지는 이 낯선 타국에서 계속 그렇게 불편함에 나를 길들이며 잘 지내보려구. 그러니 너도 건강하게, 해볼만한 불편함을 너의 것으로 늘려가며 잘 지내길.

답장 기다릴게, 


도쿄에서 

-Y-

https://youtu.be/KXlz3egN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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