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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Sunny Day : 세 번째 편지

쉬어가기

by Dear Yoor Day

안녕! 잘지냈어?

일본의 후지산이 마치 오레곤의 후드산과 오버랩되면서 괜히 반가웠어. 우리는 각자 미국과 일본에 살아서 물리적으로는 서로 멀지만 만년설이 덮여있는 휴화산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기분 좋은 느낌도 들면서.

나는 지난 몇 주 동안 감정이 휘몰아치는 시간을 보내고 서서히 잔잔해진 감정을 붙잡고 이번 주말을 시작했어.

정말 푹 쉬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잘쉬는 쉼’이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라

나름 여유를 챙기는 시간도 가지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여유가 불안함이 되는 기분으로 흘려보내는 시간을 나는 ‘쉼’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던 것 같아.

그래서 생각한 내 이번 주 ‘잘 쉬는 쉼’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나의 마음 돌보기로 했어.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선물받은 요가복을 입고 요가원으로 나섰어.

한 껏 움츠려 든 몸과 마음으로 맞이하는 가을 아침 공기가 차다.

찬공기가 주는 자극이 나의 움츠려 든 마음을 한번 두드리고 가는 듯 해.

‘얼른 일어나. 잠들어 있는 모든 감각을 어서 깨워야해’ 라면서.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나무바닥과 나무들이 큰 창문넘어로 보이는 곳이야.

그 공간에 있는 것 만 해도 왠지 기분이 좋아져.

요가하는 동안에는 요가 선생님이 알려주는 동작들을 따라하느라 바빠. 그래서 요가 동작을 따라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서 좋아. 지금 요가매트 위에서면 존재하는 ‘현재의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순간들이 주어져. 오늘은 조금 욕심을 내서 호흡 한번 더 깊게 들이마시며 평소보다 팔, 다리를 조금 씩 더 뻗어보았어. 도전이라면 도전이라 할 수 있겠지? 이 순간에는 나를 믿고 스스로 할 수 있다며 나에게 욕심부리는 순간이 좋더라.

또 ‘도전’이라는 단어가 나왔네. (ㅋㅋ) 도전은 언제나 나에게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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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가 끝난 후엔 근처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 courier coffee 를 갔어.

얼마 전 도서관에서 빌린 책, 페트릭 브링리 작가의 ‘나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 를 읽으려고. 나는 늘 아이스 라떼를 선호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따뜻한 라떼와 하나 밖에 안남아보이는 카눌레를 시켰어. 그런데 일하시는 분이 오늘 카눌레가 이상한 모양으로 베이킹되서 팔 수 없다며 나에게 선뜻 내주었어.

생각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까눌레로.

베이킹된 모양이 이상하다 했지만 맛은 까눌레 그 본연의 맛이었어.

역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속에 있는 본질이 더 중요해. 그렇고 말고.

요즘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내면의 튼튼함에서 오는 안정감이 더 멋있게 느껴져.

불안할지언정 그 속에서 한켠의 여유로움을 가지는 것.

외부의 잡음들 속에 나만의 평화를 유지하며 나를 지켜내는 것.

마음의 여유 한켠을 가진다는 것은 현재의 나에게 어려운 숙제 중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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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여정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추구하던 성장과 변화를 마무리 짓는 최종 목적지 같은 시기라 생각하는 쪽이 편했다. (..) 그러나 이제는 내 삶이 지금 보이는 지평선 너머까지 뻗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의 관록은 갖추게 되었다. 삶은 휘청거리고 삐걱거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테고, 그 방향을 나 스스로 잡는 편이 낫다는 것도 알게됐다. 다시 말해 내 삶은 여러개의 챕터로 되어있고, 그 말은 현재의 챕터를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 페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



책의 문장들과 지난 편지에서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후지산 봉우리를 보면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는 너의 마음을 보면서 내게 지금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했어.

나아가고 있다면 언젠가 목적지에 다다를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혹여나 내가 생각한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구름 걷힌 후지산 봉우리와 같은 풍경을을 볼 수 있다는 믿음. 이러한 믿음이 곧 내 삶의 방향키를 스스로 쥐게 하는 힘이 될테니까.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친구의 편지를 다시 읽으며 위로받고 있는 지금, 내가 정의하는 ‘진짜 쉼’ 이 된다. 차오르는 숨을 한템포 늦추며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행선지로 발을 옮겼어.

커피숍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포틀랜드의 자랑, 파웰서점에 잠시 들렸어.

1971년에 오픈하여 전세계 제일 큰 독립서점이야. 내가 서점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구경하는 구간, 베스트셀러 책들과 신작이 놓인 책장. 베스트셀러 책을 보면 현재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수있어서 재밌더라구. ‘진짜 쉼’과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방법’ 같은 책들이 많더라. 나열된 책들을 보며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 많네? 하는 생각을 하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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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점에서 나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미술관.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매카트니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예전에 한국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전시회였는데 그의 사진의 색감이나 기록하고 싶어하는 일상의 순간들을 담은 그의 시선이 따뜻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 전시는 1963년과 1964년의 기간동안 찍은 비틀즈 멤버들과 그의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전이래. 그 시기는 비틀즈가 미국에서 큰 흥행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어. 그 빛나던 시절을 담은 시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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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록으로 남잖아. 어제와 다름 없는 일상일 수도 있지만, 일상 속 빛나는 순간들을 기록하며 자칫 당연히 여길 수 있는 삶의 순간들의 소중함을 상기시켜주기도해. 그 순간들을 인지하고 발견해낸 것만으로도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을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될 수도 있고, 삶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겠다고 느껴짐을 이야기하는 듯 했어.

전시회를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는 빛나던 비틀즈와 동시대를 살며 한켠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법한 어른들이 계셨어.

폴매카트니의 시선으로 담긴 비틀즈 사진들은 그들에게 추억을 넘어 어떤 의미였고, 어떤 감정으로 확장되었을까.

나는 사진전의 사진들을 보다보면 화려했을 그들의 모습보다 그들의 백스테이지에서의 모습과 이상의 사진들이 더 눈에 담기더라.

그들만 아는 이야기를 내가 볼 수 있는 특권이 생긴 것 마냥 흥미롭더라구.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과 같이.

나는 긍정적인 마음의 상태에 있을 때 마음의 평안을 잘 느끼는 편이야. 하지만 살다보면 항상 긍정적인 일만 있을 순 없잖아. 요즘은 많은 일들 속에서 생각을 긍정의 마침표로 찍기보다는 부정의 물음표를 얹으며 생각을 마치는 시간이 많아졌어.

그래서 일부러 부정적인 감정들을 억압하고 긍정적이려고만 노력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 그렇게 하면 할 수록 청개구리 처럼 좋은 것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기분이 더 많이 들더라구.

감정은 긍정적인 것 뿐아니라 부정적인 것 까지 모두 우리가 느끼는 당연한 감정들인데 말이야.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고 끊임 없이 자신을 이상에 견주어 측정하면서 살다보면, 어느새 많은 단순한 감정들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인간성에서 큰 부분을 잃게 된다. 편안함과 즐거움과 재미를 잊게 되고 현재를 살아간다느 감각과 최소한 순간적일지라도 현재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감각을 잃게 된다.”

-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긍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서 부정적인 감정 또한 당연한 감정임을 인정하면, 오히려 감정에 지배되지 않더라. 이 불편한 감정들을 회피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진짜로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시작인 것 같아. 내가 앞으로 배워나가야할 삶의 태도. 불안한 감정들이 치고 들어올 때도 늘 마음의 여유 한 켠을 갖는 법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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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할 수 있는 인간, 복잡한 감정과 흠과 결함을 갖고 있는 인간이 되어도 된다는 게 얼마나 안도감을 주는지 몰라요.”

-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모든 순간들과 생각들도 결국엔 내면이 튼튼해져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유연해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라 생각해.

‘진짜 쉼’을 찾아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채운 주말을 보내면서 새로운 한주도 화이팅이야.

너의 하루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하기를.

포틀랜드에서,


https://youtu.be/zVoEwR7J5bw?si=kyBl-_hwW0nl2dQ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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