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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Dec 12. 2021

고생끝에 비니 온다.

판매는 한끝 차이라는 사실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서비스


불과 이틀 , 나는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한 비니를 사러 ak백화점에 들렀다. SNS,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바이럴 되고 있는 비니였다. 나는 시간이 없었기에 오늘 사야만 했다. 나의 구매 목적은 확고했고 수량만 있다면 바로 결제를  태세였다. 비니의 색상, 가격  정보를 이미 확보해뒀기 때문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매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핫 아이템인 비니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비니를 사러 왔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쭤봤다. 직원은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 밑에 있다고 말했다.


잠깐 판매자 관점에서 보자면, 매장에 정확한 아이템을 염두해 두고 온 고객은 너무 반갑다. 고객의 정확한 목적이 있으며, 구매의사또한 미리 밝혔기 때문이다. 공들여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비니의 장점과 인플루언서 효과 등을 언급하지 않아도 친절히 위치와 재고만 알려주면 고객의 목적을 달성하기 수월하다.


물론, 소비자 관점에서도 반갑다.

재고만 있으면 된다. 결제하고 나오면 된다.

나의 시간도 아끼고 목적도 달성하고 일석이조다.

굳이 변수를 생각하자면 재고의 유무다.


조금의 기대를 안고 방문했기에 변수를 마주하면 실망할 것 같았지만, 실망은 고개도 못 내민 체 다시 들어갔다. 바로 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윈윈 하는 구조 속에 나는 비니를 집었고

두 가지 색을 결제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했다.

내가 모아둔 마일리지를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할인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유는 마일리지 차감을 하려면 직원용 사이트에서 나의 아이디를 조회해야 하는데, 사이트 마비라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결제금액의 20%가 마일리지라 꼭 할인을 받고 싶었다.


하나 직원이 하는 말은 그냥 결제를 하면 안 되겠냐고 했다. 나중에 오셔서 다른 거 사시고 할인을 받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오늘 구매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했고, 할인이 되지 않으면 구매를 포기하기로 했다. 아쉬웠지만,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매장을 나오며 잠시 생각했다.


‘사이트가 마비된 건 진짜일 거야, 근데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흔히 매장들이 겪는 사례이지 않나?’


생각을 멈추고 내린 결론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곧장 인근 롯데 백화점으로 향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여기까지만 가보고 말자는 생각을 했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직원에게 말했다.


‘죄송한데, ak점에서 브랜드 사이트가 마비라고 해서 여기로 찾아왔는데 혹시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이 비니 두 개를 결제할 수 있나요?’


그러자 그 직원은 이전 직원과 다르게 대답했다.


‘사이트는 마비되었는데, 제가 확인하고 차감해드릴게요, 복잡할 수 있는데 다음날 전산에 입력하면 되거든요!’


나는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그분은 친절한 말투와 어떻게든 팔려고 하는 목적이 있었다. 새 상품을 바로 꺼내 오늘 들어왔다며 좋은 기분으로 구매하실 수 있다고 추파를 던졌다.


흔들리는 나의 눈동자를 통해 노심초사하는 내 마음을 읽었을까? 아니면 말투에서 느꼈을까.

뭐가 됐건 그 직원은 나에게 비니를 잘 팔았다.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며 생각했다.

제품과 브랜드는 고정값이었지만,

직원이 변수였다라는 것을.


첫 번째 직원은 당장 오늘 사고자 하는 나의 마음을 읽지 못했고, 해결할 수 있지만 복잡한 과정을 귀찮게 여겼던 것 같다.

반면, 두 번째 직원은 복잡함을 넘어 판매할 수 있다는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비스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있으며

고객의 행동과 마음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판매자에겐 작고 사소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겐 크고 귀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사례 안에는 설득, 문제 해결, 의도 파악 등 여러 가지 배움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분명한 목적이 있는 소비자를 확실히 만족시킨다면불분명한 목적의 다수의 마음도 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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