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이나 바뀌었는데...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서비스
다사다난했던, 순댓국집 이야기.
친한 지인의 집 앞엔
1년에 세 번이나 바뀐 가게의 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육개장으로부터 시작된 그곳은 곰탕집을 거쳐
지금의 순댓국집이 되었다.
1년에 세 번이나 바뀔 정도면 나름 빈번하다 생각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두 가게를 모두 경험해본 입장에서 이야기해보겠다.
육개장집은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셨다.
그런데 모든 음식의 간이 밋밋했다.
곰탕집은 맛이 진국이었다.
하나 음식에 파리가 나왔는데도
화를 내셨던 사장님이 계셨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맛은 기본이며 손님의 경험을 아름답게 해주는 곳이 그 터에서 살아남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순댓국집의 현재 어떤 모습은 어떨까?
우선 입점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왜냐하면, 지인이 살고 있는 집의 세입자들과의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인의 집을 걸어 나오면 5초도 안돼서 보이는 집이 순댓국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순댓국집이 오픈하고 입간판을 크게 세웠는데
LED 등이 말썽인 것이다.
LED 등이 새벽까지 깜빡거렸다.
사이키 조명처럼 말이다.
세입자들은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불빛에 잠을 못 이룬 듯하다. 참다못한 세입자 한분이 순댓국집에 방문해 이야기를 한 듯싶다.
물론, 지인의 집으로 세어 들어오는 불빛에 지인도 기분이 마냥 좋지 않은 상태였다.
시작부터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번에도 가게가 바뀌면 안 될 텐데...' 라며
속으로 바라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LED 등이 교체되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차분한 빛이었다.
이젠 집으로 세어 들어오는 빛도 없었다.
다사다난한 순댓국집의 시작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알고 순댓국집을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는 두 가지 포인트에 놀랐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 보이는 사장님의 모습.
두 번째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굉장히 서비스 친화적이라는 것.
이번 순댓국집은 느낌이 좋았다. 왠지 맛도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우린 호쾌한 인사와 함께 자리를 잡았고,
순댓국 하나와 뼈해장국을 주문했다.
이어 밑반찬이 나왔다. 근데 밑반찬으로 치기엔 다소 어색한(?) 귤 두 개가 있었다.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음식 나오는 동안 입가심 좀 하셔요~ 귤이 많이 들어와서 남았어요~'
우린 감사를 표했고, 달달하고 상큼한 귤을 먹었다.
그 후 음식이 나왔다.
'순댓국, 뼈해장국 나왔슴다~ 뜨거우니 조심해서 드세요옹~'
말투가 굉장히 특이했다. 말투가 특이하리만큼 음식의 맛도 긍정적으로 특이했다.
우린 입장부터 귤, 음식, 서비스까지 이만하면 너무 감사한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이전의 육개장, 곰탕집과는 대조되었다.
하지만, 내가 느낀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바로, 다른 손님을 향한 사장님의 행동이었다.
설명하자면, 가게에 어르신 한분이 들어왔다.
깊게 눌러쓴 모자와 다소 추위를 느끼는 모습인 듯했다. 단골인지, 처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은 모자를 벗고 순댓국을 주문했다.
주문의 과정에서의 대화가 특별했다.
어르신 : 저기요, 순댓국 건더기 반만 넣어주세요 딱 반만, 그리고 국물 많이 줘요~
사장님 : 순댓국 건더기 이거 몸에 좋은데~ 지금 같은 날씨에 든든히 먹어야죠~ 안 그래요 어르신?
어르신 : 잘 못 씹겠어~ 따뜻하게 국물만 먹을래~
사장님 : 아~ 그렇게 해드릴게요~ 그런데 어르신 이발하셨어요?
어르신 : 어떻게 알았대~ 부끄럽네..
사장님 : 훨씬 젊어 보이는데요? 어디서 잘랐어요? 나도 자르게~
어르신 : 허허, 말이라도 참..
사장님 : 우선 귤 차가우니 천천히~ 드시고 계세요. 음식 얼른 해드릴게요~ 이발도 하셨는데 맛나게 드셔야지~
넉살, 배려, 목소리, 호흡 모두 온전히 그 어르신을 향해 있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어르신의 포근한 웃음에
나도 괜스레 마음이 따뜻했다.
나는 사장님에게로부터 배웠다.
넉살도 누가 하기 나름인 것이며,
어찌 보면 까다로운 고객의 요구사항 이더라도
불만, 불편한 내색 없이 수용하며 배려를 해줬다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육개장, 곰탕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우린, 식사를 마치고 결제를 하고 나왔다.
사장님은 우릴 향해 웃으며 또 한 번 꼭 와달라고 부탁하셨다.
우린 생각했다. 가게의 터가 자주 바뀌는 이곳에 처음으로 또 가야 할 가게가 생겼다고.
맛과 정성, 배려와 서비스, 넉살과 목소리톤.
서비스의 기본이지만, 힘든 자영업자들의 곡소리와 우울을 자주 봐왔기에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분명 다른 사장님들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나는 사장님의 어린 모습에서 나오는 부드러움과 묵직함을 보았다.
터가 자주 바뀌는 곳임에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호기롭게 시작해보겠다는 다짐이 보였다.
음식을 먹음과 동시에 좋은 경험을 했다.
하나하나 관찰하다 보면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왠지 그 순댓국집은 잘 될 수 있을 것만도 같다.
점심에 잠시 나가보니 손님이 바글바글 하다.
보험사가 많은 상권인데, 점심 하나만큼은 확실히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장님의 초심이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
행여 힘든 모습을 보이시더라도
내가 힘내라고 이야기해줘야겠다.
자영업자들의 고군분투가 꼭 비극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순댓국집 느낌이 심상치 않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