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경험 이야기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서비스
정성스러운 답변과 전문성 있는 태도는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다. 여러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는 직원의 태도와 눈웃음 섞인 친절은 우리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사실.
나와 지인은 신발을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 크게 세 가지 후보군을 정해놓고 매장에 입장했다. 매장엔 여러 명의 스탭이 있었고 고객은 우리와 다른 한 팀뿐이었다. 매장의 사이즈는 꽤 컸지만, 주말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다소 공허해 보였다. 여러 명의 스태프들로 업무 인원을 구성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미비한 시작이었다. 한편으론 북적이지 않은 공간 속 우리가 편하고 여유롭게 신발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문득 드는 생각은 코로나로 인해 확실히 오프라인 매장들의 고객 밀집도가 예전 같지 않다. 나이키도 오프라인 매장을 점차 축소하고 온라인 사업 집중을 밝힌 바 있다. ZARA의 경우에도 오프라인 인력을 감축했다. 또한, 온라인 모델컷을 확장하고 모델들이 집에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편안함과 현실성을 던졌다. ZARA는 한국인들에게 다소 동떨어져 있는 옷이란 인식도 있다. Asia Special 상품을 제외하곤 유럽 체형을 본떴기 때문에 기장이 길거나 난해한 옷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과 인식을 조금 누그러뜨린 것이 바로 아래의 사진과 같은 캠페인 화보다. 좀 더 현실성 있고 친근함으로 다가온 home cut은 소비자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온라인의 확장으로 인해 오프라인은 여러 경험적 측면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선 서점의 향기를 확산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매대의 확장을 통해 공간 경험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SPA나 스포츠 브랜드에선 고객과 밀착 동행을 하고 있다. 고객은 다소 부담으로 느낄 수 있지만, 오프라인의 고객 한 명은 굉장히 소중한 존재로 부각되기에 한 고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매장과 직원들의 열정인 것이다. 일례로 집 근처 나이키에 입장하면 고객 한 팀당 무조건 한 명의 직원이 붙게 된다. 계속 말을 걸면 고객이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상품의 정보나, 위치에 대해 망설이는 찰나에 직원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직원들은 좋은 타이밍에 대해 매뉴얼 교육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열정이 불러온 행동이었을까.
그래서였을까. 우리가 방문한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직원 A 한 명이 붙었다. 편하게 둘러보고 사이즈를 말씀해달라고 했다. 아직까진 우리에게 특별한 말을 건네지 않았다. 우리는 본래의 목적인 세 가지 상품을 빠르게 스캔했다. 직접 보고 우리가 검색해온 정보력으로 구매와 연결 지으려 했다. 스스로의 정보력을 신뢰했고, 현명한 소비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허나 우리가 준비해온 정보력으론 다소 부족했다. 실물을 보니 궁금증은 더욱 많아졌다.
그때였다. 직원 A가 순간을 캐치하고 어떤 점이 궁금하시냐며 말을 건넸다. 소통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종류가 비슷해 보이는 신발의 차이에 대해 질문했고, 직원 A는 정성스레 대답해줬다. 밑창의 차이와 색의 차이, 왜 이런 디자인이 나오게 됐는지 등등. 분명 우리가 볼 땐 검은색 신발인데, 빛이 바랜듯한 느낌이 들어 물어보니 디스플레이 조명으로 인한 약간의 착색이라고 했다. 그러곤 새 상품을 꺼내와 바로 비교를 해줬다. 궁금증이 해소되니 우리의 쇼핑엔 속도가 가해졌다. 직접 신어보고 인터넷으로 사자는 우리의 다짐이 천천히 무너지고 있는 순간이자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본인의 경험과도 빗대어 천천히 신발을 설명해줬다. 무분별한 장점만 나열하지 않았다. 악착같이 팔려고만 하지 않았다. 우리의 궁금증이 더 유발되고 더 많은 질문을 통해 이 매장에 체류시간을 늘리기에 집중했다. 우리는 답변에 집중했고, 결국 한 신발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목소리가 공간의 공허함을 깨워줬을까. 주고받는 목소리로 채워져 가는 공간에 몇몇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우린 직원 A의 여러 가지 전문성과 정보 덕에 신뢰를 얻게 되었고 신발을 고를 수 있었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의 니즈는 추가로 드러났다. 같은 신발을 다른 사이즈로 두 개를 구매하고 싶었다. 추가 니즈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지인의 사이즈는 존재했지만 나의 사이즈에 결함이 있었다. 신발 앞부분의 스웨이드 재질에 어디선가 긁힌 자국이 선명히 있었던 것이다. 직원 A는 우리에게 신뢰를 준 채 다른 고객을 응대하러 갔다. 그 빈 시간에 직원 B에게 결함을 물었다. 그 직원 B는 매장으로 시키거나, 결제 데스크로 지금 같이 가서 5천 원을 할인해주겠다고 말했다. 내가 바란 건 할인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결함을 그저 할인으로만 채우면 이미 엎질러진 신발의 모양을 되돌릴 수 없지 않은가. 안타까운 기분을 느끼기 싫었을 뿐이었다. 차라리 주문하면 언제 받아보실 수 있다, 얼마 안 걸린다, 재질의 특성상 생활 스크래치다, 스크래치는 이렇게 해결할 수 있다 등의 대안이 나았을 듯싶다. 솔직한 표현으론 조금 아쉬웠다.
꽤나 긴 시간 동안 매장에 체류했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결국 우리는 같은 신발을 두 개 구매하기로 마음먹었기에 다른 매장을 둘러보자고 결정했다. 인근 매장을 확인했다. 바로 근처에 있었기에 사이즈가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다른 매장엔 그 제품 자체가 없었다. 입고되는 매장이 따로 있나 보다. 서울까지 간다면야 살 수 있겠지만 그건 매우 귀찮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던 차에 우린 다시 처음 매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우리와 같은 고객이라면 직원이 어떤 태도를 취하면 좋을까?
나와 지인의 성격은 한 번 방문했던 매장에 다시 들어가는 데에 부끄럼이 있는 성격이다. 그 매장에서 해결했으면 됐는데, 우리의 욕심(?)이 결정을 번복시켰다. 그래서 부끄러웠던 듯싶다. 우린 고객이고 당당하면 되는데 말이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이 비쳤을까? 우리가 다시 매장에 입장했을 때 처음 보는 직원 C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다시 보러 오셨네요! 제가 더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인사를 들은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우린 처음 보는데 우릴 보고 있었던 직원 C의 관찰력
둘째, 부끄럽지 않게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다는 따뜻한 말
그때였던 것 같다. 이 매장에서 신발을 사기로 결정한 순간이.
우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지인의 신발은 사고, 나의 신발은 매장 주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직원 C는 결제 데스크에서 자세히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지인의 신발은 구매를 확정 지었기에 구매와 동시에 추가적 설명을 해주시려나 보다.
결제 데스크로 도착한 우리는 지인의 신발을 결제하고 내 사이즈를 주문하면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일주일 안에 받고 싶은 나의 욕심(?)이 있지만 직원 C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설명했다. 택배 파업의 이유를 네 가지로 조목조목 설명했다. 집 배달로 시키면 시간이 걸리는 단점을 네 가지로 이야기하며 문제를 언급한다. 곧장 행낭을 통해 매장으로 픽업하시는 게 낫다며 바로 매장의 주간 행낭 일정을 찾아봤다. 다행히 이번 주는 없다며 늦어도 수요일까지 받을 수 있다는 말로 장점과 신뢰를 주었다. 나아가 지인 신발의 2차 검수도 해주셨다. 앞 뒤, 밑창, 스웨이드 탈변색 등등 꼼꼼히 확인한 후 우리에게도 확인해보라며 건네주셨다. 스웨이드 재질 특성을 설명해주셨고, 관리법도 이야기해주신다. 가격대가 있었던 신발이었고 그럴수록 고관여 되는 우리의 허들을 낮추기 위해 직원 C는 섬세하게 노력해주셨다.
매장을 떠나려는데 직원 C가 말을 건넸다. 좋은 경험을 하셨는지 물어봤다. 아마 설문의 일환일까?
그리고 추가로 나중에 매장을 방문할 시 더욱 좋은 할인과 서비스로 보답해드리겠다 약속했다.
정성스레 포장하고 밝은 웃음을 통해 우리와 끝까지 아이컨택했다. 그리고 잘 보관해놓겠다며 방문하실 때 꼭 인사드리겠다고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소비의 경험은 꽤나 흥미 있다.
고객의 관점과 판매자의 관점을 동시에 생각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내가 구매한 순간을 기억하고 어떠한 wow point를 통해 구매했는지의 기록이 모이면 나름의 input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십만 원이 넘는 신발을 사는 데에 우리가 까다롭다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고관여 제품일수록 이것저것 따져보려는 고객의 마음도 분명 있다. 우리에겐 큰돈이었고 현명한 소비자가 되고 싶었다.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땐 신발 하나 파는 것도 굉장히 힘들다고 느꼈다. 고객의 디테일한 니즈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이 분야에 자신이 있다 느끼는 말투와 확신, 그리고 한 명을 놓치지 않으려는 관찰력, 부담과 도움의 아슬한 경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직원 개입의 삼박자가 판매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우리의 소비는 꽤나 복잡했지만, 마음 한편엔 온전한 평안이 있었다. 대게 이런 산전수전을 겪은 제품을 받아볼 땐 평안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듯싶다. 왠지 애틋하게 이 신발을 더 오래 신을 수 있을 것만도 같다.
전문성과 친절이 기본인 듯싶지만, 생각보다 유유히 일하고 있는 오프라인 직원들을 볼 때가 많다.
저마다의 힘듬도 존재함을 알고 있다. 허나, 소비자에게 경험을 회상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확신에 가득 찬 말투와 전문성, 나아가 세심한 배려와 관찰력은 고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 글을 쓰며 신발을 신은 나의 모습이 상상되기 시작한다. 경험 하나가 던져준 생각의 씨앗은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신발 도착 후 열매 맺게 될 나의 마음이 애틋함과 감사함으로 채워지길 더욱이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