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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Jun 17. 2023

딸의 졸업식을 위해 구매한 어머님의 파카와 미소

아낌없이 감사를 나누는 것에 대한 덕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photo by pexels

벌써 4년도 더 된 일이다. 딸의 졸업식을 위해 두툼한 파카를 구매하셨던 인자한 미소를 지니신 어머님을 뵌 지가..


나는 대형 SPA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했었다. 해당 브랜드는 1년에 딱 두 번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다수의 고객들이 단 두 번뿐인 프로모션 기간에 구매를 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


해당 기간에는 평소보다 5배 이상의 고객들이 매장에 체류했고, 기존의 인력들로는 프로모션 감당이 어려워 일일 파트타이머를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때는 2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느 때와 같이 널브러진 옷들과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매장의 빗자루가 되어 바닥부터 곳곳을 움직였다. 땀이 흥건해지기 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응대와 정리 두 가지 프로세스를 동시에 처리하기도 벅찬 순간이었다.


그때, 어느 한 어머님께서 내게 다가와 선택한 파카를 보여주시더니 스팀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말하셨다.


앞 서 이야기했듯이 프로모션기간에는 정리와 응대하기에도 벅찬 시간이다. 그렇기에 시간이 꽤 소요되는 스팀 서비스는 제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고, 사측에서도 응대와 정리에 포커스를 하길 부탁했다.


나는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어머님, 정말 죄송하지만 프로모션 기간에는 스팀서비스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 드려요. “


그러자, 어머님은 재차 질문을 주셨다.


“아고, 죄송하지만 이번에만 조금 부탁드려도 될까요? “


나는 다시 답했다.


“저희가 규정상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기 어려워서 정말 죄송해요..! “


마음속으론 시간을 내어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고 싶었지만, 모든 고객들에게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야 하기에 위와 같이 말씀을 드렸다.


보통의 고객들의 경우 이 말을 듣고 쇼핑을 다시 시작하신다. 하지만, 어머님은 한 번 더 아래와 같이 재차 물어보셨다.


“제가 타지에 살고 있는데요, 딸내미 졸업식 때문에 급하게 이곳에 와서 옷을 구매해서 선물을 주려고 해요.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경황이 없어서 이곳에 이렇게 급하게 들렀네요.. 정말 죄송하지만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


가치관이 충돌되는 순간이었다.


매니저님께서 말씀하신 사항을 이행하는 것도 직원의 책임이요, 고객에게 좋은 경험과 매장을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몫이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았고 어떠한 표정을 드러내야 할지 몰랐던 나는 그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 어머님께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린 후 2분 이내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전으로 매니저님을 따로 불러 전후사정과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다듬어 자세히 말씀드렸다. 이후 매니저님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빠르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응대와 정리에 포커스를 하길 부탁하셨다.


나는 어머님의 옷을 받아 스팀서비스를 하기 시작했고, 프로모션으로 인해 구겨져있던 이곳저곳을 깨끗하게 해 드렸다.


마침내, 어머님은 그 옷을 받아 긴 대기줄을 서서 구매하셨다.


응대와 정리를 하고 있던 중 여전히 줄을 서고 있는 어머님 곁을 지나가게 되었고 어머님은 나를 향해 재차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얼굴엔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구매를 한 이후에도 나를 잠시 부르셔서 정말 고맙다며, 덕분에 조금은 떳떳하게 딸내미 졸업식에 갈 수 있겠다며 거듭 감사를 건네주셨다.


수많은 사람이 방문하며 정신이 없는 와중에 되려 나도 큰 감동을 받았다. 옷을 건네받으실 때, 대기줄에 계실 때, 퇴점하실 때 총 세 차례나 감사를 표하며 돌아간 어머님의 행복한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수많은 고객들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받았던 어머님의 감사와 미소는 내게 힘을 주기 충분했다. 그 덕에 다시 일하기 시작했고, 내가 비어 있었던 시간을 메꾸기 위해 바삐 달렸다. 다행히 상황이 안정화되었고 모든 직원들이 고생한 덕분에 당일 1억 이상의 매출도 달성했다. 몸은 다소 힘들었지만, 정신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고,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감사가 그날따라 무지 커 보였다.

photo by pexels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다.


어머님이 다시 매장을 방문하셨다. 분명 타 지역에 살고 계셔서 방문하시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곳까지 왜 오셨을까도 생각했고, 저번처럼 다른 옷을 구매하러 오셨나?라고 생각하며 다른 고객들과 다르게 조금 더 시선이 갔다. 그런데, 옷은 보지 않고 내가 있는 쪽으로 아이컨택을 하며 천천히 걸어오고 계셨다. 조금의 긴장감과 함께 다시 어머님을 마주했다.


그러자, 어머님은 내게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졸업식도 잘했고 옷도 아주 잘 입고 있어요~진짜 너무 감사해요~“


이후 다른 볼일이 있어 이 지역을 방문하셨다고는 말씀해 주셨지만, 감사 인사를 건네러 굳이 매장을 직접 방문한 사실은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고 감동이었다.


내가 잘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규정을 더 어필했어야 하는 게 맞는 순서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단 한 분이더라도 그분에게 특별한 매장으로 기억될 만큼의 경험을 제공했다면 그것으로 내가 제공해 드릴 수 있는 서비스는 최선을 다했고 후회가 없었다.


어떠한 선택이 맞았을까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느낀 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대화를 넘어 관계형성이 필요하고, 그들이 원하는 깊은 것을 찾아 해결해 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여기까지는 당연한 이야기 일 수 있으나, 더 깊이 깨달은 사실은 그러한 서비스를 깊이 생각해 주시고 연신 감사의 표시를 한 그분의 ‘덕’이라는 사실.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감사할 수 있다면 모자람 없이 감사를 표할 줄 아는 덕. 감사와 감사가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것.


photo by pexels

나도 그분처럼, 인생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받은 것들에 대한 감사로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고자 다짐했다.


감사는 감사를 낳는다. 지친 몸을 어루만져준다. 우리를 또다시 살아가게 한다.


그때의 파카 한 벌은 어머님이 자녀분께 주신 선물이었지만, 내 맘속 한편에도 잊을 수 없는 감사의 선물로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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