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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Jun 15. 2023

2만 원짜리 쌀국수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는 짜릿함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관성을 깨는 것은 때로 짜릿한 쾌락을 가져온다. 쌀국수 음식점이 그러했다.


photo by pexels


보통 음식점을 가기 위한 결정은 검색을 통해 이뤄진다. 초록색의 망망대해 속에서 손만 뻗으면 물고기를 포획할 수 있을 정도다.


음식평은 주관적인 요소가 작용하지만, 수많은 이들의 데이터가 모이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방대한 주관적인 정보량이 때론 어떤 이들의 선택에 신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나도 방대한 정보량에 휩쓸려 해당 정보를 신뢰하고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나의 재화를 사용하며 돌아올 기댓값에 대해 실패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 이왕이면 돈을 쓰는 것 이미 보장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합리적이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신뢰성 높은 정보들이라고 생각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는 쌀국수 집을 결정했고, 음식점 앞에 다다랐다.


하지만, 여기서 잠시 신뢰성 작동에 오류가 생긴다.


분명 붐비는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내부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잠시 나의 자아는 오작동을 일으킨다. 고정관념이라 할 수도 있다. 가게에 사람이 없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니 뇌에서는 무의식에 있는 선택에 대한 확신성이 떨어지게 된다. 장사가 잘 안 될 거라는 인식과 함께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온다.


사실은 사람들이 맛있는 곳이라고 말해도 시간이 지나 변했을 수 있고, 특정 시간대에 한꺼번에 손님이 빠져나가 보일 수도 있으며, 요일별로 붐비는 시간대가 다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보통 이러한 경우에 나는 여태껏 선택을 보류하곤 했다. 다른 대체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때의 나의 감정은 알게 모를 거부감이 들었달까?


그러나, 이번엔 그 관성을 거스르고자 한다. 아무도 없는 음식점에 당당히 입장한다. 평소와 같이 행동한다.


그리고 주문을 한다. 음식이 준비되고 먹기 시작한다. 선택에 대한 신뢰도가 다시 증가하는 시점이다. 사람들이 평과 비슷한 느낌이 들며 맛있다.

눈에 보이는 텅 빈 음식점 안은 꽤나 큰 자극을 주었지만, 다른 곳을 찾으려는 기존의 선택과 다르게 미리 준비해 놓은 검색의 힘을 빌려 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느끼며 안도한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난 후 내가 느끼는 포인트는 조금 다르다.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서 모든 이들에게 알려진, 실패 없는 맛집을 방문하는 것도 꽤나 큰 즐거움을 주는 게 사실이다.


다만, 미리 찾아보지 않고, 사람들의 기대에 희망을 가지고 방문하다가 되려 기대치와 다르게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때론 선행 없이 나의 감각과 그곳의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방문한 음식점에서의 경험도 경험 자산의 유익한 면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권외편집자‘ 중 ‘츠즈키 쿄이치’의 말.

“나는 점점 전문가이 말이 아닌 나의 감각과 눈을 신뢰하게 되었다”

편집자 일을 하던 츠즈키 쿄이치는 직접 발로 뛰며, 자신이 선택하여 경험한 결정을 스스로 데이터화시키며 타인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결정을 신뢰한다.


편리한 정보화 시대에 확률적으로 미련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누적된 나만의 데이터는 나만의 입맛을 오롯이 간직하게 만들며 타인의 기대에 휩쓸리지 않는 견고한 성벽이 된다.


이 견고한 성벽은 누가 뭐라 하더라도 방어할 수 있으며, 적어도 나의 선택에 후회와 아쉬움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타인에게 나의 선택과 경험을 자신 있게 어필하며 자신감을 쌓을 수도 있다.


나는 두 가지를 깨닫는다.


습관적인 생각을 역행해보는 것에서 오는 짜릿함.

스스로의 감각과 눈을 길러보는 자세.


이만하면 5,900원의 쌀국수 집에서의 경험은 적어도 내게 2만 원 이상의 값어치를 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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