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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Mar 01. 2022

사색은 나의 첫 번째 친구였다

날씨와 어우러진 풍경만큼 따스한 건 없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때부터였을까. 나는 사색이 많아졌다. 거리를 걷다가도, TV 보다가도, 친구와 이야기하는 중간에도 나는 골똘히 생각하고 이치를 따져보는 사색을 즐겨하기 시작했다. 분명, 깊은 생각을 통한 영감의 배리에이션은 우리에게 꽤나  이점을 가져다준다. 맹인들의 불편함을 골똘히 생각하여 만든 투명 마스크, 점점 많아지는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폐비닐과 플라스틱을 추출하여 정유로 바꾸는 기법  하나를 깊게 파고들어 꺼내온 생각이 아이디어가 우리 삶에 이롭게 적용된다. 이렇듯 생각의 단초는 커다란 확장으로 변하여 삶에  영향을 미친다.


돌이켜보니, 졸업과 동시에 이러한 사색이 많아진 듯싶다. 본질적인 미래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 사색은 내 옆자리를 지켜주었다. 내면을 발견하고자 했던 그 시작이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스무 살 초반까지만 해도 사색이란 걸 하지 않고 살았다. 각 대학의 축제를 즐기느라 에너지를 소비했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에 익숙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 사색은 들어올 자리를 잃은 채 주변을 맴돌았다. 생각해보면, 사색 없었던 그때의 삶이 괜스레 부럽기도 했다. 사실이다. 때론, 아무 생각 없이 현실을 즐기는 것 또한 내 인생에 허락된 자유이자 특권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사색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깊이 생각함을 통해 생각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가벼웠던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논리력이 향상된다. 이는 대화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설득력 있는 어투와 깊은 생각으로부터 올라온 전개는 타인의 마음에 공감을 심어주기에 유용하다. 여기서 더 발전될 경우 우리 사회를 바꿀 만한 발견이 나오기도 한다.


단점은 지나친 사색은 매몰을 유발한다. 때론 현재에 충실하여 즐거움을 만끽하고, 좋은 사람들, 좋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있다. 하지만, 지나친 사색은 즐거움을 반감시키고, 더 깊이 들어가면 나 자신이 매몰되어가는 느낌도 받게 된다. 긍정적인 부분만 생각하려 했던 내 모습에서 부정적인 나를 보고 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 괴리감을 떨쳐내는 것이 때론 버거울 때도 있다.


허나, 요즘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 매몰되어가는 느낌조차도 나의 약함이 드러나는 시간이 아닐까.

어느 유튜브를 보다가 나의 약함도 자랑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내가 나를 더 들여다볼수록 처음엔 더 약해지기 마련이다. 저 깊은 내면엔 내가 보여주기 싫었던 모습들이 잔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습들을 마주하고 오면, 되려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긍지를 얻게 된다. 나의 저 바닥 한계점을 미리 알고 온 느낌이라 다시는 저기를 가지 말아야 하는 각오가 생기는 것이다. 좋은 각오와 다짐으로 변한 이 약함이 때론 고맙기도 하다.


나의 바닥은 끝도 없다. 완벽하지 않은 나 이기에, 더 내려갈 수도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내 삶이 온전히 고공 행진하기만을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고 오만이다. 우여곡절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사색을 통한 나의 바닥을 마주함은 그리 나쁜 것만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내 친구들은 내가 지나치게 생각이 많다고 한다. 맞다. 부정하지 않겠다. 삶의 유연성이 좀 더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이 많다는 건 그 안에 잠재된 가능성이 누구보다 크다는 뜻이고, 생각을 현실과 연결 지었을 때 더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 낼 자신이 높다는 뜻이다. 생각이 없는 사람이 되느니,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나의 약함도 드러낼 수 있고, 인정할 수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더 품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는 곧 나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의 반증이다.


남을 많이 사랑하려면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나를 제대로 알려면, 나에 대해 깊이 사색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마주오는 불안함, 두려움, 매몰감은 견뎌 내야 할 나의 몫인 거다. 이 단계를 깨부술 수 있다면, 나는 더 높은 창공을 향해 비행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사색은 내게 돋보기를 들고 다가와 진정한 나의 첫 번째 친구가 되어주었다.

희미하던 나를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줬으며, 단연코 내가 나의 첫 번째 친구라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나는 그를 놓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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