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이도 저도 아닌, 나만의 뚜렷한 취향이 없는, 타인의 의견에 공감을 잘하지만 정작 나의 뚜렷한 주관이 없는, 나는 그야말로 '백색 도화지' 같은 사람이다.
도화지는 색이 칠해져야 비로소 재 역할을 한다. 하물며 점 하나라도 찍은 도화지는 작품이 되지만, 공백의 도화지는 도화지일 뿐이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러한 신세인 거다.
그런 내게 13년 지기인 친구가 말을 건넸다.
"도화지 같은 그런 네가 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여러 가지의 색을 칠할 수 있는 거야. 그게 곧 너의 장점이고.
하물며, 너만의 주장이 약하면 어때, 그건 곧 네가 유연한 사람이라는 반증이잖아"
사실 아팠다. 마음 저변엔 나도 작품이 되고 싶었나 보다. 애써 그런 역할을 알면서도 그 역할을 부정했던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공백의 도화지도 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깨달으며 이내 곧 나의 오판을 바로잡았다.
도화지면 어떤가. 도화지여서 감사하지 않은가.
내가 없다면, 뚜렷한 취향과 색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세상에서 색을 칠할 수 있을까.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을 분명한 전달이라 말할 수 있을까. 리더만 있고 그들을 따르는 팔로워가 없다면 세상의 동력은 중단되지 않을까.
이젠 기꺼이 그 역할을 자처하리라.
묵묵히 뒤에서 밀어주리라.
그냥 도화지가 되어주리라.
7월 23일 작은 나의 생각이었지만,
이는 곧 커다란 회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