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듀군 Jun 12. 2023

어쩌면 이미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왜 이제 왔어?

구름 속 얕게 비친 노을은 자기만 아는 희망을 우리에게도 선사해 주는 것만 같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좋은 풍경과 날씨 앞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저마다의 서사를 풀며 자연 속에서 생각을 공유하는 일이야말로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많은 사람들의 표정, 몸짓 대화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날의 하루를 통해 회고하는 사람들, 주어진 대자연의 선물 앞에 감탄을 연발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반려견들과 함께 나온 사람들 등 그곳엔 소중한 가치를 지닌 여러 귀한 존재들이 있다.


나도 천천히 3.5km의 둘레를 돌면서 대화를 나눈다. 딱 한 가지의 주제를 정하여 심도 깊은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보통 여러 갈래로 확장되어 사고의 폭을 넓히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여러 갈래로 나뉘는 건 그만큼 넓은 스펙트럼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지만 더 깊은 생각을 끌어내기에 다소 부족하 수 있다. 하지만, 수시로 바뀌는 주제를 위한 머릿속의 회전이 나를 더 자극시키는 것만도 같다.


대화가 무르익어 갈 때 즈음 이곳 자체를 다시 곱씹어 본다.


우리가 공원을 가는 이유는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목적일 수 있지만, 때론 풀리지 않았던 관계를 다시 재정립하기 위한 대화의 수단으로 삼기도 하며, 주어진 자연의 선물을 누리며 보상과 위로를 받는 목적도 있다. 보상이라 함은 분명 물질적인 것 이외에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공원을 거닐며 대화를 통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시선을 조금 더 확장하면, 굳이 대화가 아니더라도 타인을 관찰하고 그들의 행복한 표정과 모습을 통해서도 되려 나의 행복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행복의 시점을 나에서 타인으로 확장할 때 또 다른 감정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느끼지 못한 감정을 상대방이 소유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일 수 있고, 결핍에서 오는 만족감일 수도 있다. 아무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한 한 가지의 사실은 그저 그들이 이 자연 앞에서 누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일의 걸음을 가볍게 내딛을 수 있는 힘이 된다.


내가 그저 아무 생각 없을 때, 타인의 밝은 미소와 행복만 보고 시기 질투 하지 않으며 그 감정을 오롯이 전달받는 것.


자연스레 그들 몸에서 나오는 행복의 기운을 받아 나의 행복으로 치환해 보는 것.


어딘가에 방문했을 때의 사소한 목적이 잠시 달라지더라도 다른 것을 찾으려는 노력.


이 모든 것들은 우리를 조금 더 편안한 곳에 위치할 수 있도록 돕고 쓰라린 작은 상처를 아물게도 만든다.


행복할 일이 없더라도 도처에서 나를 부르는 그 소리에 잠시만 귀 기울여 시선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이미 우리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침반이 돼주었던 6명의 꼬마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