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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Jul 05. 2023

개미들의 반만 따라가도..

부스러기 마케팅

photo by unsplash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개미들의 반만 따라가도 좋으련만. 그래 네가 나보다 낫다.


점심 무렵 한적한 공원에서 마주한 개미는 내 삶을 꼬집는다.


머리를 식힐 겸 집 근처 한적한 공원을 찾아간다. 돗자리를 펴고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는다. 칠칠맞은 여자친구는 온 동네에 부스러기를 알리며 벌레들에게 우리 구역을 마케팅한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마케팅을 하자마자 한 마리의 개미 유저가 유입된다. 부스러기를 주으려 했으나 비범한 행동에 잠시 멈추기로 한다. 몸을 굽혀 개미를 관찰한다. 자기 몸 만한 부스러기를 등에이고 어디론가 떠난다. 어렸을 때 자주 본 광경에 다소 싱거움을 느낀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의 모습에서 '쟤넨 주말도 없겠지'라며 시큰둥한 생각에 잠긴다.


이때부터다. 개미는 돗자리 모서리가 살짝 들려있던 탓에 좀처럼 언덕을 오르지 못하고 낑낑댄다. 혼자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지켜본다. 고군분투하는 개미를 도와주고자 돗자리 모서리를 접어주려던 찰나 개미 유저 2가 등장한다. 마케팅 전환율이 이렇게 높을 줄이야.


페로몬으로 소통을 했는지, 호기롭게 등장한 개미 유저 2는 유저 1의 부스러기 운반을 함께 도운다.


결국 그들은 높은 모서리를 넘어 구역을 이탈한다. 그 어떤 산보다 높게 느껴졌으리라. 그리고 재빠르게 자그마한 구멍 속으로 사라진 후 깨끗한 몸으로 다시 나오기를 반복한다.


삶을 꼬집는다.


그들은 시위라도 하는 듯 나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보낸다.


'너희의 잦은 실수가 우리의 배고픔을 채우는 수단이자 성장이란다'


뜨끔한다.


개미들이 건넨 말을 가슴에 새기며 정신을 차린다. 이내 스스로를 깨운다.


실수에 매몰되지 말자. 실수는 때로 기회가 되어 우리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든다. 실수를 성실히 관찰하여 기회로 전환하는 것도 능력임을.


누군가의 힘듦을 그냥 지나치지 말자. 고군분투하는 이가 보인다면 손을 건네자. 설령, 그들이 붙잡지 않더라도. 우리의 손은 그들의 머릿속에 잔존해 있기에 분명 그들의 위로가 되리라. 타이밍이 다를 뿐.


개미들의 교훈은 마무리되는 듯싶더니 내게 한 마디를 더 건넨다.


'개미들만도 못한 존재는 되지 말아라!'


피식.


그나저나 그녀의 부스러기 마케팅은 멈출 생각이 없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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