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가 그녀를 강남미인으로 만들었을까? - <내 ID는 강남미인>]
차은우, 임수향 주연 드라마로 제작된 네이버웹툰 인기작이다. 주인공 강미래는 어릴 때부터 못생긴 외모로 주변 사람에게 놀림과 조롱을 당한다. 대학 입학 전 인생역전을 꿈꾸며 성형수술을 하고 화려한 외모로 탈바꿈하지만 어딘가 성형한 티가 역력한 ‘강남미인’이 되고 만다. 내면이 외면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미래는 도도한 외모와 달리 항상 자신감이 없고, 끊임없이 자기 검열하며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주변 환경도 변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못생겼다는 수군거림은 성형괴물이라는 비난으로 바뀌었고, 일부는 인생이 변화하길 기대하며 성형수술을 선택한 그녀를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강미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누가 강미래를 강남미인으로 만들었을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저세상 개그 향연 - <선천적 얼간이들>]
이렇게 범상치 않은 일상이 가능할까? <선천적 얼간이들>은 이러한 의문이 들 정도로 다이내믹한 내용과 쉴 틈 없는 드립이 가득한 일상개그툰이다. 실제로 작가와 작가 친구들이 경험한 일을 그렸는데 어디 하나 평범한 구석이 없어 판타지물을 보는 기분도 든다. 동물 캐릭터를 차용했기 때문에 작화에 호불호가 생길 수 있지만 1화를 본다면 <선천적 얼간이들>만이 가진 귀엽고 엽기적인 매력에 푹 빠진다고 장담한다. 네이버 웹툰에는 유명한 개그 만화가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본 작품이고 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웹툰이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개그물은 김규삼 작가의 <쌉니다 천리마마트>와 <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이다. 어처구니없는데 쓸데없이 설정이 탄탄해서 독자를 더 어처구니없게 만든다.
[욕망으로 얽히고 설킨 세 쌍둥이 이야기 - <상중하>]
영화 같은 연출이 특징인 한(恨) 작가의 작품이다. 갓난아기 때 고아원에 버려진 세 쌍둥이 이상, 이중, 이하. 이 가운데 첫째 이상만 입양되면서 셋은 완전히 다른 인생을 걷게 된다. 상은 재벌 가 안하무인 외동아들, 중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루하루 일하면서 소소한 주식 투자로 한탕을 꿈꾸는 회사원, 하는 인생 한방을 노리며 여기저기 돈 벌 구석만 쫓아다니는 한량이 되었다. 일주일 안에 자신이 사기 친 금액을 구하지 못하면 목숨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이하는 우연한 기회에 재벌 가인 대한그룹 상속자가 쌍둥이 형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하는 자신이 이상을 대신해 상속자가 될 꿍꿍이를 세우고 이중이 계획에 참여하며 세 쌍둥이는 조우하게 되는데…… 욕망으로 얽힌 세 쌍둥이의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와 거친 무드를 선호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증오, 그것은 사실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 <낮에 뜨는 달>]
<낮에 뜨는 달>은 시간을 거스르는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562년, 신라는 대가야를 멸망시키고 대가야인은 신라에 복속된다. 신라 귀족 도하는 대가야 장군의 여식 한리타에게 자신의 정적을 제거해주면 대가야인이 신라에 정착하도록 도와준다는 조건으로 한리타와 합의 하에 위장혼인을 한다. 수단에 불과한 결혼은 어느새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두 사람이 서로가 겪는 외로움과 고통을 이해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한리타는 도하를 깊이 사랑하지만 도하의 의도와 달리 신라에서 대가야인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면서 도하를 원망하는 마음도 함께 커진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이기지 못한 한리타는 자기 손으로 도하를 죽이고, 한리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 도하는 증오심에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리타의 환생을 찾아다니며 복수할 기회를 꿈꾼다. 도하는 과연 오해와 증오를 풀 수 있을까? 시점이 바뀌면서 각 인물의 감정과 사정이 풀리는 전개가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진정으로 내일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사투 - <10월 28일>]
하루가 반복된다면 어떨까? 반복되는 하루를 특정한 날로 지정할 수도 없다면? <10월 28일> 속 주인공 상길은 특별하지도, 기념할 만하지도 않은 평범한 하루에 갇혀버렸다. 심지어 새로운 하루는 회사에 출근한 시점부터 시작된다. 누구든 미칠 노릇인 상황. 처음에 상길은 퇴근 패턴을 바꿔 다음날로 넘어가려 애를 써보지만 밤 9시가 되면 당일 아침 9시로 돌아가는 기현상이 반복될 뿐이다. 현실을 받아들인 상길은 반복되는 하루를 끝낼 방법을 찾기 위해 매일매일 새로운 시도를 한다. 날마다 다른 곳을 돌아다니며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상길은 자신과 똑같이 하루에 갇힌 사람을 만나고, 반복되는 기이한 하루의 정체를 마주한다.
[나와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소소한 일상 속으로 - <낢이사는이야기>]
일상툰만이 가진 소소함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일상툰의 원조 격인 <낢이사는이야기>를 추천한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8년간 연재하며 대학시절부터 연애, 결혼까지 작가의 삶의 궤적을 따라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작품이 발전한다는 점도 작품이 가진 장점이다. 시즌 1이 독자의 공감을 유도할 단발성 에피소드 위주라면 최신 시즌인 시즌 4는 이야기의 큰 흐름이 존재해 일상툰임에도 서사가 느껴진다. 시즌마다 발전하는 캐릭터 작화 변화도 소소한 묘미였는데, 안타깝게도 2020년 8월에 전 회차 수정본이 업로드되면서 이제는 옛날 작화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회차 수정에 이어 작품 썸네일도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즉 작가가 5년 공백을 깨고 새 시즌 복귀 시동을 걸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며 작품을 정주행 해보자.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동화 같은 이야기가 필요한 분들께 - <환생동물학교>]
세상 모든 착한 반려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 동물의 본능을 지우기 위해 거쳐가는 곳, 환생동물학교. AH-27반은 의젓하고 착하고 서로 사이도 좋은 사랑스러운 학생으로 가득하지만 사실은 진도가 매우 더딘 고난이도 학급이다. 이유는 바로 주인과 유대감이 깊은 동물만 모인 반이기 때문! 전생을 추억할 때마다 주인을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탓에 AH-27반 학생은 인간으로 환생하기를 거부하며 환생동물학교에 장기간 체류하고 있다. 환생이 더딘 학생만 있는 반에 부임한 열정 가득한 신입 선생님. 과연 AH-27반은 새로 온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환생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시대 20대의 독백 - <방백남녀>]
원만한 인간관계, 화목한 가정, 좋아하는 일 잘하기, 열심히 노력해 꿈 이루기. <방백남녀>는 평범해 보이는 요소가 사실상 전혀 평범하지 않은 현실을 그린다. 토익 학원에서 만나 오해로 얽히게 된 주인공 민남주와 여주혜.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 민남주는 여주혜가 가진 남 부러울 것 없는 스펙을, 여주혜는 민남주의 사근사근하고 원만한 성격을 부러워하지만 서로 내면을 털어놓으면서 보이는 부분이 다가 아님을 알게 된다. 오랜 기간 축구선수 생활을 했지만 스포츠계에 만연한 불합리한 위계질서, 아무리 노력해도 좁혀지지 않는 타고난 선수와의 실력 차이에 상처만 가득 안은 채 축구선수의 꿈을 접은 민남주. 조손가정을 향한 차별과 할아버지가 교육 차원에서 보여준 애니메이션 속 세상과 현실 간 괴리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아무도 믿지 않는 성격을 가지게 된 여주혜. 두 사람이 나누는 방백에는 과도한 경쟁과 비교로 점철된 지금 시대를 통과하는 20대의 애환이 담겨 있다.
[잔잔하고도 강력한 위로를 전해드립니다 -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타지에서 생활할 때 몇 번씩 깊고 진한 외로움을 느꼈다. 나만 낯선 환경에 잘 섞이지 못하는 듯 보이고, 제아무리 잘 적응한다 한들 이방인 티를 벗기 힘들게만 느껴졌다. 낯선 곳에서 외로움과 불안함이 증폭될 때마다 나를 위로해준 웹툰이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이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현지 취업에 성공하여 개발자로 일한 지 3년이 된 가야는 여전히 같이 놀 친구 하나 없고 회사에서도 동료와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귀국하고 싶다는 생각에 강하게 사로잡힌 어느 날, 가야는 우연히 ‘화랑관’이라는 태권도장을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등록한다. 태권도와 태권도장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야는 체력과 함께 내면도 단단해짐을 느끼고, 일상과 인생도 덩달아 변화를 맞이한다. 타지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물론,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사람에게 잔잔하고 강한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다.
[학창시절에 보내는 환상특급 러브레터 - <연의 편지>]
<연의 편지>는 연재 당시 댓글창에 ‘한국의 지브리를 본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을 정도로 특유의 아련하고 몽환적인 작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는 10화 안에 탄탄한 서사와 아름다운 작화가 빈틈없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분량이 짧은 만큼 위에 소개한 9개 작품과 달리 스포는 전혀 하지 않고자 한다. 다만 짧은 감상을 남기자면, 작품을 읽었을 때 내가 주인공과 동일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가 마치 나의 학창시절에 보내는 아련하고 포근한 러브레터처럼 느껴졌다. 단언컨대 당신도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