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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Feb 06. 2022

새해 목표, 잘 지키고 계신가요?

변화를 원하는 당신을 위한 추천 웹툰,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



매년 그랬듯 올해도 2022년 새해가 밝고, 또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1월 1일에 세운 목표를 만족스럽게 달성한 적은 많지 않지만 새해가 되면 다시 태어나겠다는 마음으로 항상 이런저런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너무 여러 해 실패해버린 탓일까? 올해는 목표를 세울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도 똑같다’고 위로와 공감을 건넸지만, 나는 어쩐지 내가 목표를 세우기도 전에 실패를 예상하고 포기하는 무기력한 30대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무기력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매번 실패한다 해도 또 다시 희망을 걸어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1월 1일부터 새로운 실천을 할 타이밍은 이미 지나버렸지만, 타이밍이 지난 김에 나는 나에게 목표를 세울 시간을 넉넉히 주었다. 어떤 한 해를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는 한 달의 시간 동안 제대로 동기부여를 해준 작품을 하나 만났으니, 바로 돌배 작가의 작품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 이다.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의 주인공 한태수는 20대 후반의 평범한 회사원이다. 별다른 취미 없이 회사-집을 반복하던 태수는 애인에게 차인 일을 계기로 심심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일상을 돌아본다. 무료한 일상에 변화를 주기로 결심한 태수는 한평생 달리기를 취미로 가진 절친 서바람을 따라 달리기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사람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태수는 달리기를 시작한 일을 금방 후회한다. 실력은 생각보다 빨리 늘지 않고 조금 운동했다고 먹는 양이 늘어나니 포기할 마음만 늘어날 법도 하다. 태수는 블로그에 매일 달리기 기록을 남기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조금씩 기록이 느는 재미를 느끼면서 태수는 달리는 재미를 알아가고 스스로 다음 목표를 잡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수많은 성장 서사 중에서도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가 유독 인상적인 이유는, 태수의 성장 서사를 제외하면 인물 설정이나 주변 환경이 누구나 이입 가능할 정도로 꽤나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취미를 가질 때 일상이 조금 더 행복하고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알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태수 역시 이별을 계기로 자기 일상에 연애와 일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달리기를 시작하지만 그마저도 식욕과 게으름 앞에 계속 좌절을 맛본다. 태수를 통해 누구나 겪는 빠른 결심과 빠른 포기를 보면서 독자 대부분은 자신을 투영하며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현실적인 초반 설정에 이입을 깊게 할수록 좌절을 딛고 성장해가는 태수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기도 쉬워질 것이다.


작품이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등장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태수의 절친 서바람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어떤 일에도 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가 일상이었고 달리기와 일 이외에는 딱히 중요시 하지 않는 심플한 삶을 살기 때문에 좋아하는 대상이 없고 마음도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 보기에 서바람은 이상적인 존재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서바람 같은 인물도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플한 삶을 사는 사람은 삶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가 흔들리면 누구보다 크게 휘청일 수 있고, 신념이나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온 사람이 처음 실패를 마주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항상 바람을 보며 대단하다고 여긴 태수가 방황하는 바람을 다독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작품은 사람 간 관계가 우열이 아니라 상호보완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결말을 알고도 로맨스 작품을 읽듯이,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와 같은 성장 서사도 대부분 결말이 정해져 있다. 결말이 뻔한데도 성장 서사를 찾는 이유는 끊임없이 동기부여가 될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마음 먹자마자 목표를 달성한다면 이런 작품이 주는 감동도 적을 것이다.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소소한 새해 목표와 계획을 세웠다. 여느 때와 같이 적당히 실현가능하고 적당히 거창한 계획이 되었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현실적이어서 달성하든 거창해서 실패하든 결과보다는 다시 한번 희망을 걸고 싶다는 마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 만화를 보고 고취된 상태로 계획을 세우면서도 목표를 모두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음이 한결 가벼운 이유는, 태수처럼 남과 비교하기보다 조금은 내가 변화하는 모습에만 초점을 맞춰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뒤처질까 전전긍긍한 2021년을 떠나보내고 2022년에는 내가 성장하는 모습에 기꺼이 힘을 쏟을 계획이다.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는 훌륭한 달리기 영업만화이다. 달리기가 세상 제일 재미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한 나조차도 작품을 다 읽고난 뒤에는 ‘달리기…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달리기에 도전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지만, 작품은 굉장히 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시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꺼내보기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책이 주는 메시지를 넘어 달리기도 도전할 날이 오지 않을까? 내가 언젠가 달리기에 도전한다면 이유의 9할은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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