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말 한 마디

by 문맥



‘고맙습니다’라는 진심어린 말을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들을 수 있을까. 그 말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더 컸다.




“이렇게 귀한 책을 싸게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내놓은 중고 책을 사러 온 남자가 그 말을 했을 때, 속으로 놀랐다.

인사치례가 아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타인으로부터 듣는 일은 흔치 않다. 가까운 사이이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지 않는 이상 말이다.

중고거래를 하면서 진심어린 감사의 표현을 들을 거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책 정리를 하면서 버릴 책이 80권 가까이 되었다. 절반 정도는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보냈고, 나머지는 읽을 만한 것을 추려서 당근마켓에 내놨다.

판매한 책들 중 법정스님의 에세이집 ‘오두막 편지’도 있었다. 다른 에세이집들과 묶어서 다같이 3천 원에 값을 매겼다. 물론 ‘오두막 편지’는 정말 좋은 책이다. 나는 ‘무소유’보다 ‘오두막 편지’에서 법정스님의 에세이 글의 정수를 읽었다.

내가 가지고 있어봤자 소장만 하고 다시 펼쳐보지 않을 것이 분명해서, 좋은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

에세이집에 대한 애정 어린 설명과 함께 판매 글을 올리자마자 그는 내게 채팅으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구매할게요.

-네. 언제 가능하신가요?

-지금 근처입니다. 바로 갈 수 있습니다.

나는 임신 중이어서 멀리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건을 집 앞에서 거래하는 조건으로 내놓았다.


*

남자는 자가용을 타고 십 분도 되지 않아 도착했다는 채팅을 보내왔다. 나는 허둥지둥 책을 쇼핑백에 담아 집 앞으로 나갔다.

남자는 사십대 중후반으로 보였고, 키가 컸다. 외모도 조금 거친 면이 있어서 겉모습만 봐서는 에세이집을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책을 건네자 그는 활짝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내게는 단순히 좋지만 단순히 읽지 않을 책이지만 그에게는 귀한 책이었다. 그만큼 값진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진심으로 내게 고맙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그 거래를 하고나서부터였다. 물건을 사고 파는 데 값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내놓는 물건의 가격이 낮아졌다. 내가 가진 물건을 필요한 주인들에게 보내주고 싶었다. 그리고 고맙다는 그 말 한마디, 감사의 눈빛 하나가 내게 큰 힘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말 필요한 물건이었어요. 팔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게 너무나 필요한 물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샀을 때는 꼭 판매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한다. 겉치레가 아닌 진심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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