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

중고거래 물건이 말해주는 것들

by 문맥


당신이 사용한 물건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중고거래를 하다보면 생각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중고로 물건을 사고 팔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프로당근러가 되면서 물건이라는 게 주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나는 물건을 사와서 알코올티슈로 깨끗하게 한번 닦는 편인데, 어떤 물건은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어떤 물건은 눈으로 보아도 얼룩이나 먼지 등 지저분한 것이 있다. 어떤 것은 겉으론 깨끗하지만 구석구석 티슈로 닦아보면 지저분한 것도 있다.

이것만 봐도 물건의 전 주인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물건을 보내기 전에, 그 물건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닦아서 내놓는 이는 남을 배려할 줄 알고, 꼼꼼한 사람이다.

먼지 쌓이고 이물질이 묻은 물건을 대충 쇼핑백에 담아 건네는 사람은 상대의 기분을 잘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판매하는 물건에 대해 애정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아무리 중고 물건이더라도 지저분한 물건을 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집에 가져와서 얼룩이나 까만 먼지를 보았을 때,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가장 화가 났던 경우는 세 번째 경우다. 바로 겉은 깨끗한데 보이지 않는 곳은 지저분한 경우다. 솔직히 말해서, 뭔가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깨끗한 물건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가 세척하면서 내가 속은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


출산준비용품으로 산 분유제조기가 그랬다. 일 년 사용한 베이비 브레짜가 좋은 가격에 올라왔기에 바로 대화를 걸어서 구매하기로 했다. 약속시간은 그날 오후였다. 남편과 차를 타고 판매자의 집 앞으로 갔다.

판매자는 우리보다 서너 살 어려보이는 남자였다. 키가 크고 멀끔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박스에서 브레짜를 꺼내 구성 용품을 하나씩 보여주었다. 제품은 깨끗했고, 사용설명서와 보증서도 있었다.

“너무 너무 잘 샀다!”

브레짜가 담긴 박스를 품에 안고 오는 내내 남편에게 말했다.

집에 오자마자 사용설명서에 적힌 대로 세척을 시작했다. 물통에 식초와 물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넣은 다음 출수 버튼을 눌렀다. 기계 작동은 잘 됐다. 너무 좋다!


물통에 있는 식초물이 사라질 때까지 출수를 하며 기계 안에 있는 관을 세척했다. 그런데 세척한 물에서 계속 노란 찌꺼기가 나왔다. 처음 한두 번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두 번째로 물과 식초를 채워서 출수할 때도 계속 불순물이 나왔다.

남편에게 가서 출수한 물을 보여줬다.

“여보, 이거 불순물 맞지? 계속 이런 게 나와.”

“그냥 원래 물에 섞여 있던 거 아니야?”

남편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순물은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로 아주 작았다. 그렇지만 세척이 반복되어도 꾸준히 나왔다. 아무리 깨끗한 물을 써도 그랬다. 나와 남편은 브레짜 기계 앞에 서서 출수 버튼을 누르고, 컵에 담긴 식초물을 골똘히 살폈다. 거의 서너 시간 동인 그 일을 반복했다.

“여기서 나오는 거 같은데!”

남편이 마치 유레카를 외치듯 기계를 가리켰다. 남편이 가리킨 것은 브레짜의 깔때기였다. 깔때기는 따로 빼서 세척할 수 있다. 남편은 깔때기를 분리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거 봐, 여기 분유 찌꺼기가 있잖아.”

나는 깔때기를 받아 안을 살폈다. 정말이었다. 깔때기의 모서리마다 분유찌꺼기가 묻어 있었다. 남편은 작은 솔로 깔때기를 정성껏 닦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인터넷으로 ‘베이비브레짜 당근 구매 시 유의할 점’ 같은 내용을 찾아보았다. 베이비브레짜를 평소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기계 안에 있는 관에도 물때가 낄 수 있다고도 했다. 나는 면봉으로 노즐 바깥 부분을 닦았다. 누렇게 물때가 묻어나왔다.

이 사람은 자기 아기한테 이렇게 지저분한 분유를 먹였단 말이야?

나는 충격을 받았다. 사용하면서 제대로 세척하지도 않고 쓴 것이었다. 아무리 일 년밖에 쓰지 않았고, 겉이 깨끗하고, 사용설명서와 보증서가 다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어떻게 제품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제품 상태가 천차만별이었다.

깔때기 세척이 끝난 후 다시 식초물로 출수 세척을 했다. 이제야 불순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돈을 낭비한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사용할 때 쯤에 다시 여러번 세척을 할 계획이다.

이 사소하지만 충격적인 사건 이후, 내가 팔 물건을 더 깨끗하게 닦아 구매자에게 전달한다. 겪어본 사람은 알기 때문이다. 물건이 그 물건의 주인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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