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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 Mar 31. 2021

우리가 “예쁜 쓰레기”에 환장하는 이유

요시모토 바나나와 타이라 아이린의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 책 리뷰


가끔 나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물건을 고르곤 한다. 책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를 고른 이유도 그렇다. 단지 표지가 예쁘고, 호오포노포노라는 단어가 왜인지 신비로워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나와 같이 누구나 한 번쯤은 그것이 비합리적임을 알면서도 행동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위처럼 표지가 맘에 드는 서적을 모으거나 아니면 전혀 쓸모없는 피규어나 건담을 모으기도 하고 ‘예쁜 쓰레기’라 불리는 것들을 사기도 한다. 이 책 초반에 삽입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짧은 단편소설에서는 그것이 사실은 내 내면의 작은 아이가 원하고 있기에 일어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왜 우리는 반짝거리는 것을 살까, 왜 휴대폰에 갖가지 줄을 매달까,
왜 작년에 쓰던 아이섀도를 버리고 새로 사고 싶어 할까.
왜 책상 위에 자질구레한 것들을 모아 놓고 바라보는 것일까. (중략)

그렇게 모으는 것이, 자기 안의 어린아이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아이는 나의 고유한 것이 아니라,
태곳적부터 누군가의 안에 있다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무엇이며,
끊임없이 그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는 것으로 우리는 인류의 역사 자체를 치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 짧은 소설을 시작으로 책은 ‘호오포노포노’에 대해 설명한다. ‘호오포노포노’란 하와이 말로 ‘잘못을 고친다,’는 뜻으로 내면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균형을 되찾는 하와이의 전통적인 문제 해결법이다. 이 방법이 점차 각색되고 변형되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도록 발전한 것이 오늘날의 ‘셀프 아이덴티티 스루 호오포노포노’라고 한다. 호오포노포노 식으로 생각하자면 사람은 아우마쿠아(초의식)과 우하네(표면의식) 그리고 내면 아이라고도 불리는 ‘우니히피리’로 이루어져 있고 이 모든 것들이 건강하게 연결될 때에 디비니티라는 신성한 존재(지혜)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은 내면 아이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하고 그것을 묻어두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균형을 맞춰나가는 ‘정화’의 단계를 통해 다시 나라는 존재와 디비니티를 회복해 본연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맨 처음에는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싶었다. 신비한 기운과 신성한 세계, 기억의 정화 등등… 술 한 잔 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니 훨씬 도움이 되었다. 호오포노포노의 방법은 프로이트의 이론 등 심리학적인 이론들과도 닮아 있었고 또 요즘 굉장히 핫한 힐링 방법인 ‘명상법’과도 닮아 있었다. 


심리 상담에서 내면 아이란 어린 시절 상처 받아 극복되지 못한 트라우마를 가진 채 머물러버린 자아를 이야기한다. 호오포노포노에서도 자신 안에 작은 아이가 있다고 믿고 그 아이를 잘 보살피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진정한 자아의 회복이라고 보았다.


또 자아를 3단계로 나눈 것이 프로이트의 이론과 닮아 있었다. 프로이트는 신경증 환자들을 치료했던 의사로 인간 무의식을 구체적으로 다룬 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1920년대 초기에 인간의 마음 틀을 ‘이드, 자아, 초자아’의 세 단계로 나누는데 호오포노포노도 자아를 초의식과 표면 의식 그리고 우니히피리로 나눈다. 프로이트의 이론과 대비해보자면 초자아는 아쿠마쿠아(초의식), 자아는 우하네(표면의식) 그리고 이드는 우니히피리(내면아이)라 볼 수 있다. 프로이트와 달리 호오포노포노는 가장 깊숙한 단계의 우니히피리의 욕망들을 성적인 충동(리비도)에 국한시키지 않고 훨씬 신비롭고 근원적인 힘으로 본 것이다. 한 때 프로이트의 이론에 열광했지만 인간 본질에 온통 성적인 접근뿐이라 조금 실망했던 나로서는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세 번째로 호오포노포노는 흔히 ‘마음 챙김’의 방법으로 시행되는 명상법과도 닮아 있었다. 마음 챙김은 매 순간순간을 알아차림을 의미하는 것으로 순간순간 드는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방법을 말한다. 호오포노포노 역시 앞서 말했던 내면 아이에 따라 행동하는 나를 돌아보며 곰곰이 나 자신을 생각하며 알아가고 그대로 살아가야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신비로운 단어들을 쓰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내면 아이를 달래고 내가 나로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직감을 무시 말고 왜 내가 이런 직감을 가지고 그대로 행동했는지 내면 아이의 요구를 알아차리려 내면에 골몰해야 한다는 것. 또 전체적인 내용이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 부담 없이 술술 읽혀 좋았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로 시작해 심리학 서적이나 자기 개발서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이래라저래라’ 하는 느낌이 없어 편했다. 이성적인 것만을 인정하는 딱딱한 현대사회에 불편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하나의 신비로운 주술서 같은 책이었다. 그러니 나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내 내면의 목소리가 궁금할 때,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부담 없는 입문서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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