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자유. 학교 잘 다니고 넌 꼭 졸업해라. 선생들 눈치 안 봐도 되고, 지긋지긋한 이 생활도 이젠 쫑이다. 언니는 간다. 안녕.”
중학교 2학년 말, 수아와 안희가 퇴학을 당하고 짐을 싸서 학교를 떠났다.
2학년, 수아와 같은 반이 되고 한동네에 산다는 걸 알게 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내가 본 수아는, 재밌고 의리 있고 놀기 좋아하는, 15살 보통 소녀일 뿐이었다. 그러나 어른들의 잣대로, 공부 못하고 멋 부리고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날라리로 낙인찍는 것 같았다. 학기 초 한두 번 지적받던 수아는 2학기가 되면서 점점 방황하기 시작했고 결석하는 일이 많아졌다. 학교 오는 날은, 땡땡이치고 학교 근처 뒷동산에 올라가 시간을 보내다가 한참 만에 교실에 들어왔다.
“자유야 음악 시간, 땡땡이 어때? 입 큰 개구리 출석 체크도 안 하잖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학주가 한 번 더 걸리면 등교 정지라고 했잖아!”
“학교 안 오면 더 좋지. 안 나갈래? 뒷동산에 누워 있으면 끝내주는데. 그럼 난 간다.”
뒷동산 있던 수아와 친구들은 단체로 걸려서 모두 정학을 받았고 끝내 두 명은 퇴학까지 맞았다. 퇴학의 결정적 이유는 타 학교 남녀 학생들과 집단 패싸움이 벌어져 생긴 결과라고 했다. 옆에서 건드리지 않으면 튕겨 나갈 애가 아닌데 이렇게 된 현실이 무작정 싫었고 수아를 몰아내는 학교가 너무 야속했다. 수아가 퇴학당한 후 우울감과 상실감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1학년, 오락부장을 할 만큼 명랑하고 성적이 괜찮았던 나는 2학년이 된 후, 학급 부장이었음에도 수아와 노는데 정신이 팔려 성적이 급하락했다. 한번 떨어진 성적은 회복하기 힘들었고 공부에 흥미를 잃기 시작하자 더더욱 손을 놓게 되었다.
3학년이 되고 도덕을 가르치는 허경선 샘이 담임이 됐다. 머리는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눈은 부리부리하고 입술은 늘 빨간색으로 칠했으며 몸은 마르고 왜소해서 나보다 더 작게 느껴졌다. 나이는 음...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서른한두 살쯤 되지 싶었다. 허 샘이 눈을 흘기듯 째려보면 오금이 저렸다. 쥐 잡아먹은 듯한 입술로 특이한 고음 웃음소리를 낼 때면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그런 샘이 싫지 않았다. 선생님의 오버스러운 행동이 가끔 귀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 맨 뒤 아이와 자리를 바꿔 소설책을 읽거나 낙서를 하거나 딴짓을 했다. 친한 친구들은 많았지만 어울리기 싫었고 스스로 벽을 쌓았다. 그렇게 좋아하고 자신 있던 체육 시간도 점점 싫증이 났고 특별활동으로 가입한 핸드볼부 시간엔 출석 체크만 하고 운동장을 배회하다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