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시간에개구리를해부할 예정이니,4월 초까지 한조에한 마리씩준비하라고,학기 초부터 안내가 있었다.크면 클수록 좋다고 했다. 날이 안 풀려서 인지 연못이나 풀숲을찾아봐도 개구리는 보이지 않았다.몇 주를 허탕 치다 친한친구 한 명과 버스를 타고근교로 나가,논밭 볏짚 속에서잠자고 있는,개구리 한 마리를 포획할 수 있었다.
교실에는 미리잡혀온 개구리 몇 마리가,앞으로의 운명도 모른 채, 우리와함께 수업 듣고 있었다.
내가 잡아 온 개구리가 가장컸다. 다른 개구리는 엄지 만하거나 커봐야 검지 정도였는데 내 개구리는 거짓말 안 보태고 성인 주먹 만했다. 이제야든 생각인데 혹시 두꺼비나 황소개구리가 아니었을까 싶다.지금은 손톱만 한 작은 청개구리도 못만지겠는데 그땐 그렇게 큰 개구리가 우찌그리 귀엽다고왕초라고이름도붙여주고 안아주고그랬는지모르겠다.
만우절 아침, 반아이들과 작당모의 했다.
첫째, 책상과 의자돌려 뒤를 보고 앉아 있기.
둘째, 교탁 위 출석부 안에 바구니를 뒤집어 놓고그 안에 내 왕초 개구리를 넣어 놓기.
1교시 남자 샘은 껄껄껄 웃으셨고,
2,3 교시 여자 샘들은기겁하며 꺄! 소리치셨다.
4교시가 좀 걸리긴 했다.
호랑이 마녀 수학 샘이었는데 한 번쯤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보고 싶었던 우리는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반 아이들모두 숨죽여 교실 뒤를 보고 앉아있었다.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의발걸음이 교탁 앞에 멈췄을 때 반장이 일어나 뒤를 보고 "차렷, 경례!" 선창 했고일제히 "안녕하세요?"인사했다.
조용하다.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출석부 펼치는 소리.
차마 뒤돌아 볼 수 없어 다들 귀만 쫑긋 새우고 있는데.
드르륵~~ 창문 열리는 소리.
뭐지? 고개를 돌렸다.
으악~~ 순간 눈을 의심했다.
호랑이 마녀는 내 귀여운 왕초를 한 손에 쥐고
그대로 창문 밖으로 던졌다.
툭! 탁! 뭔가 땅에 떨어지며 파열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경악스럽고 어안이 벙벙해지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교실 분위기가 침통해졌다. 50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아이들은 마녀가 독종 이어도 그 정도일 줄 몰랐다는말로 나를 위로하고 개구리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르르 1층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