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선물로만 전하는 고민투성이 마음, <Mr. Flower>
뚜벅, 뚜벅, 뚜벅.
같은 크기의 소리도 유난히 더 크게 들린다. 어둠이 깔린 저녁 시간의 마법. 이른 아침 사람들 사이에서는 묻혀버렸던 발소리가, 한 걸음 한 걸음 선명하게 귓가를 울린다.
매달 14일이 가까워오면 세상은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뽐낸다. 2월, 3월, 5월… 특히 상반기에 두드러진다. 다른 달에도 각각 뭔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고…… 그러고 보니 이번 달은 장미를 전하는 날이었구나.
꽃이라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라 여겼다. 5월의 단골손님 카네이션조차 내겐 늘 어색했었다. 장미 한 송이를 든 내 손이 그저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로 들어선다. 뚜벅거리는 음향은 길게 뻗은 복도 벽에 부딪혀 한층 더 크게 울린다. 느릿한 발소리에 음산하고 섬짓한 느낌이 들어 일부러 잰걸음으로 발을 딛어본다.
복도 거의 끝. 두어 번 정도 와본 적이 있어, 나름 익숙한 느낌의 도어락. 혹시나 싶어 호수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가지고 온 장미를 다른쪽 손에 든 쇼핑백 안에 조심스레 집어넣는다. 이미 자리잡고 있는 몇 가지 선물들 사이에서 행여나 망가지지 않도록.
문 손잡이에 쇼핑백을 걸어두고 곧장 돌아서려다가 멈칫. 음…… 들고올 때는 못 느꼈는데, 걸어 놓고 보니 생각보다 묵직하다. 행여나 쇼핑백 바닥이 무게를 못 이기지는 않을까 싶어 잠시 고민 끝에 바닥에 내려놓는다. 모양새가 좀 그렇긴 한데…… 기껏 준비한 것들이 집 문 앞에 엉망으로 나뒹구는 꼴을 보여주는 것보다야 낫겠지.
복도, 엘리베이터, 아파트 단지. 갔던 길을 되짚어 나온다. 어둠이 한층 짙게 깔려 있는 하늘. 잠깐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사이 시간이 꽤나 흘렀나 보다. 고개를 돌려 불 꺼진 창문을 한 번 바라보고 어둑한 거리로 나선다.
가끔 이렇게 불쑥 찾아와 놓고 가는 몇 가지 선물들. 글쎄…… 혹시 스토커인 줄 알고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싶어 짤막한 편지도 한 통 넣어놓긴 했다. 물론 이름은 안 썼다. 흠…… 내용 때문에 더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내가 뭐라고 썼었더라, 내용을 한 번 곱씹어봤지만 이미 적어넣은 편지를 어쩌랴.
아직 스스로도 모든 것을 확신할 수 없는 마음. 오래 전 남겨둔 미련일까. 아니면 정말 깊은 속에서 우러나온 진심일까. 그걸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가끔 찾아가는 이 정도 걸음이면 충분할 듯하다.
뚜벅, 뚜벅, 뚜벅.
저녁 시간의 마법을 한 번 더 만끽하며 걸음을 옮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GQxBoJMELw
그대가 생각나서
저녁 길에 꽃을 사네요.
이름 없는 편질 넣어서,
그대 문 앞에 놓고 오죠.
꽃이 시들기 전에
다시 꽃을 놓고 가는 맘.
내 마음은 시들지 않음을, 보이고 싶어
오늘도 꽃을 사네요.
사랑해 사랑해.
그대를 사랑해.
매일 이렇게 찾아가는 걸음이면 돼.
만질 수는 없지만
내 모든 건
그댈 느끼며 하루하루 삶을 살아요.
뒤돌아 오는 길에
콧노래를 불러 보네요.
그대 창을 보면서 부르는, 내 노래처럼
내 맘 전할 날 있겠죠.
사랑해 사랑해.
그대를 사랑해.
매일 이렇게 찾아가는 걸음이면 돼.
만질 수는 없지만
내 모든 건
그댈 느끼며 하루하루 삶을 살아요.
눈 감고 기도를 하죠.
나 그댈 향한 마음,
이어가게 해달라고
그대 하나만 나를 달라고
사랑 앞엔 무릎도 꿇겠다고
내 사랑아……
사랑해 사랑해.
그대를 사랑해.
가야할 곳도, 머물 곳도, 오직 그대야.
나의 눈에 비치는
그대라면
꿈이라 해도 아파도 난 행복한 걸요.
그댈 위해 꽃을 사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