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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歌 #10. "그렇게, 함께 있게만 해줘."

<너를 처음 만난 그때>, 그 날 그 시간을 평생 간직할 거야.

by 이글로
천천히, 눈을 뜬다.
그건, 꿈이었을까?


머리맡을 휘저어 휴대폰을 찾는다. 가장 먼저 통화목록부터 살핀다.


세 번에 걸친 통화. 각각 1시간 29분, 1시간 47분, 52분. 중간에 끊어졌던 건, 단순한 용무 혹은 버튼 실수. 즉, 사실상 거의 연속적으로 통화한 시간이다. 다 합치면 약 4시간. 마지막 통화가 끊어진 시간은, 오전 4시 50분. 그리고 나서 기억은 끊겨 있다. 마치 과음 후 필름이 끊긴 것처럼.


하지만 꿈은 아니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불과 몇 시간 전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가.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이 끊겨 있는 사이에 식어버렸지만, 지난 새벽 꼭 붙들고 있던 전화기는 뜨거웠음을 전해주는 손의 기억.



도란도란 흘러 넘어오는 말소리. 그 순간의 은은한 행복이 느껴진다.

이따금씩 흐느끼던 울음 소리. 그 순간 함께 흘렸던 눈물이 떠오른다.

외롭고 쓸쓸했노라는 옛 이야기. 그 순간 미어지던 숨막힘을 기억한다.


내 모든 감각이, 내 모든 감정이,

오로지 단 한 곳만을 향해 있었던 지난 새벽의 4시간.



그 모든 것을 보듬어 주고 싶다.



지난 새벽, 내가 얻은 결론이다.


혹시…… 착각하는 건 아닐까?

그래,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처음 만났던 그때도 우리는 엇갈렸다. 나는 설렘, 그 사람은 편안함. 서로 다른 곳만을 바라봤었다.


혹시…… 욕심인 건 아닐까?

그래,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다시 만났던 그때도 우리는 다른 곳에 서 있었다. 현재, 그리고 미래. 모든 것이 함께 하기엔 어려워 보였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자 하면서, 누군가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는 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가 각오한 내 길의 고난을, 어찌 다른 이에게 강요할 수 있겠는가.


걷고 싶은 길이 안정된 삶과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 착각일 수도, 욕심일 수도 있다.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다.



한때, 지독한 어둠에 갇혀 꽤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던, 생각하고 싶지도 않던 시간이었다.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던 시간.

칠흑색으로 만연했던 가혹한 생의 어느 길목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 죽어가고 있었던 나의 시간에 밝은 색깔을 다시 칠해준 사람.


그런 사람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됐다는 것……



그래, 네 곁에 있는 게 곧 나의 행복이다.



그 사람으로 인해 새롭게 만난 세상이다.

내게 그건 절대불변의 진리다. 그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 사람을 위해 사는 것도 분명 가치 있는 일.


내가 걷고 싶은 길을 걷는 것도 물론 좋지만, 기왕이면 함께 웃을 수 있는 길을 걷고 싶다.


그 사람의 모든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때로는 조르고 싶어질 지도 모르지만, 한 발짝 떨어진 곳이라도 상관 없으니…… 그저 그 날 그 시간을 평생 간직한 채 살아가고 싶다. 그러니까 이것은 착각일 수도, 욕심일 수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진심일 뿐.


.

.

.


그러니 이렇게 부탁할게.

당신은 그냥, 밀어내지만 말아줘.


그렇게, 함께 있게만 해줘.


https://youtu.be/LjkmKLp7rrw

https://youtu.be/sYPLk1752fU

가르쳐 줄 수는 없을까.
내가 정말 살아 있다는 걸 느낀 건
너를 처음 만난 그때.

가르쳐 줄 수는 없을까.
내가 정말 나를 사랑하게 된 것은
너를 사랑했던 그때란 걸.

달아나지 마. 난 너의 전불 원하지는 않아.
그렇지만 아이처럼 조르고 싶어.

이젠 더 이상 너에게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걸 알아.
그냥 이렇게 바라만 볼 거야.

슬프지 않아. 너는 항상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아.
그냥 이대로 사랑을 할 거야.


(가르쳐 줄 수는 없을까.
내가 정말 나를 사랑하게 된 것은
너를 사랑했던 그때란 걸.

달아나지 마. 난 너의 전불 원하지는 않아.
그렇지만 아이처럼 조르고 싶어.)

이젠 더 이상 너에게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걸 알아.
그냥 이렇게 바라만 볼 거야.

슬프지 않아. 너는 항상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아.
그냥 이대로 사랑을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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