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함부터 손발퇴갤까지... 모든 가능성을 품은 포맷.
그 시절, 리뷰를 쓴다는 건 꽤나 고역이었다. 많이 힘들었다. 진심으로.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하고 즐겨했던 건 맞다. PC플레이어라는 잡지를 꽤 오래 사서 봤었고, '무대포'라는 닉네임의 필진이 쓰던 '스타크래프트' 꼭지를 특히 좋아했었다.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삼국지3'를 부록으로 받아 미친듯이 했었던 기억도 난다. 대학가의 조그마한 서점에서 '세일즈왕'이나 '시저3'의 주얼판을 사서 재밌게 즐기기도 했다. 다들 이제는 구하기조차 어려워져버렸지만.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안다.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게임을 좋아했지만, 게임을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나 정도의 게임경험은 영어 알파벳 수준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수십 명씩 모인 곳. 그건 글자 그대로 '정글'이었다.
나는 그저 무수한 '보통 게이머'의 한 사람일 뿐이었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깊이 있게 알려고 하지는 않았던, 보통의 인간. 스스로 그걸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리뷰는 멋지게 쓰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바로 그것이 내 비극의 시작이었다.
사이트를 보는 수많은 눈이 내 리뷰를 자연스럽게 본다. 사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좋은 환경임에 분명하다. '혼잣말에도 청중이 있길 기대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라는데, 쓰기만 해도 최소 수백수천 조회수가 보장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결코 편안했던 건 아니다. 성과는 들쭉날쭉, 자신감은 시시각각 떨어져가는 와중에, 뭐라도 특별함이 있는 글을 써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리뷰를 완성지어도 조회수와 댓글을 수시로 확인하며 손톱을 깨물어댔다. 가시방석을 엉덩이에 붙이고 다닌 꼴이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내 스스로도 오랜 시간 주입시켜왔다. 하지만 다른 의견이라는 놈이 항상 정중하고 고운 말로만 나오지는 않는 법. 익명이라는 가면을 뒤집어 쓴 비난과 거친 표현은 힘겹게 써낸 내 글을 '틀린 것'으로 끄집어내리는 듯했다. 그걸 견딜 수 없었던 거고.
바로 그 '유리멘탈' 때문에 내가 쓴 리뷰는 언제나 애매할 수밖에 없었다. 욕먹는 일에 익숙지 못하니, 아예 그것을 피해갈 수 있게 어정쩡한 포지션을 취한 까닭이다. 박식한 것도 아닌데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뚜렷하게 말도 못하니, 좋은 글이 나올리 만무하다. '양시론 리뷰' 혹은 '양비론 리뷰'라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내 손 끝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퇴사 이후 내가 썼던 리뷰들을 주욱 훑어봤다. 힘들었던만큼, 어느 하나 썩 마음에 드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주저함이 없었던 것도 드물고. 하하하... 허탈하다. 지식이 부족했을 수도, 문장 감각이 모자랐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단지 자신감이 없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셋 모두였을 수도 있고.
가볍지 않았던 실패담을 딛고 다시 리뷰의 영역에 도전한다. 이미 고배를 마셨던 게임은 잠시 손을 놓았다. 대신 다른 영역의 콘텐츠를 우선 타겟으로 삼았다. 디지털 스토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웹툰, 웹소설.
쉽게 생각하고자 하면 무척이나 쉽다. 그냥 솔직히 내가 보고 들은 것에 대한 느낌을 적으면 되는 거니까. 반대로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 포맷이 된다. 주관적인 견해가 주를 이룬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공감 포인트가 전혀 없어서는 곤란할테니까.
과거에 썼던 '풋내 나는' 게임 리뷰들이 이제 와서 새삼 더 부끄럽다. 할 수만 있다면 싹 갈아엎고 다시 시작하고 싶을 정도로. 한 가지는 다행스럽다. 과거의 글이 부끄럽게 느껴진다는 건, 그 사이에 내가 뭐라도 더 배우고 깨달았다는 증거라는 것.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 아직 텁텁한 무더위가 군림하기 전 즈음일 게다. 아는 형님과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리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세상 모든 이야기는 리뷰야.
사람들은 뭐든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잖아.
그 순간의 탁 트이는 기분, 형님은 아셨을지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이야기한다. 그에 대한 생각의 결과와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안 해본 것, 모르는 것, 관심 없는 것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대개 꾸밈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열에 아홉 '허장성세'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나도 그랬어야 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어거지로 짜내려하지 말았어야 했다. 딱 내가 아는 만큼, 그 안에서 원래 잘하던 디테일을 추구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내 리뷰들이 좀 더 아름답게 남을 수 있었을텐데! 깨달음이란 늘 뒤늦게 찾아오기에 더욱 아쉬운 법이다.
한동안 리뷰라는 것을 다시 심도 있게 마주해보려 한다. 가슴 뭉클한 감동부터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당혹스러움까지, 인간의 모든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멋진 포맷이기에 포기할 수는 없다. 과거 리뷰를 어려워했던, 마치 거대한 벽처럼 느꼈던 기억을 완전히 벗어던진 건 아니다. 지금까지 이 곳에 썼던 몇 편의 리뷰에 그 흔적이 남아있으니까.
앞으로도 한동안 올릴 리뷰들은 대부분 '습작'이 될 지도 모른다. 깨달음을 실현하기 위한 습작. 만족스럽지 못한 글이 범람할 것에 대해 미리 밑밥을 던져두는 셈이다.
여전히 내가 뚜렷한 주관을 내세우지 못한 리뷰를 남발하더라도, 이젠 주저앉지 않으려 한다. 그 모든 것들 또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한 과정이라고 여기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절대 도중에 손을 놓아버리지 않길... 소망하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