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동글

웹툰을 '만난' 여자? 첫눈에 낚였다

본격 딸이 아빠 저작권 침해하는(?) 드라마 <W>, 이거… 흥미롭잖아?

by 이글로

어느 곳에서든 첫인상은 중요하다. 특히 독자를 끌어들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야기Story'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TV 프로그램 중에서 첫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르를 꼽으라면, 난 두말없이 드라마를 택할 것이다.


드라마는 이제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인 '상품Product'이다. 종합편성채널, 케이블까지 드라마 시장에 깊이 발을 담그고 있는 지금, 한 주에만도 족히 열댓 개는 되는 '상품'들이 전파를 탄다. 채널 선택권이 넓어지다보니 한 자리 수 시청률이 보통이고, 안타깝게도 종영할 때까지 소수점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있다. 갈수록 붉게 물들어가는 드라마 시장의 현실이다.

블루오션, 레드오션은 참 잘 지은 용어 같다.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한다는 카피를 몇 주 전부터 뿌린다. (아마도) 공들여 편집했을 티저를 수시로 내보낸다. 기존에 편성돼 있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힘까지 빌려가며 지속적인 홍보 전략을 편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를 이 방식은 어느새 거의 모든 채널의 공식이 됐다.


7월 20일 방영을 시작한 <W>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2주 정도 됐을까? 그때부터 MBC 프로그램을 볼 때면 수시로 '20일부터 <W>가 방송된다'는 홍보를 접할 수 있었다.


제목부터가 묘하게 다가왔다. 알파벳 한 글자. 문득 1994년작 납량특집 드라마 <M>이 생각났다. 당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드라마를 보던 초등학생 꼬마의 기억과 함께. 호기심이 동해 검색을 해봤고, 대략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 소개를 슬쩍 봤다. '웹툰 속 세계로 빨려들어간다'는 설정. 오호라, 이것 봐라……?



나는 웹툰을 좋아하고, 여러 플랫폼을 찾아다니며 꽤 많은 작품을 꾸준히 챙겨보는 편이다. 그래서 웹툰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구미가 확 당기는 걸 느꼈다. <W>라는 알파벳 한 글자로 호기심을 끌었던 새 드라마는 '웹툰 세계와의 조우'라는 먹음직한 미끼를 던져 내 관심을 낚아올렸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지금까지 드라마와 웹툰이 만나는 뻔한 프레임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그런 거라면 그냥 한두 회쯤 보다가 말리라'고 다짐하며 기본 설정을 살펴봤다. 어차피 요즘 드라마는 홈페이지 줄거리나 인물 소개로 그리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 편이니, '셀프 스포일러' 걱정도 딱히 없었다. 그렇게 알게 된 <W>의 설정. 그건 분명 관례를 벗어난 시도였다.


어차피 대부분의 드라마는 결국 로맨스로 간다. 남녀 주인공 사이에 흐르는 핑크빛 기류는 한국 드라마의 메인디쉬다. 그것도 아주 잘 팔리는 인기메뉴. 그나마 요즘은 솔로들의 염장 건강을 걱정해주는 덕분인지 기류만 실컷 흐르다가 정작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래봐야 어차피 로맨스인 건 매한가지. 그 익숙한 레시피는 아마 <W>에서도 반복될 것 같긴 하다.


하긴, 생각해보면 강철(이종석 분)의 입장에서 오연주(한효주 분)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횡설수설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 안절부절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강철의 '직감'은 오연주가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게다가 미인. (그게 립서비스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즉, 강철로서는 로맨스 기류를 만들 모든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 하겠다.


초반 2회 분량에서 이미 두 인물 사이의 로맨스는 싹이 텄다.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오연주 쪽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인 거 같지만, 나쁜 남자(?) 강철은 이미 시작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오연주의 언행 하나하나는 강철의 시선에 오묘한 호감을 가득 채워놓았다. 그는 '인생의 키Key가 될 여자'라는 위험한(?) 발언을 거리낌없이 내뱉으며 짙은 확신을 보인다.


"이건데 완전? 이 구역의 미친 년은 바로 나야!"


다행히도, '서로 다른 세계의 시공간을 초월해 만난 남녀'가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강철이 살고 있는 세계, 즉툰 'W'를 창조한 장본인은 바로 오연주의 부친 오성무(김의성 분). 우리나라의 보편적 정서상, 딸내미의 고행(?)을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아빠는 없으리라.


하긴, 아빠라는 이유 외에도 오성무는 강철이라는 인물과 그가 사는 세계를 만든 작가다. 강철과 오연주의 비정상적인 관계에 그가 끼어드는 것은 어느 방향에서 보나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갈등 구도가 나올 것이다. '특이한 딸'을 둔 덕분에 오성무는 졸지에 악역이 될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그 놈은 괴물이다. 처음엔 몰랐었는데 내가 괴물을 만들었더라. 그 놈은 진작에 끝냈어야 했어." (몽주 아저씨 악역 플래그)


서스펜스 요소가 들어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대충 알 것 같다. 한국 드라마니까. 다만, 그 과정은 꽤나 흥미진진할 것 같아 외면할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또 드라마 호구 인증……)



16부작으로 나온 이 드라마는 꽤나 빠른 전개속도를 보여준다. 2화 막바지에서 타임 스톱Time Stop을 경험하는 강철의 모습과 자신이 그린 장면이 멋대로 바뀌어 버리는 모습에 혼비백산하는 오성무의 모습. 자신에게 일어나는 비현실적인 상황으로부터 무언가를 느꼈던 걸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강철은 어느 한 방향을 쳐다보며 읊조리듯 질문을 던진다.



당신.. 대체 누구야?



절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아빠의 저작권을 침해(?)하게 돼 버린 딸. 덕분에 자신이 창조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 작품 속 세계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하는 아빠. 살리려 하는 딸과 죽이려 하는 아빠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는 웹툰 주인공.



뭐야, 로맨스보다 훨씬 흥미로운 메인디쉬는 여기 있었잖아?


어쨌거나 한효주는 예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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