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은 tvN과 JTBC가 취향에 잘 맞는듯…
그런 단어들이 있다.
익히 아는 단어지만, 막상 들으면 다소 낯설다거나 새롭게 느껴지는 단어. 또, 너무 익숙해서 들어도 별 감흥이 없는 단어. <소사이어티 게임>은 전자와 후자에 해당하는 단어를 함께 배치한 제목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 기준) '이건 뭐지?' 싶은 흥미로운 예고 영상에 혹해, 본 방송을 한 번 챙겨보기로 마음 먹었다.
22명의 참가자, 두 개 팀의 경쟁, 총 14일에 걸쳐 진행되는 서바이벌 챌린지. 음… 일단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 구색은 다 갖췄다. 중요한 건 이 안에 '소사이어티Society', 즉 사회 시스템을 투영하고자 했다는 것. 명백히 이 지점에 프로그램의 핵심이 담겨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그 생각에 스스로를 던진 채 TV 앞에 앉았다.
리더의 독단적 권리를 전제로 하는 '마동', 구성원들 간의 합의를 기본으로 하는 '높동'. (마동과 높동이라는 이름은 무슨 의미로 지은 건지 잘 모르겠다.) 이건 독재사회와 민주사회라는 두 가지 체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음…… 세세하게 따지자면 100%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게임'이니 이 정도면 꽤 근접하게 구현한 게 아닐까 싶다.
각 팀당 11명. 남자 7명, 여자 4명. 총 인원 수와 남녀 성비까지 똑같이 맞춘 구성. 인원 수가 똑같다고 해서 공평한 건 아니지만 일단 겉으로 틀은 맞췄다. 팀 배정을 위한 사전 테스트부터 앞으로 이루어질 본 게임까지 모든 종목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다. 두뇌 영역, 신체 영역, 감각 영역. 이는 사람마다 각자의 장기나 강점이 있게 마련이라는, 거창하게 보자면 인간의 다양성을 고려하고자 한 룰이 아닐까 싶다.
각각의 게임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그 감상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련다. 제작진이 어련히 알아서 잘 기획했을까 싶기도 하고, 실제 방송의 편집에서도 게임 내용보다는 각 동의 삶과 개개인의 행동거지에 더 주목하려는 의도가 느껴져서다.
민주적 절차, 즉 투표를 통해 리더를 선출하는 '높동'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보편적 사회와 비슷해 보인다. 실제 투표 행위를 거치지 않더라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민주적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다. 즉, 높동은 모든 구성원이 의견을 내고 다수결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체제다.
'마동'의 첫 리더 선출은 그야말로 강렬했다. '주어진 미션 음료'(어떤 것인지는 직접 방송을 보시는 편을 추천…)를 가장 먼저, 남김 없이 원샷하는 이가 첫 번째 리더로 선정됐다. 아마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동에서는 리더만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짐으로써 독재라는 시스템을 채택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반란의 열쇠'라는 아이템과 '과반수 이상 동의 시 리더 변경 가능'이라는 룰로 무기한 독재가 되는 일은 방지했다.
높동과 마동. 겉으로 보이는 기본 구조는 전혀 다르지만, 사실 그보다 더 밑단을 형성하는 요소는 동일하다. 1. 이것은 게임이고 2. 여기에 임하는 모두는 '사람'이라는 것. 16일(일) 첫 방송분부터 모든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그룹 형성' 내지는 '담합'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주로 비춰졌다. 일명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생존, 우승, 상금 획득이라는 목표 아래, 가장 본능적이면서도 치열한 수 싸움이 이루어지는 지점은 바로 이 곳이리라.
독재 사회인가, 민주 사회인가.
리더는 어떻게 뽑히며 사회적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중요하면서도 심오한 문제다. 하지만 누누이 말했듯, 이것은 게임이다. '생존과 우승, 그리고 상금'이라는 최대 목표 아래, 이 중요하고 심오한 문제는 철저히 수단으로서만 기능한다.
최종 상금(사회적 풍요로움)은 양 팀 중 승리한 쪽, 그 중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의 몫. 팀 간 경쟁에서 이기고, 팀 내 갈등을 조율 또는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느 쪽의 체제가 더 효율적인 '수단'이 될 것인가.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내핵이다.
강인한 리더를 추구하는 '마동'의 경우, 구성원들의 정치 구도가 비교적 단순하다. 리더를 바꾸려면 먼저 반란의 열쇠를 갖고 있는 후보자가 움직여야 하고, 그를 포함해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즉, 어떻게 되건 이 동네는 현 체제파 vs 새 체제파, 두 개의 무리로 나뉠 수밖에 없다.
단, 정해진 리더 선출 주기가 없다. 즉, 누군가 권력을 잡더라도 언제든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첫 리더가 된 출연자 이해성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양상국이 주도한 반란으로 리더 자리를 빼앗겼다. (이럴 거면 '그 음료'를 마신 건……ㅠㅠ)
모든 구성원의 협의를 바탕으로 하는 '높동'의 경우, 매일 리더를 뽑기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즉, 어떤 리더를 뽑더라도 정해진 임기(최소 하루) 동안은 권리가 보장된다. 마동에 비하면 다소 안정적인 구조라 하겠다. 탄핵 시스템까지 있었으면 한층 더 리얼했을지도?
단, 리더 입후보에 인원 제한이 없다. 즉, 후보자가 많을 경우 여러 그룹으로 쪼개져 복잡한 정치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뭐, 반대로 모두가 단합해서 한 사람을 추대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알다시피 그건 한없이 이상에 가까운 일이다.
http://ch.interest.me/tvn/VOD/VODView/201606175213/933016/121397
이밖에 세부적인 룰까지 고려하면 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대 기획이다. 고작 글 한 편에 모두 담아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시작한 글은 아니니 딱히 상관은 없지만.
나는 <소사이어티 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과 사회라는, 우리 삶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생각해보려 한다. 권력(리더)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그 본분은 무엇인지. 또 '정치'라는 녀석은 어떤 원리로 동작하며,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정치가 될 수 있는지 등등.
불과 11명씩으로 꾸며놓은 소규모의 사회지만,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작게는 가족과 친족들일 수도 있고, 좀 더 크게는 학교나 동아리, 사적인 모임이나 회사 조직일 수도 있다. 또 더 나아가서는 정당이나 국가 역시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주간 이어질 서바이벌과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동안, 모든 의문에 내 나름대로의 시각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프로그램이 지난 여름에 촬영된 것이라고 하는데, 유난히 살인적이었던 불볕 더위에 고생했을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에게 뒤늦게나마 박수를 보낸다.
P.S.
혹여 이 프로그램의 누군가를 가리켜 '어떤 체제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낙인 찍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곳곳에 담겨있다고는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이고 예능 방송이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효율성을 따질 뿐이지, 실제 정치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멀 테니까.
뭐…… 사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한데, 그 당연한 이야기를 못 알아먹고 농담을 시사고발급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종종 보다보니 괜한 노파심이 들어 덧붙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