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2일, 역사가 될 오늘, 부디 모두 무탈히 돌아오길
요즘은 어느 채널이든 뉴스만 틀었다 하면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 텍스트로 이름을 거론하기조차 꺼려지는 '그 이름'. 파생된 세부 화제는 매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결국 같은 문제라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본질本質이라는 말은, 솔직히 쉽지는 않다. 추상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본질을 잊지 마세요.' '그 말씀은 본질에 어긋나는 방향입니다.'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한두 번쯤 필터를 돌리곤 한다. 지금 오가는 이야기의 '본질'이 무언지 다시 한번 정리해봐야 하기 때문. 뭐, 내 이해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생각을 너무 많이 품고 살기 때문이거나.
뉴스와 시사 토론 등을 챙겨보다 보니, 자연히 오늘 예정된 집회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역사에 남을 날이 될 거라는 점도. 머릿속을 떠다니는 다른 모든 생각을 뒤로 미뤄둔 채, 오늘은 집회와 관련해 뭐라도 한 마디를 적어야지 싶었다. 현장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나마 그들과 뜻을 함께 하는 많은 이들과 같은 심정으로.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현장 생중계를 틈틈이 들여다본다. 같은 장소에 모여있지만 저마다 다른 요구사항이 적힌 피켓들. 그 사이에서 문득 '본질'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오늘, 여기, 사람들이 모이게끔 한 '본질'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그 본질이라는 놈이 흐려지는 것이다. 일부 개개인의 감정적인 행동만으로도, 집회 전체의 의미가 매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지난 집회에서 학생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경찰 앞에 저지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그런 우려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각 개인, 혹은 각 집단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바는 다를 수 있다. 말 대신 들고 있는 피켓이나 플래카드 등은 물론,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요구사항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늘 모인 '본질적 목적'은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 (굳이 문장으로 표현하지는 않으련다.)
어제였나. 요즘 망언 제조 분야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새누리당 친박계 김 모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법사위에서 했다는 발언을 또 하나 발견했다. 뭐, 오늘 집회가 북한의 간첩 총궐기 지령이라나……
귀담아들을 필요 없는 소수의견(사실 소수의견이라 하기도 민망하다)이긴 하지만, 한 가지는 염두에 둘 만하다. 일탈 행동으로 '국민의 뜻' 전체를 퇴색시키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의 누군가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릇 맑디맑은 물은, 단 몇 방울의 흙탕물로도 그 빛을 잃을 수 있는 법이니까. (저 김 모 의원의 논리를 그대로 되돌려주자면, '그들'이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누군가일 수도 있겠다.)
오늘 집회의 본질은 민주주의라는 원칙을,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훼손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그 사람'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해 뭔가를 할 권한을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 사태의 수습을 맡길 수조차 없을만큼 믿음이 깨졌다는 것이다. 그 외의 구체적인 사안들은 모두 그 대전제 아래 모을 수 있는 부수적인 문제다.
오늘 광장에 모인 사람들, 혹은 어딘가에서 중계로나마 지켜볼 사람들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귀를 기울일 것인지, 끝끝내 외면하고 마이웨이를 갈 것인지는 '그 사람'(혹은 그 사람 주위의 '호위무사'들)이 결정할 문제다. 아쉽지만 아직은 그렇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바는 이렇다'는 메시지를 '평화롭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본질이라 할 것이다. 부디 오늘, 역사적 현장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무탈하게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무엇보다도 우선할 본질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를 누리며 살아갈 우리 모두의 권리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