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액션과 스릴일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못내 조심스럽다. 쓸까, 말까. 첫 방송을 놓쳐 다시보기로 몰아서 봐야했던 그 순간부터, 내내 고민했다.
분명 누군가는 아무 불만없이 재미있게 보고 있을 텐데, 괜히 내 어설픈 비판 때문에 감상에 초를 치지는 않을까 싶어서다. 본래 단점이란 놈은 모르고 지나치면 전혀 안 보이다가도 일단 인지하고 나면 계속 신경 쓰이지 않던가. 참 얄궂게도. 때문에 비판은 늘 어렵다. 칭찬하는 글에 비해 논리와 문체 고치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모태 유리멘탈이라 그런 것도 있다.)
뭐… 대충 그런 핑계로 글을 미루다가, 10회 방송분(2월 19일)을 보고 나서야 생각을 바꿨다.
1. '다른 의견'은 마땅히 수용돼야 옳다. 억측을 배제하고 너무 과하게 날을 세우지만 않으면.
2. 내 글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자. 운 좋게 조회수 나온 글 몇 개 있다고 김칫국 원샷은 곤란하지 않나.
그래서 그냥 질러본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지 제 명에 가깝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긍정할 건 먼저 짚어야겠다. 주제와 소재, 스토리에는 불만이 없다. 나는 한국 드라마가 주로 로맨스를 메인 재료로 삼아왔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래서 로맨스를 쏙 빼거나 변두리로 돌리려 하는 플롯이 보이면 일단 관심을 갖는 편이다.
가까운 곳에서 예를 찾자면 tvN <시그널>이라든가, OCN <38사기동대> 정도가 되겠다. 로맨스가 주를 이루던 한국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넓혀준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돼야 마땅하다고 보는 라인업들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보편적 대중과 특정 마니아를 각개공략하는 전략이랄까.
그런 점에서 <보이스>는 합격 기준선을 넘기에 충분하다. 어… '범죄 골든타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가끔 '소리 추격'이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하는 부작용을 제외하면.
배우들의 연기 또한 대체로 훌륭하다. 한 지인이 강권주(이하나 분)가 시종일관 표정변화가 없다며 지적한 적이 있었는데… 이하나라는 배우의 과거 이력을 고려했을 때, 그녀의 무표정은 의식적으로 연기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강권주라는 캐릭터의 성격과 극중 위치를 고려하면 매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감정을 최대한 빼는 쪽이 더 어울릴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하나의 연기가 거슬린다면, 그 의견 또한 기꺼이 수용하도록 하겠다.)
칭찬을 먼저 펼쳐뒀으니 이제 칼질을 좀 해야겠다. 날은 가급적 무디게.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나는 감히 연출과 편집이 '과하다'고 지적하고 싶다. 흠… 비겁하지만 밑밥을 좀 깔자면, 학부 전공에서 영상 연출과 편집을 다소 접해보긴 했으나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보이스>의 플롯은 간단하다. 굵직한 하나의 사건(은형동 살인 사건)을 중심축으로 놓는다. 이후 곁가지처럼 보이는 에피소드를 연이어 깔면서, 중심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금씩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는 공중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쉽게 예제를 찾아볼 수 있는, 이미 검증된 스토리텔링 방법의 하나다.
이런 류의 플롯에서 중요한 건 이른바 '끊는 타이밍'. 한 호흡으로 결말까지 달려가는 영화와 달리, TV드라마는 여러 편으로 나눠지는 형태다. 즉, 어느 시점에 한 회를 끊느냐가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 편 한 편은 영화의 반토막 정도 분량이지만, 다 붙여놓고 보면 사실상 영화의 몇 배 분량. (요즘은 16부작이 일반적인 듯) 즉, 그만큼 스토리가 덜 압축돼 있다는 뜻이고, 바꿔 말하면 연출과 편집에 따라 '시청자 경험'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어떤 신Scene을 얼마만큼 보여주고, 어느 정도의 컷을 할당하는가 따라 전달되는 느낌은 크게 달라지니까.
오늘까지 10회. 16부작 기준으로 막 반환점을 돌고 두어 발짝을 내딛은 시점.
현재까지의 느낌을 총평하자면, 주요 장면에서의 긴장감 유발이 과해 보인다. 이는 첫 회부터 꾸준히 느꼈던 부분. 범행의 결정적 순간, 또는 무진혁(장혁 분)을 필두로 한 전투원(?)이 들이닥치는 순간을 너무 늘어지게 연출하는 경향이 짙다. ('주인공 버프'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여기에 'OO사건 발생 OO분(시간) 경과' 같은 자막이 반복해서 강조되곤 하는데, 손에 땀을 잔뜩 쥔 채로 자꾸만 반복되는 클라이막스를 보다 보면 짜증이 치밀 때가 있다. (광고까지 끼면 짜증이 곱배기.) '골든타임'이라는 소재를 부각시키려 한다는 건 이해한다 쳐도, 가슴 언저리에서 두근대는 놈이 펌프질 빨리 해대는 건 막을 도리가 없지 않나. 뭐… 긴장감&스릴에 대한 저항력이 턱없이 낮다는 개인적 특성 탓도 있겠지만.
또, 매회 마지막 장면을 끊는 지점이 무척 애매하다.
사건 하나가 종결되고, '오늘은 끝났겠구나' 싶어 시계를 보면 아직 끝날 시간이 아니거나, 수사 진행 중에 좀 길어진다 싶어 시계를 보면 끝날 시간이 다 돼 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과도한 늘리기'를 시도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 보고 있으며, 클라이막스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게 그 주범이라 생각한다.
'모든 사건이 결국은 하나의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스토리라인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사건과 사건 사이의 경계가 희미하다는 점을 변호하기에는 부족해보인다.
액션과 스릴은 분명 많은 사람들이 반기는 요소고, 클라이막스를 표현하기에 아주 좋은 재료다. 긴장감 없는 스토리는 밋밋함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시청자들의 심장을 너무 쫄깃하게 주무르다간 반작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검색해보니 시청률도 꽤 나오는 편인데, 나만큼 '스릴 저항력' 낮은 사람이 더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은가.
오늘치 방송을 보며 툴툴거리고 있자니, 옆에 있던 형이 한 마디 보탠다.
"그러면서도 보잖아?"
……젠장,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