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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18. 나 홀로 우두커니

그 새벽, 한순간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by 이글로

걸음이 느려진다.

술을 좀 마시긴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갈 곳이 없는 게 아닌데…

내겐 분명 목적지가 있는데…

한순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별로 많지 않은 주위 사람들.

그들의 곁눈질이 느껴진다.

잰걸음이라도 재촉하듯, 눈길들이 따라온다.

왜 그러고 서 있느냐고, 갈 곳이 없느냐고,

그렇게 묻는 듯하다.

하나하나가 심히 편치 않은 시선들.


갈 곳이 정해져 있는 듯 보이는,

주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예민하게 신경을 긁어댄다.



한숨이 조용히 치밀어 오르며,

다시 느릿한 걸음을 뗀다.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고 숨을 훅- 내쉰다.

푹 절은 알코올 냄새.

살짝 휘날리는 앞머리.

답답한 마음으로 술을 마신 날이면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버릇 중 하나.


또 치밀어 오르는 한숨을 흘려낸다.

텁텁한 알코올 기운이 다시 혀끝에 맴돈다.


한껏 취한 술이 깨지 않은 채 기록을 남긴다.

한숨 한 번에 글귀 한 줄씩.

몇 시간째 하얀 화면 위에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소리 따위,

힘없이 묻히고 만다.



쉽게만 생각했던 길 하나의 무게.

그 길 위에 뿌려진 한숨 한 번의 무게.

켜켜이 쌓인 무게들이 발목을 잡는다.


만약 주위에 멈춰있는 다른 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같은 처지의 사람끼리 위로라도 할 수 있었을까?


글쎄… '만약'이라는 건 언제나 장담할 수 없는 법.

적어도 내 주변엔,

각자 길을 나아가는 이들뿐.

마주한 현실은 바로 그것뿐.

그 냉정함에 마음이 더욱 저리다.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택한 이 길이

남들보다 느리거나 멀 수 있다는 건.

다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있었다.

느리지만, 가늘게나마 계속 이어질 거라고.

멀지만, 도중에 끊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믿던 조금 어린 시절의 내가 있었다.


'끊김 없는 길' 같은 건 허상일 뿐임을,

이제는 아노라 말하지만……

이 답답함을 위로하기엔 한참 부족한

알량한 깨달음일 뿐.


지금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만 하는 걸까.


이 답답한 길의 끝은 대체 어디인 걸까.


어느 날 새벽.

그 한순간,

나는 길을 잃고 말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3GJabGceOqI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Hoo… 지금 내가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살아야만 하는가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일까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상단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photo/light-road-landscape-nature-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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