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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歌19. 어느 소심한 이의 고백

<그랬나봐>, 좀 더 서둘러 말했어도 됐던 건가봐

by 이글로

생각해보면 난 참 소심했어요.


지난 십수 년간 누구 하나 제대로 만나기는커녕, 마음을 전하는 것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했죠. 나와 단둘이 있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일 거라고, 그냥 짝사랑으로만 끝내는 게 맞는 거라고, 늘 그렇게 혼자 결론짓고 말았거든요.


알아요. 나도 잘 알아요. 얼마나 바보같고 한심한 이야기인지. 이렇게 털어놓는 지금, 스스로 보기에도 너무 못난 말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니까. 그래도… 이 이야기는 한 번 들어줬으면 해요.



언제였더라… 당신과 내가 함께 속해있는 그 모임이요. 참 오랜만에 나가볼까 마음 먹었어요. 당신은 항상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걸 친구를 통해 듣고 있었는데… 난 이제서야 나갈 수 있게 됐어요. 당신에게로 향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이젠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랬는데… 그렇게 큰맘먹고 나갔는데. 이번엔 정작 당신이 보이질 않았어요. 자꾸 주위를 둘러보는 날 보며 다들 누굴 그렇게 찾느냐고 물었죠. 난 대충 얼버무리고는 결국 2차로 이동하는 길에 빠져나오고 말았어요. 당신과 마주쳐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신이 보이지 않아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니… 참 우스운 일이에요. 그렇죠?



오랜만이죠? 그 날 이후로 난 다시 모임에 나가지 않기 시작했으니, 아마 당신이 나왔더라도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정말 우연이라고, 어떻게 이런 곳에서 만나냐고 당신은 말했지만… 음… 내 입장은 좀 달라요.


자주 가지도 않는 곳, 게다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 그 사이에서 난 이미 한참 전에 당신을 발견했어요. 사람의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당신의 걸음을 따라가며, 내 쪽으로 시선이 향하길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한참을 기다려 비로소 당신이 내 쪽을 돌아봤을 때, 짐짓 놀란 척 하느라 힘들었네요.


그동안 왜 연락 한 번 없었으냐는 물음에, '당신도 연락 안 한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답하고 싶었지만… 까칠하게 들리진 않을까 싶어 그냥 웃고 말았네요. 어쩌겠어요. 원래 이런 난데.


짧은 인사 한 마디. 그 음성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또렷이 기억나요. 우연이요? 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필연? 글쎄요. 진부한데요. 어차피 진부한 말로 할 거라면… 인연이라는 말이 더 좋지 않을까요. 듣기에도 이쪽이 더 좋고요.



우리가 알게 된지도 벌써 이 됐어요. 그동안 난 문자 한 번, 전화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았죠.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던 날. 당신이 내렸던 그 역에서 일부러 내려 홀로 걸었던 날도 내겐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하루 한 번, 못해도 이틀에 한 번은 당신을 떠올리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죠.


이제야 알았어요. 고작 그 정도의 관계로 만족했던 게 아니예요. 고작 그 정도의 관계마저 깨지고 말까봐, 말 한 마디조차 어색한 사이가 돼 버릴까봐, 난 그게 두려웠던 거예요. 유난히 생각도 많고 겁도 많았던, 내 이 막막함을… 당신은 알고 있나요? 모를 거예요. 아니, 몰라야만 해요.


많이 늦었지만… 그렇게 혼자 고민만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라도 작은 용기를 내보려 해요. 나라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내 작은 용기는 인정해줄 거라고. 내가 아는 당신이라면 그럴 거라고 믿으니까.


집 앞으로 찾아가겠다는 그 말을 하는 동안에도 내 떨리는 목소리도 신경 쓰여요. 늦은 시간인데도 기꺼이 그러라며 밝게 답해주는 당신의 목소리도 자꾸 귓가에 맴돌아요.


짧지만 진한 향기가 담긴 말들,

오랜 막막함을 털어버릴 말들,

이젠 다 준비가 됐어요.


염치 없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지금 달려갈테니.


https://www.youtube.com/watch?v=wKvDwc3KDTo


많은 친구 모인 밤 그 속에서
늘 있던 자리에 니가 가끔 보이지 않을 때
내가 좋아했던 너의 향길 맡으며
혹시 니가 아닐까 고갤 돌려 널 찾을 때

우연히 너의 동넬 지나갈 때면
어느새 니 얼굴 자꾸 떠오를 때

그랬나봐 나 널 좋아하나봐
하루하루 니 생각만 나는걸
널 보고 싶다고 잘할 수 있다고
용기내 전활 걸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돼 바보처럼.

우연히 너의 메일을 알게되면서
모니터 앞에 널 밤새 기다릴때

그랬나봐 나 널 좋아하나봐
하루하루 니 생각만 나는걸
널 보고 싶다고 잘할 수 있다고
용기내 전활 걸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돼

말하지 못한 막막함을 너는 알고 있을까.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랑 내 앞에
숨쉬고 있는걸.

그랬나봐 나 널 좋아하나봐
하루하루 니 생각만 나는걸
널 보고 싶다고 잘할 수 있다고
용기내 전활 걸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돼

넌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하지
지금보다 더 좋은 남자 되고 싶다고
널 만나러 가는 이 시간 난 연습해
그토록 오랜시간 가슴속에 숨겨왔던 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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