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외운다. 오늘 하루 더 버텨보자고.
요즘 애들은 힘든 일을 도통 안 하려고 해.
언제였더라.
술상을 놓고 아버지와 마주 앉았을 때의 이야기다.
환갑을 맞는 올해까지 동네에 있는 공장에서 잡무를 도맡고 계신 아버지는, 일하러 왔다가 금세 그만두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신단다. 보통 며칠 내지는 1~2주 정도. 심할 때는 하루 만에 통보도 없이 그만두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끈기가 없다며, 신뢰하기 힘들다며, 사회생활의 도리를 모른다며 혀를 차신다. 그런 '남 일'을 시시콜콜 이야기하시며, 결국 "일자리가 없다는 건 다 핑계다"라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진부한 결말을 뽑아낸다.
소주 한 잔 털어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그냥 끄덕이기만 할 뿐이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됨됨이는 내가 겪어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지만, 아마 모두가 아버지가 생각하시는 대로는 아닐 거라 짐작할 뿐이다.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
매일 아침, 각종 채용 페이지를 뒤적인다. 둘러보는 곳만 얼추 대여섯 개. 사람을 찾는 자리는 많다.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들은 정말 많다. 아버지 말씀대로, 일자리가 없다는 건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중에 내가 할 수 있는, 혹은 하고 싶은 일을 추려놓고 보면 많다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할 수 있다고 해서, 하고 싶다고 해서 100%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절로 움츠러든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배곯지는 않고 산 세대. 아버지 말씀을 떠올리며 고개만 끄덕인다. 그래, 맞는 말이다. 적어도 내 어린 시절은 그랬다. 배고팠던 기억은커녕,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아버지가 지금 내 나이였을 때 어찌 살아오셨는지, 참 많이 듣고 또 들었다. 그 현실을 상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나라면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힘겹고도 버거운 삶. 그 시간을 부정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아버지 말에 반박하고 싶다가도 그만두고 마는 이유. 그래서 그 시절과는 다른 의미로 힘겨운 삶도 많다는 말을,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는다. 앞으로도 꺼내지 않으려 애쓰겠지, 아마…
그러면서도 아직은, 아버지 말을 온전히 인정할 수 없다. 난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즐거운 일을 하며 남은 삶을 채우고 싶다는 소망과, 희망과, 열망이 있으니까.
주문을 외운다. 내가 못났다거나, 돈 벌 능력이 없다거나, 뭘 잘못한 게 아니라고. 단지 사람을 찾는 이와 자리를 찾는 내가 서로 맞지 않을 뿐이라고. 그러니 오늘 하루 더 버텨보자고.
상단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photo/alone-buildings-city-cityscape-220444/